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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에 길을 묻다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 역사는 반복된다”

여불위와 성완종의 정경유착

  • 김영수 | 사학자, 중국 史記 전문가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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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가 시들면 사랑도…”

귀한 패물 등을 갖고 함양에 들어온 여불위는 사람을 넣어 화양부인의 언니를 찾았다. 화양부인의 언니를 만난 여불위는 진귀한 패물을 화양부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며 자초의 근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자초가 아버지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늘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린다고 전했다. 또한 자초가 조나라의 유력자들은 물론 각 제후국에서 온 빈객들과 두루 사귀며 명성을 높이고 있다는 근황도 덧붙였다. 여불위는 화양부인의 마음을 흔들어놓으려 언니에게 “미모로 (남자를) 섬기던 사람은 그 미모가 시들면 (남자의) 사랑도 시드는 법”이라며 안국군의 사랑이 아직 건재한 지금 훗날을 위해 듬직한 양자를 들여야 할 것이라고 화양부인을 설득게 했다.

화양부인의 언니는 여불위의 패물과 말을 전했고, 화양부인은 전적으로 공감했다. 화양부인은 안국군이 한가한 틈을 타서 눈물을 흘리며 자식 없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다가 자초 이야기를 꺼냈다. 화양부인을 총애하는 안국군인지라 자초를 양자로 삼겠다는 화양부인의 청을 들어줬고, 화양부인은 기쁨과 동시에 양아들 자초를 어떻게 하면 귀국시킬 수 있을지 근심에 싸였다. 안국군과 화양부인은 여불위에게 자초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하는 한편 넉넉하게 물품까지 딸려 보냈다.

자초를 알리기 위해 함양을 찾은 여불위가 화양부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 대신 그의 언니를 이용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직접 물건을 갖고 가거나 소개하는 것보다 ‘구매자’가 믿을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을 통해 물건을 소개하는 쪽이 물건의 가치를 더 높이는 것은 물론, 그 물건에 대해 신비감을 갖게 만들 수 있다는 고도의 상술이 숨어 있었다. 더욱이 당시에는 상인은 그다지 신뢰받는 신분이 아니었다. 여불위는 이처럼 상인에 대한 선입관을 피해 가려는 노림수까지 염두에 뒀다. 이렇게 해서 자초는 진과 조, 두 나라는 물론 제후국 전체가 주목하는 요인(要人)이 됐다.

“죽을죄를 지으셨습니다”



다음 수순은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에게 자초라는 상품을 선보이고 눈도장을 받는 일이었다. 그래야만 자초를 한시라도 빨리 귀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은 다음 왕위 계승자인 안국군을 이용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소양왕의 반응이 냉랭했다.

여불위가 그 대안으로 선택한 타깃은 왕후다. 화양부인을 끌어들일 때와 마찬가지로 직접 왕후를 찾아가지 않고 중간에 사람을 넣었다. 여불위가 찾은 중개인은 왕후의 동생 양천군(陽泉君). 여불위는 양천군을 찾아가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자.

여불위 : 양천군께선 죽을죄를 지으셨는데 알고 계십니까.

양천군 :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죽을죄를 지었다니 무슨 말인가.

여불위 : 양천군께서는 왕후의 동생으로 높은 자리에 넘치는 녹봉, 그리고 구름같이 몰려드는 미인들을 원 없이 누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태자 안국군께서는 정말 암담한 신세라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입니다. 양천군께선 대체 누구의 복을 누리고 계시며, 누구의 이익을 얻고 계시며, 누구의 권세에 의지하고 계시며, 누구의 돈을 쓰고 계시며, 누구의 권위로 뻐기고 다니십니까. 바로 지금 왕과 누이이신 왕후가 아닙니까. 모름지기 일이란 예측하면 성사되지만, 예측하지 못하면 쓸모없게 됩니다. 이는 아주 간단한 이치입니다. 지금 왕께서는 연로하십니다. 조만간 태자께서 왕이 되시면 양천군께서 지금처럼 하고 싶은 대로 하시도록 놔두시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하루 살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목숨까지 걱정해야 할 겁니다.

양천군 : (잔뜩 겁을 먹고는) 선생께서 제때 잘 이야기하셨소.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오?

여불위는 조나라에 인질로 가 있는 자초를 화양부인이 양아들로 삼은 사실과 안국군의 심경을 전했다. 그리고 지금 자초가 제후국들 사이에서 어떤 명성을 얻고 있는지 조나라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정작 진나라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훗날을 위해 소양왕 앞에서 자초를 칭찬하고 그의 귀국을 요청하라고 일렀다. 그 일이 성사되면 나라도 없이 떠돌던 자초에게 나라가 생기고, 자식 없던 안국군 부부에게 자식이 생기니 모두가 양천군 당신에게 감사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 죽을 때까지 지금과 같은 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회유했다.

“한번은 희극, 한번은 비극 역사는 반복된다”

허난성 낙양시 동쪽으로 20km쯤 떨어진 언사시(偃師市)에 남아 있는 여불위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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