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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한 번 받지 않은 서울대 합격생 수기

“혼자 힘으로 공부하려는 고집, 결코 헛되지 않았어요”

  • 이종준 서울대 인문계열 신입생

과외 한 번 받지 않은 서울대 합격생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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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 대학의 합격자 발표가 속속 이어지면 이른바 명문대 합격생들의 공부 비결이 화제가 되곤 한다. “과외 한 번 받지 않았다”는 타이틀은 상투적이긴 해도 누구에게나 가능성을 열어놓기에 반갑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뜸해졌다. 학벌지상주의를 없애려는 분위기 때문이라면 다행이지만 ‘서울대 ○○명 합격’ 현수막이 고교에서 학원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학원에서 오랫동안 훈련받은 경쟁자들에 치여 외고 진학에 실패하고, 2007학년도 수시모집에도 낙방한 후 논술과 구술·면접을 거쳐 마침내 서울대에 합격한 이종준(李鍾準) 학생은 서울대 합격 자체보다 과외 한 번 받지 않고 끝까지 스스로 공부해낸 것에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과외 한 번 받지 않은 서울대 합격생 수기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관악구 신림동에 살던 내게 서울대는 ‘당연히 갈 수 있고, 당연히 가야만 하는’ 학교였다. 관악산을 오르내리며 숱하게 바라본 서울대 정문 이미지가 은연중에 뇌리에 새겨져, 초·중·고 시절 내내 서울대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진 적이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초·중학교를 다닐 때엔 막연히 서울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반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턴 서울대 가기가 ‘장난이 아닌 실전’이라는 생각에 두렵고, 힘들었다는 점이다.

‘Dream, and it will be realized.’ 내가 영작해본 문장 중 가장 좋아하는 이 말처럼 2007년 2월1일, 나는 서울대에 합격했다. 예전에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학 건물에 붙여놓은 합격자 명단을 보며 울고 웃고 했다지만 나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합격여부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었다. 친절하게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까지 왔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떨려서 ‘조회’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나 대신 어머니가 버튼을 클릭하셨는데,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나타났다. 그 순간 마치 번지점프를 하는 기분-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이었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중3 때 외국어고에 지원했다 떨어진 씁쓸한 기억,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법대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아픈 추억. 이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자양분이 됐다. 마침내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언론인을 꿈꾸며 ‘상큼한 20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학습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신림초등학교 시절, 나는 글짓기를 좋아했고 또 곧잘 해서 매년 가을에 열리는 학교 작품 전시회 때면 내 글이 가장 높은 곳에 걸려 있곤 했다. 5학년 때는 ‘소년동아일보’ 기자로 선발되어 내가 쓴 기사가 ‘서울 신림교, 1학년 후배교실 언니들이 대신 청소’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게재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부터 언론인의 꿈을 가졌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6학년 때까지 집에서 학습지 ‘눈높이 수학’ ‘눈높이 영어’로 공부했다.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해주신 건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아노를 치는 것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악기를 다루는 데는 손 기술 못지않게 예술적 감수성과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된다. 수치화할 순 없지만 피아노를 배운 것이 궁극적으로 나의 지적 성장에 지대한 도움을 줬다고 확신한다.



학습지는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지도에 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교재가 제공하는 학습의 양이나 질과 상관없이 학습자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혼자서 백과사전을 들추며 찾아본 내용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학습 효과가 컸다.

‘초·중·고등학교 중 어느 때로 되돌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난 주저하지 않고 중학교 때라고 말한다. 그만큼 내 중학교 생활은 명랑한 원색의 이미지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방송부원으로 활동했고, 3년 내내 학급 임원으로서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합창대회에서 반주자와 지휘자로 친구들을 이끌던 추억도 있다. 방과 후 일정이 학원 스케줄로 꽉 짜여 있었다면 이런 추억을 쌓기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학교 첫 시험에서 평균 91점을 받았다. 매우 기뻐서 어머니께 자랑스럽게 점수를 말씀드렸더니, 어머니의 반응이 의외였다. 겨우 그 점수냐는 것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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