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보그’ ‘던힐’은 ‘Made in Korea’… 수출도 합니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7-09-08 15: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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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 제조 전 과정 최초 공개
    • 정해진 근무시간에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 선호…삼성전자에서도 이직
    • 생산 첫해부터 품질지수 1위…한국인 전 직원 담배공장 근무경력 없어
    • 외국 공장 관계자 “한국인 DNA는 유별나다”
    • 담배는 성인의 ‘선택사항’…청소년 금연 프로그램 지원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8월3일 오전 7시40분 비행기를 탄 지 40여 분 만에 경남 사천공항에 닿았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진사지방산업단지 내 BAT(British American Tobacco)코리아 사천공장은 파란색 외벽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열기를 가득 품은 공기 때문인지,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드물어서인지, 아니면 순전히 외국계 담배공장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문득 동남아시아 어디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에 젖었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2002년 BAT코리아가 1억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외국계 담배공장이다. 2003년 3월 생산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9월 누적생산개수 500억개비를 달성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던힐’과 ‘보그’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외국 브랜드지만 엄연히 ‘Made in Korea’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도 수출된다. 생산을 시작한 첫해 BAT그룹 내 52개 공장 중 제품품질지수 및 생산품질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로도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국가고객만족도(NCSI) 조사에서도 2004~2006년 담배 부문 1위를 차지했으니 국내에서 생산한 담배 맛을 소비자도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담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주 오래전, 시골에 가면 할아버지께서 말린 담뱃잎을 조각내어 그릇에 담아뒀다가 한 숟가락 퍼서 종이에 얹은 다음 돌돌 말아 태우시곤 했다. 담뱃잎을 곰방대 끝에 소복이 담아 태우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담배 제조과정은 그리 간단치도 낭만적이지도 않다며 그 공정에 의혹을 품는 이도 적지 않다. 속속들이는 아니지만, 담배공장 내부를 들여다본다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구체적인 제조과정이 비밀에 부쳐진 담배공장은 출입절차부터 까다로웠다. 신분증을 출입증과 교환하고,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는 촬영을 못 하도록 렌즈에 스티커를 붙였다. 사진기자는 팔에 ‘완장’을 차야 했다. 보안담당자가 무전기를 이용해 공장 관계자와 몇 차례 교신한 다음에야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내를 맡은 박기선 차장은 2002년 BAT코리아에 입사해 공장 설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이전 직장은 삼성전자. 최고의 직장으로 손꼽는 삼성전자에서 옮겨온 이유는, 근무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일하고 정해진 퇴근시간에 칼같이 회사를 나서 개인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직장인들이 이직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가늠케 한다.



    박 차장은 공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모형을 놓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는 “담배제조과정은 식품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담배공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담배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은 커다란 상자에 가득 담긴 엽연초다. 사천공장은 담배의 주원료인 엽연초를 전량 수입해 쓴다. 2002년 공장을 설립할 당시 수입 엽연초를 쓰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엽연초는 전량 KT·G에서 사들인다”는 게 BAT코리아측의 설명이다.

    담배 제조의 핵심 ‘블렌딩’

    첫 번째 공정은 넓은 잎을 자르는 것이다. 바싹 마른 잎이 바스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르기 전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잎이 잘게 잘린 다음은, 담배 제조과정의 핵심이며 가장 비밀스러운 단계인 ‘블렌딩’이다. 사천공장에서 쓰는 엽연초는 여러 지역에서 들여온 것으로 잎과 잎맥이 분리 가공되고, 같은 잎도 부위에 따라 니코틴과 당의 함량이 다른 터라 어느 지역의 잎 어느 부위를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담배 맛이 달라진다. 공장 입구엔 100여 년 전에 만든, 누렇게 바랜 복잡한 레시피 사진이 걸려 있다.

    적당히 섞인 엽연초는 건조 과정을 거친다. 박기선 차장은 “담배는 섬세한 기호식품으로, 수분을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적당한 수분이라는 게 13.5%다. 잎담배일 때 습도는 11%, 수분을 공급한 다음 조각내면 수분 함량이 22%로 증가한다. 이 때문에 잎과 잎맥을 섞은 다음엔 건조 과정을 거친다.

    브리핑이 끝나고 마침내 본격적인 공장 견학이 시작됐다. 유독 천장이 높은 공장 통로는 공기가 후끈했다. 생산라인이 있는 구역은 정해진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지만 그 밖의 구역은 냉방을 약하게 하고 있었다. 생산량 대비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해 파란불(우수)-노란불(보통)-빨간불(나쁨)로 표시하는 등 에너지 낭비를 막으려 노력하는 점이 눈에 띈다.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커다란 상자마다 잘게 잘린 담뱃잎이 가득하다

    첫 번째 공정이 이뤄지는 PMD (Primary Manufacturing Department) 구역은 아쉽게도 생산을 중단하고 청소작업 중이었다. 성인의 허리를 넘기는 높이의 커다란 상자들 속에 잘게 잘린 담뱃잎이 가득했다. 누렇고 가는 잎에선 마른 볏단이나 시래기에서 나는 묵은 냄새가 났다. 담뱃잎을 이동시키는 커다란 컨베이어벨트는 가동을 멈춘 상태였는데, 박 차장은 “담배를 식품으로 취급하기에 컨베이어벨트에 쓰는 오일 하나도 식품에 적합한 등급을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면 엽연초에 수분을 공급해 자르고 섞어서 건조시키기까지의 과정은 모든 담배회사가 동일할까. 기본적인 공정은 같지만 어떻게 섞느냐 하는 레시피와 블렌딩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제조사에 따라 빵, 복숭아, 사과, 체리, 인삼, 도라지 등을 넣는 등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에 향을 입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잘린 잎에 향을 분사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필터에 향 캡슐을 넣기도 하고, 담배케이스 안에서 담배개비를 싸고 있는 호일 표면에 향을 바르기도 한다.

    자체 품질관리

    2차 공정이 이뤄지는 SMD(Secondary Manufacturing Department) 구역에선 2분 단위로 1만개비의 담배가 생산되고 있었다. 잘 만들어진 담뱃잎을 종이로 감싸니 기다란 전깃줄 모양이 됐다. 일반 담배 길이보다 짧게 자른 두 개를 마주보게 가로로 길게 놓고 그 사이에 필터를 끼우고 다시 종이로 감싼 다음 필터 중간을 자르니 담배 두 개비가 만들어졌다. 담배에 필터를 끼우고 케이스에 포장하기까지는 모두 자동화 시스템이다. 따라서 생산라인에서 작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PMD구역과 SMD구역 사이엔 품질연구소가 있어 완성된 담배의 말린 정도와 입으로 빨 때의 느낌을 기계로 점검한다. 담배를 태워 니코틴과 타르 함량을 분석하는 기계도 있는데, 담배사업법에 따라 정기적으로 국가가 정한 기관에서 검사받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항시 관리한다.

    생산을 시작한 첫해부터 글로벌 그룹 내에서 최고의 품질지수를 인정받은 사천공장엔 총 27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초기엔 숙련된 외국인 담배 제조 전문가가 상당수 있었지만, 지금은 3명만 남았고 이들마저 올해 안에 한국을 떠난다. 나머지 한국인 중엔 과거 담배공장에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의외다. BAT본사에서도 사천공장의 이러한 배경과 성과에 놀라워하고 있으며, 지난 7월 첫 한국인 공장장으로 임문섭 상무를 임명함으로써 두터운 신뢰를 보여줬다. 임문섭 공장장은 “본사가 한국 직원만으로도 BAT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국인의 역량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BAT는 2002년에 한국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터키와 아프리카에도 투자했다. 그러나 두 지역의 생산성이나 품질지수는 사천공장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생산설비, 생산공정은 같은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임 공장장은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하고,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을 때 더 잘하려 하는 한국인 특유의 승부욕, 그리고 사람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BAT의 기업문화가 맞아떨어져 상승효과를 낸 것 같다”고 분석한다.

    “외국 공장 관계자가 사천공장을 5~10분만 돌아보고 나면 한결같이 ‘직원들의 에너지 레벨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한국 사람은 뭔가 하려고 한다고 하죠. 한국인의 DNA가 남다르다고도 합니다.”

    BAT코리아의 기업문화 중 돋보이는 4가지 원칙은 다른 사람의 견해를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고려하며 편견 없이 들으려 하는 ‘열린 마음’, 구성원·문화·견해·브랜드·시장·아이디어의 ‘다양성 추구’, 직무 분야에 상관없이 누구나 책임감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책임감을 통한 자유’, 어느 정도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함으로써 사업과 가치를 발전시키는 ‘진취적인 정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가장 큰 틀이 ‘인재육성’이다.

    “에너지 레벨이 다르다”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제2공정이 이뤄지는 SMD구역.

    사천공장에선 생산담당기술자 중 9명을 매니저로 발탁하기 위해 교육 중이다. 현재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경우 그보다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그 지위가 요구하는 역량을 회사가 키워주는 셈이다. 그밖에도 직원들이 평소 자신의 부족한 점, 계발하고 싶은 점 등에 대해 매니저와 상담하고, 회사는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공장 입구의 작은 방에 외국인 강사가 상주하고 있는 것도 3교대 근무하는 직원들이 적당한 시간에 영어 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천공장의 역사가 짧은 터라 임직원 대부분이 다른 직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지금의 근무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최홍민 과장은 “영어강의, 리더십강화 교육 등 업무적·비업무적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해 나 자신이 날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노조가 없는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각 부서 대표와 임원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회사의 발전방향과 사원복지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이를 ER(Employ Relationship)이라고 하는데, 각종 스포츠행사 및 피크닉 계획도 ER을 통해 결정된다. 최 과장은 한동안 ER의 부서 대표로 활동하면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히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었다며 “시야가 넓어지니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니 행동이 바뀌었다”며 뿌듯해 했다.

    임문섭 공장장 인터뷰

    “일하기 끝내주는 직장, 지역과 호흡하는 기업 만든다”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지난 7월 한국인 최초의 공장장으로 취임한 임문섭(林文燮·47) 상무는 BAT코리아가 두 번째 직장이다. 동부제강에 17년 근무했고, 2002년 4월 BAT코리아 사천공장에 입사했다. 제2공정과 제1공정의 교체(Shift) 매니저와 제2공정 총괄 매니저를 거쳐 지난 3월 싱가포르에 연수를 다녀온 뒤 공장장으로 취임했다.

    ▼ 17년간 근무한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셨군요.

    “40대에 들어 직장을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글로벌 기업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생산하는 제품은 전혀 다르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때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선 어느 공장이나 일의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 첫 한국인 공장장 탄생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공장 설립 초기만 해도 교대 파트마다 외국인 기술자가 대여섯 명씩 있었어요. 각 공정의 관리자도 외국인이 많았고요. 한국인 공장장이 취임한 건 단순히 외국인에서 한국인으로 바뀌었다가 아니라, 사천공장이 BAT공장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그 성과와 역량 축적이 한국 사람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걸 인정받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BAT 현지화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됐지요.”

    ▼ BAT그룹 내에서 사천공장 실적이 화제라는데, 원동력이 뭘까요.

    “한국인의 자질과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상승효과를 냈다고 봐요. 기업이 성공하려면 궁극적으로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부심을 가져야 하죠. 담배 제조에 필요한 기술도 중요하지만 영어든, 테니스든, 사진이든 뭐든 열심히 하는 게 있어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게끔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직원들이 지역사회에 봉사를 많이 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하려는 겁니다. ER팀을 통해 임·직원이 격의 없이 토론하고, 직원 스스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죠.”

    ▼ 초기에는 이곳 직원들이 외국으로 연수를 다녀오거나 외국인 기술자들이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상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천공장의 역량을 인정받은 이후 한국인 기술자가 외국으로 파견된 사례도 있습니까.

    “생산부의 한성주 이사가 2004년에 말레이시아 공장 생산부 부책임자로 근무하고 돌아왔지요. 현재 남아프리카와 호주 등에서도 한국인을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요. 세계 각국의 BAT공장은 설비가 다 똑같으니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가 결과를 다르게 만든 거죠.”

    2002년과 2003년 사천공장의 중간관리자는 무려 110개의 서로 다른 직장에서 이직해온 사람들이었다. 각기 다른 경험과 추구하는 방향을 조화시키기 위해 팀빌딩과 교육을 무수히 했다. 이 때문에 임 공장장은 학력(직원 77%가 전문대졸 이상)이나 출신보다 교육의 효과에 무게를 둔다. 또한 3년 연속 무재해 기록을 달성한 데 대한 자부심이 크다. 사천공장은 3교대로 작업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을 꼭 챙겨서 쉬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 사천공장에서 생산하는 담배가 외국으로도 수출된다죠.

    “사천공장 설비의 생산능력은 연간 250억개비인데 현재는 연 170억개비를 생산하고 있어요. 이중 9억개비를 일본을 비롯한 12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주목할 만한 점은 2005년 사천공장에서 담배를 수출한 뒤로 BAT담배에 대한 일본 소비자 불만율이 80%나 줄었다는 겁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생산한 것보다 한국에서 생산한 담배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얘기죠.”

    ▼ 담배공장에서는 어디서나 담배를 피우는 게 가능한가요.

    “담배를 만드는 곳이지만 비흡연자의 권리를 철저히 보호합니다. 흡연장소를 엄격히 분리해놓고, 회의실엔 담배연기를 빨아들이는 제연설비를 갖췄는데, 동석자 중 한 명이라도 흡연에 반대하면 담배를 피울 수 없도록 원칙을 정했습니다. 담배를 제조할 뿐 흡연을 부추기는 일은 하지 않아요. 담배는 성인의 ‘선택’ 대상이죠. 그래서 청소년 금연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 지역 경제엔 어떻게 기여하고 있습니까.

    “우선 직원의 90%가 사천·경남 출신이고, 담배는 소비자가격의 53%가 세금이니 지역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얼마 전에 ‘던힐’ 패키지를 인쇄·공급하는 업체가 진사산업단지에 들어온 것도 반가운 일이고요. 지금까진 BAT코리아의 물류센터가 경기도에 있었는데, 8월 말이면 공장 바로 옆에 물류센터가 완공되니까 약 11만8800m2(3만6000여 평)를 유지보수하려면 그만큼의 인력이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사천지역 문화행사 지원도 열심히 하고 있고, 본사 관계자들과의 미팅이나 직원 회식도 대부분 사천시 안에서 해결하려 합니다.”

    ▼ 최초의 한국인 공장장으로서 가진 포부가 있다면.

    “지금껏 잘해온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잘할 부분이 더 많아요. 아시아 지역 내에서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우뚝 성장해 우리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외교관이 되도록 해야죠. 이런 일들이 지역 사회의 성장과 함께 이뤄지면 좋겠어요. 직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지도록 일하기 끝내주는 직장을 만들고, 지역과 호흡하는 책임감 있는 기업을 일궈야죠.”


    기업의 사회책임

    국내 최초 외국계 담배공장, BAT코리아 사천공장 5년의 변화

    독거노인의 집을 고치고 있는 BAT코리아 ‘나누미사회봉사단’.

    BAT코리아 사천공장 임직원의 90%가 경남·사천 출신이다. 그런 만큼 지역사회에 대한 직원들의 애착이 남다르다. 공장 임직원이 ‘아나바다’ 운동에 참여해 얻은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으며, 3~4년 사용한 컴퓨터는 장애인들에게 보내준다. 사내 봉사동호회 ‘나누미사회봉사단’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을 돕는다. ‘나누미사회봉사단’ 대표를 맡고 있는 하종호 과장은 “회사에서 사회책임을 강조하며 지원도 많이 한다”며 “누구나 한번쯤 봉사를 생각해봤겠지만 실천이 어려운데, 회사에서 기회를 마련해 한번 시작하고 나니 이제는 자발적으로 계속하게 된다”고 말한다.

    2002년 BAT코리아 사천공장이 진사산업단지에 첫 삽을 뜰 때만 해도 지역 주민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담배, 그것도 외국 담배를 만드는 공장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었다. 사천공장의 안전보건환경을 담당하는 강학선 과장은 “담배를 만든다는 사실이 우리 공장의 아킬레스건이지만, 그래서 더 철저하게 관리해 어느 직장보다 우수한 작업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사천시 관계자는 “공장설립 초기엔 ‘건강을 해치는 기업을 왜 유치했느냐’는 민원이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담배공장이라는 자체가 지역 평판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공장이 설립된 다음 인근에 1000가구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고, 1500가구가 더 들어올 예정이지만 담배공장으로 인한 민원은 전혀 없다”는 것.

    그러나 사천시 측은 BAT코리아 사천공장에 약간의 불만을 내비쳤다. 사천시와 경상남도가 의욕적으로 조성한 진사산업단지엔 항공기를 제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중심으로 각종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공장 다수가 이미 입주했거나 곧 들어올 예정이다. 이런 공장들과 비교하면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차지하는 부지에 비해 인력 채용 규모가 작다는 것.

    ‘절약은 일회용이 아니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매년 일정규모의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 수시채용 방식으로 그때그때 필요한 인력을 보충한다. 서류심사와 인·적성 테스트,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인원은 3~6개월간의 인턴과정 후에 정식 사원으로 채용된다.

    임 공장장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국내 시장점유율과 수출 규모가 확대되면 인력 채용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모든 것이 넉넉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계 담배공장의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공기가 달랐다. 사무실에 비해 더웠다. 역시나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모양이다.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 마주하게 되는 눈높이엔 ‘절약은 일회용이 아닙니다’란 문구가 적혀 있다. 비용 절감의 생활화를 강조하며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낭비를 막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적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생산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려면 가장 먼저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다.

    엄살이 너무 심한 건 아닌지, 절약 강조로 인한 불편함은 없는지 직원들에게 살짝 물었다.

    “꼭 써야 할 것도 줄이라는 게 아니라 줄여도 되는 것, 낭비하고 있는 것을 줄이라고 하니 오히려 생활태도가 좋아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면지 사용하라고 잔소리하거나 회식비 줄이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하하.”

    BAT코리아 사천공장 직원들은 담배를 생산하는 기업이기에 구성원과 작업환경 모두 더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노력, 그리고 그 성과가 가져다준 자부심이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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