
나는 사람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고, 내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을 보며 산다. 작업을 하면서 욕망의 불덩어리를 보곤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리얼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br>-전수천의 ‘작가노트’ 중에서-
전씨가 ‘자신 있게’ 준비한 요리는 ‘동파육 요리’다. 그 옛날 소동파가 유배지 호북성(湖北省) 황주(黃州)에서 가장 흔하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많은 이에게 권하기 위해 만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요리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고기를 오랜 시간 삶고, 튀기고, 조리는 것. 먼저 대파와 양파, 생강, 통후추, 설탕, 소금을 돼지고기와 함께 넣고 1시간 반 정도 푹 삶는다. 압력밥솥을 이용할 경우 4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삶은 돼지고기에 녹말가루를 묻혀 고기 색깔이 갈색이 날 때까지 기름에 튀긴다. 이 과정은 취향에 따라 생략해도 된다.
그 다음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마늘과 파, 생강, 마른고추, 설탕, 간장, 유자청, 청주, 조미술(미림) 등을 넣어 10분 정도 끓인 후 마늘과 마른고추, 생강을 건져낸다. 여기에 돼지고기를 넣고 맛이 충분히 밸 때까지 조리면 된다.
이 정도 익히면 아무리 질긴 돼지고기라 해도 칼을 대면 부서질 정도로 흐물흐물해진다. 이 고기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야채는 청경채. 청경채를 살짝 데쳐 4등분한 뒤 고기를 싸 먹으면 매콤달콤한 육질과 채소가 어우러러져 기 막힌 맛이 난다.

전씨가 자신이 만든 요리로 ‘중년 여성들의 점심식사’를 서빙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소설가 신경숙씨, 가운데 앉은 이가 부인 한미경씨, 그 오른쪽이 화가 신수희씨.
그는 올해도 ‘암트랙 2005 프로젝트’라 이름붙이고 또다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건 바로 그가 꿈꾸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을 찾아서, 그것이 우리들에게 왜 중요한지를 발굴해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