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민주당의) 일부는 그쪽으로 합류했습니다(이낙연·김효석·신중식·채일병·김홍업 의원과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민주당을 떠나 민주신당으로 갔다-편집자). 본선이 본격화한 뒤 ‘반(反)한나라당’이란 큰 틀에서의 공통된 생각이 단일화의 근거가 될 겁니다. 그런 논리대로 하면 ‘한나라당 집권 반대’를 위한 단일화가 성립될 수 있지요.”
▼ 지금까지의 범여권 통합논의 과정에선 왜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하나의 정당이 창당하려면 기본 이념과 정치노선을 같이하는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은 100년 간다고 해놓고 불과 4년도 채 안 되어 해체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야 한국 정치의 발전 가능성은 없어지는 것이죠. 10년, 20년을 넘어 50년까지 가는 정당을 그려야 됩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반 한나라당’이 다 모여서 정당을 만들면 이는 정당정치에 어긋납니다. 선거전략 차원에서도 열린우리당에 대한 그런 인식이 낙인찍히면 선거는 필패(必敗)입니다. 또 정치 도의상 국정 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한 뒤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당 대 당 통합은 안 됩니다.”
그러나 ‘대선 본선에선 가능한 일이 예선 과정에선 왜 안 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조 의원도 그렇게 느꼈는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과 함께 생각해볼 것은 결과가 어떻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양당제 복원’이라는 겁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빚어진 열린우리당 붕괴는 사실상 양당제의 붕괴를 의미하죠. 한나라당이 독주하면서 정당 지지율 50%, 두 주자를 합쳐서 70% 지지율을 보인 것은 정상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선진국에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양당제 복원을 위해 한나라당을 상대하는 정당이 나올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막판 범여권 후보 단일화 합류’가 지금까지 민주당이 주장해온 ‘국정실패 책임론’과 어떻게 양립하는지, ‘양당제’ 명분이 ‘반 한나라당 연대’의 포장술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쉽사리 풀릴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한나라당은 범여권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조순형 의원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긍정적인 논평을 내보낸 바 있다. 그런데 조 의원은 반 한나라당 연합전선의 후보단일화 대열에 동참할 뜻을 보였다. 한나라당이 향후 조 의원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
조 의원은 “장기적으로 보수정당 대 중도개혁 정당이 양립하는 구도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의 공화당 대 민주당, 일본의 자민당 대 민주당 구도처럼 가야 정치가 안정된다는 논리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4년처럼 첨예한 이념대결이 펼쳐지고 상생은 구호로 그치게 된다는 지적이었다.
“1대 1 구도로는 여권 必敗”
▼ 양당정치 복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지론인데요. DJ는 양당제 복원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1대 1’ 대결 구도로 가야 한다는 생각 아닙니까.
“원론적으로는 옳은 지적이지요. 그러나 현시점에서 그런 구도(1대 1 구도)는 ‘필패 전략’입니다. 대선에 대비해 일회용으로 급조한 정당은 결국 실패하고, 오래지 않아서 소멸할 게 뻔합니다. 만일 그 쪽에서 나온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집권자의 (독단적) 의지와 구상에 따라서 국정이 운영될 게 분명한 만큼, (그 정당이) 한 임기 동안이라도 지속될까요?”
민주당 대선후보는 독자 경선을 거쳐 9월 말이나 10월 중순께 뽑게 된다. 현재 조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인제·신국환 의원, 김영환·김민석 전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추미애 전 의원은 ‘독자생존론’에 반대하고 있어 다른 길로 갈 가능성이 높다.
▼ 조 의원께서 민주당 후보가 되어 본선에 나가더라도 현실적으로 민주당으로선 외연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신당 후보에 밀릴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렇게 되면 후보단일화 협상에서도 신당 후보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습니까.
“당세(黨勢)를 말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차이가 있지만 본선에 가면 누가 전국적인 후보인지,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로 귀결될 겁니다. 후보 개인의 지지도가 올라가면 의원 수나 당세가 절대 기준은 안 되지요. 열성당원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고 전국적인 조직이 있느냐, 그런 것이 중요해집니다. 민주당은 50만명의 열성당원을 확보했고, 비교적 조직이 잘 갖춰진 정당 아닙니까.”
▼ 조 의원께선 민주당의 후보가 되고, 나아가 범여권의 단일후보가 될 자신이 있는 건가요.
“그렇죠. 자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