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호

의사들의 ‘아로마 선생님’ 손영호 박사

오일 한 방울로 잔주름 제거에서 천식 치료까지

  • 글: 안도운 기공학 전문가·오운육기연구소장

    입력2005-03-24 17: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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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의 ‘아로마 선생님’ 손영호 박사

    손영호 박사는 아로마 요법을 임상에서 시행하는 의사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

    “아로마 요법이요? 시중에서 아로마 오일 제품을 파는 사람들이 다 망치고 있어요. 감기는 유칼립투스 오일 몇 방울이면 딱 떨어지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라벤더가, 두통에는 로즈마리가 최고라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론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아요.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에 사람들은 막연히 방향(芳香)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써보면 효과가 별로 없다고 투덜거리죠. 최소한 세 종류 이상의 에센셜 오일을 적정 비율로 처방해야만 의료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즉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요.”

    아로마 요법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우리나라의 왜곡된 아로마 오일 시장을 통렬히 비판하는 손영호(孫永浩·48) 박사. 대한아로마테라피의사협의회장인 그는 아로마 요법을 임상에서 시행하는 의사들의 모임을 이끄는 인물이다. 다혈질 기질이 다분히 엿보이는 손 박사는 다음 질문이 이어지기도 전에 ‘제2탄’을 토해낸다.

    “수입해오는 아로마 오일의 순수성도 의심스러워요. 오일 시장은 식품업계와 화장품업계, 향료업계의 소비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정작 아로마 요법에 필요한 100% 순수 천연 오일은 극소량에 지나지 않아요. 문제는 이들 업계가 맛이나 냄새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 요건만 충족되면 오일의 순도를 따지지 않고 값싼 오일을 들여온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오일이 치료를 위한 아로마 요법에도 섞여 사용되는 겁니다. 그런 경우 치료는커녕 부작용마저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로마 요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손 박사다. 세계 오일 유통 시장을 살펴보면 손 박사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수많은 식품회사와 화장품 및 향수 제조업체, 제약회사에서 사용하는 아로마 오일은 t단위이지만 환자 치료를 위해 전문 아로마 테라피스트(아로마 요법 치료사)가 구매하는 정유(精油)의 양은 고작 10ml에서 150ml에 불과하며, 가격도 일반 오일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이 때문에 순수한 오일을 구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값싼 오일에서 특정 성분을 화학적 기법으로 추출해 비싼 오일에 첨가하는 등 사기에 가까운 수법들이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튼 손 박사의 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의라기보다 아로마 테라피스트로서의 소명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무엇이 그를 아로마 요법에 빠져들게 했을까.

    손영호 박사는 한때 잘나가는 정형외과 개업의였고, 지금도 서울 송파구에서 정형외과(로벤정형외과 의원)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 한쪽 귀퉁이에 비치된 아로마 요법 안내 팸플릿이 그나마 그가 아로마 요법과 관련돼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의 얘기 주제가 온통 아로마 요법이라고 할 만큼 자신의 전공인 정형외과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에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잘되던 병원을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고 몇 년간 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 독일, 영국 등지의 유명 대학병원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배웠는데, 그 과정에 우연히 대체의학 관련자들도 만나게 됐어요. 대체의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자연을 좋아하는 저는 자연적인 치유에 더 친밀감을 느꼈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의욕을 갖게 됐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게 아로마 요법이었습니다. 이후 수년간 아로마 오일에 대한 연구에 매달리며 저만의 독특한 오일 치료제를 찾아나서게 됐지요.”

    ‘아로마 전도사’ 된 정형외과 전문의

    -아로마 요법을 ‘향기 요법’이라고도 하는데,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질병 치료가 가능합니까.

    “아로마 테라피는 여러 가지 식물에서 추출한 다양한 천연성분으로 질병 치료 및 건강 증진을 위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어떠한 화학물질도 사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천연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다는 점이지요. 각종 식물의 잎, 꽃, 줄기, 뿌리, 씨앗 등에서 추출한 오일은 증류법을 거쳐 순수한 정유(에센셜 오일)로 만들어져 아로마 요법에 사용됩니다.

    이렇게 방향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을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향을 맡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몸에 마사지하듯 바르는 방법이죠. 더 자세히 분류하면 먹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따라서 아로마 테라피는 에센셜 오일에 든 분자물질 자체의 약물학적 작용에 의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지, 향기 그 자체로 치료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고추장이나 식초 등에서도 향기는 나지만 그것이 질병을 치료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지는 않잖아요.”

    따라서 손 박사는 아로마 요법을 향기 요법이라 칭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 설명한다.

    아로마 테라피 학계에서는 아로마 에센셜 오일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입자가 매우 미세해 체내 화학계통과 직접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이뤄져 있고 ▲지방에 잘 용해되므로 각종 지방질을 통해 체내에 잘 흡수돼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때때로 중추신경계와 같은 지방이 풍부한 조직으로 쉽게 도달해 뇌의 특정영역을 자극해 치료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풀이하자면, 아로마 오일은 향취라는 후각적 자극이나 마사지처럼 피부에 바르는 행위를 통해 인체 전체나 특정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제도권 의료계에서도 에센셜 오일은 알게 모르게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가령 치과에 가면 특유의 소독약 냄새 같은 것이 나는데, 이것은 클로버(clover) 에센셜 오일로, 치과적으로 매우 효과적인 정유다. 만성 B형 간염 치료제인 시리마린 제제와 식물성 소염제인 마로비벤 주사나 단젠 경구용 약도 허브 추출물로 아로마 테라피와 일맥상통한다고 한다.

    영감으로 밝혀낸 아로마의 비밀

    -아로마 요법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는데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100% 순수 정유를 사용했는데도 말이죠.

    “아로마 오일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질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전세계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밝혀진 오일의 성분과 효능이 아로마 테라피 교과서에 실려 세계 각국의 아로마 테라피스트들이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교과서대로 처방한 아로마 테라피 제품들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실제 환자의 임상치료에선 만족스러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직까지도 아로마 요법을 치료 현장에 도입하기를 주저하는 의사들이 적잖은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수년간 이런 단점을 연구하고 분석해본 결과 각종 오일의 배합비율이 치료효과의 관건이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오일을 적절히 배합해 치료하면 어떤 약품보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두는 것도 체험했고요.”

    손 박사가 아로마 테라피의 핵심인 에센셜 오일을 연구해온 것도 올해로 9년째. 낮에는 환자를 돌보느라 틈이 없어 집에 돌아와 연구하다 보면 새벽 4시를 넘기기가 일쑤였다. 지난 한 해는 거의 매일 새벽 4시까지 잠을 자지 않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일하다 보면 천하장사라 해도 배겨내기 힘들 터.

    “저 자신도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예전에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는데도 아로마 치료제를 개발하느라 1년 정도 잠을 거의 자지 못했고 낮에는 일상 활동을 해왔어요. 그래도 이렇게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수많은 종류의 에센셜 오일을 다루다 보니 그 오일이 신체의 피로를 풀어주는 작용을 했다고 봅니다.”

    손 박사가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만들어낸 아로마 치료제는 52가지. 연구에 몰두하는 동안 번쩍이는 영감으로 오일의 배합 비율을 찾아내는 신기한 체험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위대한 진리를 밝혀낸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란 생각이 듭디다. 의사로서 과학성과 합리성을 따져야겠지만, 어느 순간 이성을 넘어선 영감으로 찾아낸 오일 치료제가 실제 치료에서 더 뛰어난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그 어떤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아로마 테라피스트가 만들어낸 에센셜 오일 치료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손 박사가 개발해낸 에센셜 오일 제품만큼 확실한 치료효과를 거두는 것은 드물다. 이는 손 박사의 아로마 제제를 실제로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의사들의 증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로마의 마술사’

    서울 추재학 이비인후과의 추재학 원장은 항생제로도 치료되지 않는 30명의 축농증(급·만성 부비동염) 환자에게 손 박사가 개발한 치료용 아로마 제제(sinusitis)를 사용한 결과 놀랄 만한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비인후과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축농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하는데, 빈발하는 감기 때문에 재발이 흔한 편입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항생제를 투여하다 보면 항생제 내성이 생겨 치료가 힘들고 내성균의 양성 문제가 야기됩니다. 환자들도 이런 경우를 가장 염려하지요. 이 때문에 손 박사가 개발한 아로마 치료제를 선택해 코에 투여했는데, 항생제 내성을 줄이면서 빠르게 증상이 치유되는 등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얼었습니다.”

    의사들의 ‘아로마 선생님’ 손영호 박사

    아로마 오일을 마사지하듯 몸에 바르는 것도 아로마 요법 중 하나다.

    추 원장은 곧 이런 임상결과를 대한이비인후과 개원의협의회 학술발표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추 원장의 임상 보고는 대략 이렇다.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월20일까지 30명의 축농증 환자 중 25명에게는 항생제와 아로마 치료제를 병용했고, 나머지 5명의 환자에게는 아로마 요법만 사용했다. 그 결과 아로마 요법만 시행한 5명의 환자는 모두 중등도 이상의 뚜렷한 호전을 보였고, 항생제를 병용한 24명(1명은 중도에 탈락)의 환자 또한 다른 항생제로 바꾸지 않고도 증상이 호전됐다. 이는 아로마 제제가 항생제 내성을 줄여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천 이하영 소아청소년과의원의 이하영 원장은 “천식 환자에게 아로마 제제를 투여한 결과 기관지 수축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데 탁월한 효과를 냈다”고 밝혔다. 천식 환자들은 기관지 수축으로 인해 심한 경우 자다가 응급실로 실려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잠도 푹 잘 수 없는 등 심한 고통을 겪는다. 이런 환자들에게 약을 먹이는 대신 냄새를 맡게 하는 식으로 손 박사의 아로마 제품(아나솔)을 투여하다 보니 소아환자들이 매우 좋아한다는 것.

    “우리나라에 천식 환자가 200만명쯤 되고, 치료비만도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물 내성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피하면서도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아로마 요법을 의사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손영호 박사는 매월 한 차례씩 개업의를 대상으로 아로마 강좌를 연다. 이 강좌에는 의사들만 참여하도록 엄격히 제한한다. 의사들이 아로마 요법에 대해 바로 알아야만 그 의료적 혜택이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전파될 것이기 때문이다. 손 박사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한 개업의는 “손영호 원장은 아로마 테라피의 마술사” 같다고 평했다. “그가 만들어낸 제품치고 효용을 보지 못한 게 없기 때문”이라는 것.

    의사들의 체험기

    서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약물을 환자들에게 좀체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손 박사의 아로마 요법을 따르는 의사들은 자신이 직접 실천해본 뒤 환자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대구 김준홍 정신과의원 김준홍 원장의 말이다.

    “손 박사의 아로마 요법 강좌를 듣고난 뒤 첫 실험대상으로 삼은 것이 나 자신이다. 마침 감기가 심하던 참이라 손 박사가 제시한 대로 에센셜 오일인 ‘콜바이’를 먼저 흡입하고, 또 다른 에센셜 오일인 ‘오라솔’로 가글을 했다. 이렇게 단 몇 번만 사용하고도 전반적인 증상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아로마 요법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그 다음엔 ‘릴리젠’이라는 오일을 사용했다. 늘 오른쪽 무릎이 땅기는 느낌이 있었고 약간의 통증도 있었는데, 두 번 정도 사용한 지금엔 약간의 증상이 남아 있지만 호전되고 있다. 한 동료가 한 달 반 동안 오십견으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릴리젠’을 권했다. 그는 심한 통증으로 침을 맞는 등 나름대로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오른팔을 90。이상 들어올리지 못하는 관절운동장애와 땅김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다. 그런데 ‘릴리젠’을 사용한 지 10분이 지나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팔이 귀에 닿도록 올라가고 관절운동 범위가 180。를 회복했다. 30분이 지나자 거의 통증 없이 양쪽 팔을 원래대로 사용할 수 있게 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후 김 원장은 아로마테라피가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게 됐다. 그는 개업한 뒤에도 화병 환자에게 아로마 오일을 투여하는 식으로 정신과 질환뿐만 아니라 자신이 목격한 놀라운 경험 때문에 오십견이나 디스크 환자에게도 아로마 처방을 하고 있다.

    경남 창원 바오로신경외과 권영훈 원장과 서울 나나산부인과 곽주견 원장 역시 자신과 가족에게 아로마 테라피를 시행해본 결과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권영훈 원장은 “아로마 오일이 목·허리·테니스엘보·오십견 등 각종 통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환자들 또한 아로마 제품 사용에 흡족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곽주견 원장은 “여름철에 아로마 제품인 ‘모스킥’을 바르고 저녁에 집 뒤의 뚝방천을 다녀도 예전처럼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을 체험하고 모스킥이 모기 물린 자리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목 뒤가 삐었는지 아프다고 해서 아로마 오일 제품 ‘타이젠’을 바르고 마사지해줬더니 바로 다음날 괜찮아진 경험도 아로마 오일을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자극제가 됐다”고 했다.

    필자는 여러 임상의들의 체험담을 듣고서야 손 박사가 ‘아로마의 마술사’로 불리는 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박사는 정작 아로마 오일 제품을 만들어낸 당사자이면서도 정형외과 환자들에겐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형외과 환자의 상당수가 물리치료와 아로마 오일 치료를 병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거둔다는 것을 저 자신이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아로마 테라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입니다. 환자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지요. 물론 아로마 오일 제품 사용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권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계속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에 완성한 제품이 있어요. 담배를 피우면서 금연하게 만드는 ‘니코델’이라는 아로마 제품입니다. 담배에 니코델이라는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다음 피우면 담배맛을 서서히 잃으면서 금연을 하게 됩니다. 담배를 피우면서 흡연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고 금연과정 중 겪게 되는 금단 증상이 없어 획기적이죠. 또 비록 금연에 실패하더라도 그 전에 비해 흡연량이 현저하게 준다는 것을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본 결과 알 수 있었어요.”

    손 박사는 ‘니코델’을 개발하기 위해 15년 전에 끊은 담배를 다시 피웠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면서 끊게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금연 의지가 확고한 사람은 니코델을 사용해 100% 금연에 성공했지만, 금연 의지가 확고하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담배를 찾아 무는 경우가 많아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했다.

    요실금을 치료하는 ‘트리올라’라는 아로마 제품도 그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다.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요실금을 아로마 오일로 고쳐보려는 시도 자체가 다른 아로마 테라피스트들은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영역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나오는 요실금은 갱년기 이후 여성의 말 못할 고민거리입니다. 요실금 환자들에게 ‘트리올라’를 15일간 아랫배에 발라준 결과 90% 이상의 효과를 보았고, 갱년기 이전 여성들에게선 50% 정도가 효과를 냈습니다. 아직까지는 갱년기 이후 여성에게 더 큰 효과를 내는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다른 요실금 치료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만족도가 높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잘못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

    이 밖에도 다양한 오일 치유 체험담들이 쏟아졌다. 여성의 눈가에 생긴 주름살을 제거해준다는 ‘핑크드럽’ 오일을 사용해본 교사 이모(41)씨는 “눈가 잔주름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여드름 치료제로 개발된 ‘마리안니’ 오일을 사용한 이현경(25·여)씨는 “어떤 연고제로도 잘 듣지 않던 여드름이 깨끗이 없어졌다”고 했다. 오랫동안 갱년기 증후군을 앓아온 유명희씨는 ‘페이스쿨’이라는 오일 제품을 사용해 효과를 거두자 자신의 지병인 가슴앓이를 없애주는 ‘평온의 샘’이라는 오일도 사용해 거의 완치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 박사는 “아로마 오일은 효과가 좋긴 하지만 매우 주의 깊게 다뤄야 한다”고 충고한다.

    “아로마 오일이 일반의약품으로 잘 낫지 않는 질환을 치료해낸다는 것은 그만큼 위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멋모르고 사용했다가는 되레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어요. 치료 효과가 너무 극적으로 나타나기에 반드시 아로마 전문가와 상의한 뒤 사용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기억력 향상과 정신집중에 도움을 준다는 ‘페퍼민트’는 산모가 수유할 때는 절대 피해야 할 오일이고, ‘파인’이나 ‘로즈마리’는 고혈압이 있는 환자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등 특정질환 환자들이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에센셜 오일은 고농도로 농축된 것이기 때문에 피부에 바를 때는 반드시 캐리어 오일(carrier oil)과 섞어서 사용해야 하는 등 꼭 지켜야 할 점이 있다고 충고했다.

    -손 박사가 개발한 오일제품 가운데 일반에 공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아로마 애호가를 위해 공개할 뜻도 있습니다만, 공개함으로써 겪게 될 후유증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사가 될 만하다 싶으면 너도나도 개발해냈다면서 시중에 마구 뿌려대는 실정이니까요. 또 밤잠을 설쳐가며 만들어낸 제품인지라 마치 제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품을 내놓기가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지금도 손 박사가 만들어낸 오일 비법을 알고 싶어하는 제약회사와 사업가들이 줄을 잇는다. 거액을 제의하며 제조 비법을 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손 박사는 그때마다 한마디로 거절한다. 자신이 탄생시킨 ‘자식’들이 어떤 식으로 오염돼 시중에 나타날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아로마 요법을 이용한 난치성 질환 치료에 도전할 생각이다. 또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 아로마 요법 전문병원이라는 간판을 정식으로 내걸어 아로마 요법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마음껏 시술할 예정이다. 그 두 가지 꿈이 곧 결실을 볼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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