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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현 재판관이 들려주는 헌재 판결 뒷얘기

“노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재판관들 고성 지르고 주먹다짐 직전까지…”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이공현 재판관이 들려주는 헌재 판결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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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현  재판관이 들려주는 헌재 판결 뒷얘기

노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2004년 5월1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그는 기본권을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연적으로 갖는 천부(天賦)의 권리입니다.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밝히고 있어요. (기본권은) 타인에 의해 자신의 기본권이 존중되는 것이지, 타인의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신의 기본권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내가 먼저가 아니라 타인을 먼저 배려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임명기관과 여론으로부터 독립해야”

▼ 6월21일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법인 시민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중앙선관위 결정에 대해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지요. 지정 재판부에서 적법한 청구로 판단돼 전원재판부에 올라가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수의 헌법학자는 “대통령이라는 신분 자체가 국가 권력이고 헌법기관이어서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참 곤혹스러운 결정을 앞둔 것 같습니다.

“밖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곤혹스럽지는 않아요. 종종 정치 문제냐 법률 문제냐 논란이 일지요. 국회의 입법이나 행정부의 권력 작용에 대한 재판이니까요. 그러나 정치성을 띠는 사안이라도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것은 엄연한 사법 절차입니다. 국민이 행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입법부의 법률 제정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 일단 심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헌재의 속성이거든요. 다만 한계는 있습니다. 정책적인 판단이나 고도의 정치적 결단은 헌재의 결정이 대신하진 못합니다.”



▼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 문제는 논할 것도 없어요. 9명의 재판관이 모여 평의(評議·재판관 전체회의)할 때 보면 임명기관으로부터 독립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7월17일 헌재 소장이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 만찬 초대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걸 보면 헌재 재판관의 자세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2004년 윤영철 소장도 ‘행정수도 위헌소송이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불참했어요. 일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비판할지 모르겠지만, 참석하기가 참 곤란하잖습니까.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신뢰의 대상이 될 순 없어요. (사람은) 믿을 존재가 못 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헌재의) 재판관이 되려면 가치관이 분명해야 합니다. 재판관이 된 다음 지난날의 생각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헌재의 재판관이 될 자격이 없어요. 관점이 달라진다는 거죠. 평의에 들어가 보면 재판관 한 분 한 분이 개인의 헌법적 소신과 가치관에 따라 임명기관과 추천기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재판을 합니다. 국민의 여론으로부터도 독립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 부분이 곤혹스럽고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아요.”

▼ 국민의 여론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헌재의 다수의견과 국민의 다수의견은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론으로부터 독립해야 헌법재판이지요. 국민의 뜻과 합치해야 한다면 여론조사를 하지 왜 헌법재판을 하겠습니까. 헌법은 우리 사회가 이런 규범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국민적 의사의 합의점입니다. 하지만 여론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비록 여론이나 다수의견과 다를지라도 헌법에 따라 국가가 조직되고 작용하고 통제돼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의 기초입니다. 최근 헌재가 다루는 사건들 중에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사건이 많아서인지, 헌재의 결정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가치관과 다르면 헌재를 비판하고 헌법재판제도의 신뢰성까지 들먹이는데, 비판은 좋지만 비난은 신중히 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아홉 명의 늙은이가 나라를…’

▼ 2004년 헌재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기관이 대의기관인 국회의 입법을 무력화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입헌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제기됐고 여당에선 헌법재판소 폐지론까지 제기됐잖습니까.

“입헌주의와 민주주의가 대립된 개념인지 아닌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저의 견해는 위헌심사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는 겁니다. 모임이나 작은 동창회에도 규정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계에도 룰이 있습니다. 룰 없이 사회가 유지될 수 없어요. ‘구속’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룰이 있기에 자유가 있습니다. 룰에 위반되지 않는 한 자유를 누리고 룰에 따라 의사결정에 참여한단 말입니다. 국가에 룰이 없다면 사회 통합이나 유지가 가능하겠습니까. 헌법에 따라 국가가 조직되고 통치가 이뤄져야 해요. (헌법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게 아니라 요체입니다.”

요컨대 헌법은 법치주의의 정점에 있는 최상위법으로 헌법이 흔들리면 법치가 위태로워지고 법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도 위협을 받는다는 얘기다. 미국에선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기능까지 갖고 있다. 이 재판관은 우리나라의 헌재와 미국 대법원을 비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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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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