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 특집 1 > 문재인 정부사용설명서

“文 정권의 뇌와 등뼈는 소장파 7인방(J7)”

< 문재인 人事 심층취재 > 임종석, 양정철, 김경수, 노영민, 최재성, 강기정, 이호철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7-05-18 14:44:3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높은 충성도, 개혁이론·전략, 탄탄한 정치 입지, 학생운동 문화 경험”
    • “시차 두고 새 정부 이끌 것”
    • “양정철, 문 대통령 성공 위해 나서지 않을 것”
    • “부산에서 이호철 때문에 난리”
    • 돌아온 친노와 新문재인계도 약진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연일 숨 가쁘게 단행되는 인사(人事)에선 몇 갈래 흐름이 읽힌다. 5년 국정운영 방향도 그려진다. 문 대통령의 측근 백원우 전 의원은 국무총리 후보와 대통령비서실장·수석비서관 인선에서 드러난 문 대통령의 인사 콘셉트를 ‘실용, 합리’로 규정한다.

    “이데올로기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을 배치해요. 면면을 보면 해당 직책을 잘 수행할 경험과 역량을 갖췄어요. 이런 ‘인사 컬러’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죠. 이제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불필요해요. 보수는 무엇을 지킨다는 건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여태 지키지 않아 문제가 됐죠. 문 대통령의 인사에선 이런 가치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혀요.” 

    백 전 의원의 해석은 상당히 타당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취임 일주일 동안 문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 스타일은 ‘소장파 중용’(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관료 활용’(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 ‘지역 안배’(이낙연 국무총리 후보)로 정리될 수도 있다.



    박원순·문재인·노무현의 교집합

    첫 인사를 보면 외형상 양정철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 같은 친문(문재인)계 핵심을 배제했다. 그러나 임명된 인물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친문·친노(노무현) 색채를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임명된 인물들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적폐청산, 국가 대청소, 권력기관 개혁, 일자리 창출, J노믹스 실현 같은 촛불민심 과제 완수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여권 일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들이 청와대에 대거 입성했다고 평가한다. 임종석 비서실장(서울시 정무부시장),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수현 사회수석(서울시 서울연구원장), 조현옥 인사수석(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박원순 시장 밑에서 일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김수현 수석은 이에 앞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냈고 환경부 차관도 역임했다. 조현옥 수석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자문위원을 거쳐 청와대 인사수석실 균형비서관으로 일했다. 두 사람 모두 ‘원조 친노’에 가깝다. 더구나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 문 대통령과도 함께 근무한 인연을 갖고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의 ‘1m 측근’이랄 수 있는 후보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또한, 문재인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한 측근들만 모였다는 ‘광흥창팀’ 멤버였다. 따라서 임 비서실장은 ‘신문계(新문재인계)’라 할 수 있다. 하승창 수석은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사회혁신·사회적경제위원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의 인재들을 쓰겠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청와대에 박 시장과 함께 일한 인물들이 입성한 건 이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박원순’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즉, 이 인물들은 ‘박원순·문재인·노무현의 교집합’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보수정권 9년 동안 뚜렷한 일자리가 없던 진보성향 젊은 정치인들이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에게 몸을 의탁했다는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양정철은 글 쓰는 사람”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양정철 전 비서관이다. ‘문재인의 복심’ 양 전 비서관은 청와대 1부속실장이나 총무비서관에 거론됐으나 청와대 인선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자리를 맡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3철’의 한 명으로 늘 언론의 추적을 받고 있어 정권 초기에 그를 기용하는 것이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적당한 시기에 불러들이기 위해 ‘예비자원 1호’로 남겨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광흥창팀의 한 멤버는 기자에게 “광흥창팀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사심 없이 밀었고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는 부분이 있어 문 대통령에 대한 로열티(충성심)가 매우 강하다. 임종석·윤건영 실장은 정부에 참여하겠지만 다른 분들은 중요한 직책을 맡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원우 전 의원은 양정철 전 비서관이 억울해 할 점이 많다며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양정철은 글 쓰는 사람입니다, 글 쓰는 사람. 모든 게 다 양정철 비서관이 한 것처럼 포장되는데. 그건 언론이 만들어놓은 겁니다. 아는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으니까. 양정철 비서관에 대한 언론의 사감(私感)이 작동했다고 보고요. 국정에서 저는 인사권자가 아니니까 이렇다 저렇다 할 순 없지만 양정철 비서관은 아마 문재인 대통령 성공을 위해 자기가 뭔가 직접 나서는 그런 일은 안 할 거예요.”



    ‘노영민 미스터리’

    ‘3철’의 또 한 명인 이호철 전 수석은 대선 직후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는 글을 남기고 홀연히 출국했다. 이 전 수석은 대선 때 직책을 맡지 않았다.

    그의 출국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전 수석의 지인인 B씨는 “부산에선 지금 난리가 났다. 이호철의 권유로 선거를 도운 사람이 많은데, 혼자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모두가 논공행상에서 제외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B씨는 “이 전 수석이 혼신을 다해 선거운동을 해놓고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출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수석도 활용 여지가 있는 예비인력으로 봐야 한다.

    중국대사로 내정된 노영민 전 의원은 첫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비서실장 물망에 올랐다. 3선 국회의원 관록 때문이다. 그러나 비서실장 자리는 임종석 전 의원에게로 넘어갔다. 노영민을 둘러싼 이 흐름은 문재인 정부 초기 최대 미스터리로 남을 전망이다. 하지만 사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주중대사 자리도 요직이다.

    최재성·강기정 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청와대 정무수석 후보로 밀었지만 전병헌 전 의원에게 밀린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3선 의원의 관록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최·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