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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SF영화 찍느냐’고 비웃던 놈들아, 진실을 보여주마!”

  • 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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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영화 ‘크로싱’ 만든 김태균 감독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 그럼 영화를 찍고 난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인가?

“영화를 찍는 내내 무서웠어. 두 번인가 김정일에게 잡혀가는 악몽도 꿨다니까? 북한에 끌려가서 죽도록 고문을 당하다가 깜짝 놀라 깨어나면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영화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비난을 받지 않을까, 혹시 서울의 어느 뒷골목에서 테러를 당하는 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고. 그때 하나님을 많이 원망했지. ‘하나님, 제가 그렇게 싫다고 도망 다녔는데, 왜 제게 이런 어려운 일을 맡기십니까.’

언제부턴가 오기가 생기더군. ‘그래, 끝까지 가보자. 모두들 성공할 수 없다며 말리는 이 작품을 내가 한번 완성해 보이겠다. 그래서 외면당하는 진실의 한 면을 보여주리라.’ 그렇게 된 거야.”

그날, ‘대학동기 김태균’의 사무실에서 시작된 대화는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각각 자기 일에 파묻혀 살다가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만난 우리는, 그날 꽤 취했다.

‘탈북’은 상업영화판에선 불가능한 소재



다음 날, 김태균과의 만남을 정리해봤다. 흥미로웠다. ‘크로싱’을 찍은 김태균 감독은 내가 알던 과거의 김태균이 아니다. 그가 자인한 것처럼, 그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변했다. 과거의 김태균은 ‘영화에 미친 친구’, 겉으로는 ‘자유분방하다 못해 좀 껄렁해 보이기까지 하던 친구’였다. 그런 김태균이 심각한 얼굴로 탈북자 얘기를 몇 시간이나 계속하다니. 하나님 얘기는 또 뭔가. 그는 몇 해 전 가족을 만나러 미국에 갔을 때(그는 아내가 미국 유학 중이라고 했다) 마지못해 끌려간 교회에서 ‘하나님의 터치(touch)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건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워.” 술자리에서 그는 조금은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세상에. 그 김태균이? 이 영화의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다시 전화를 걸어 정식 인터뷰를 요청했다. 내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조금 화가 나 있었다. 6월 초로 돼 있던 ‘크로싱’ 개봉 일정이 투자배급사 사정으로 연기됐다는 것이었다. 올 여름 할리우드 영화가 워낙 강세인데다 주된 관객층인 20대 이하의 ‘크로싱’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게 이유라고 했다. 더욱이 ‘크로싱’ 같은 탈북자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도 공연히 화가 났다. ‘영화판 사람들이 그렇게 안목이 없어서야. 그거 내가 보기엔 대박인데…’ 덩달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다시 만난 11일 일요일 오후, ‘김태균 감독’이 먼저 입을 뗐다. 조금은 맥 빠진 듯한 모습이 안돼 보였다.

“송 기자와 만난 다음 날부터 며칠간 굉장히 힘들었어.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가기로 했었는데…. 사실 상업영화가 주류인 현실에서 ‘크로싱’ 같은 영화는 애당초 나오기가 불가능해요. 지금까지 북한이나 탈북을 소재로 한 영화가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다가 이번 작품에 강력한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또, 북한을 소재로 한 스토리는 우리 관객에겐 ‘그들의 얘기’일 뿐인데다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만 아파지잖아? 그런 점에서 젊고 의욕 있는 투자자가 40억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김 감독에 따르면, 그동안 북한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몇 편 나왔지만 거개가 코믹을 가미한 것이었고, 그나마 성공한 작품은 없었다. 심지어 2년 전 영화계에서 ‘필승카드’로 꼽히는 차승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국경의 남쪽’이란 작품도 관객 30만명을 채우지 못한 채 간판을 내렸다고 한다.

▼ 그래도 ‘크로싱’에선 차인표라는 스타를 내세웠잖아요?

“인표 씨는 드라마 쪽에선 성공을 했지만, 사실 영화 쪽에선 이렇다 할 대박 작품이 없어요. 그래서 영화계 일각에선 ‘기피인물’로 꼽히기까지 하지. 그러니까 ‘크로싱’은 영화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두 가지나 안고 출발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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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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