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특집 2 패자부활전

<범보수 정계개편 퍼즐>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재통합? 바른정당, 국민의당과 합당?

  • 이종훈 정치평론가|rheehoon@naver.com

    입력2017-05-18 15: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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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汎)보수 진영이 정계개편 소용돌이에 휘말릴 조짐을 보인다. 19대 대선에서 고배를 든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행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선택은?
    탄핵 정국에서 범보수 진영이 둘로 쪼개졌다. ‘친박(親박근혜) 청산’을 외치면서 비박(非박근혜)계 일부가 탈당했고, 개혁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새누리당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이후 두 당 모두 경선을 치러 대선후보를 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안보 프레임을 내걸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끝에 보수세력의 부분적 재결집에 성공했다. 그 결과 24.03%를 득표했다. 절반의 성공을 일군 셈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TV토론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끝에 중도보수 세력의 부분적 재결집에 성공했다. 6.76%를 득표했다. 합치면 30.79%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51.55%를 득표했다. 두 후보가 합쳐 당시 얻은 표의 59.73%를 회복한 격이다. 그때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진 때와 비교하면, 그나마 많이 회복한 편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지금쯤 자유한국당은 와해 위기에 봉착했을 것이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전원이 물러났을 것이고, 홍 후보도 잠적해야 했을 것이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비박계 일부는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합류하려 들었을 것이다. 범보수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바른정당이 쥘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바른정당

    그런데 홍준표 후보가 유승민 후보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득표를 했다. 더욱이 선거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추월해 2위를 일궈냈다. 당연히 선거 후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는 중이다. 자유한국당 내에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홍 후보가 선전하면서 선거 막판엔 오히려 바른정당 소속 의원 가운데 13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 복당을 시도했다. 자유한국당 비대위는 5월 12일 이들의 복당을 최종 결정했다. 범보수 정계개편의 주도권이 자유한국당으로 넘어간 것이다.

    13명의 복당으로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107석으로 세 자릿수를 회복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격차도 13석으로 줄어들었다. 바른정당의 잔류파를 추가로 흡수하면 127석으로 원내 제1당 지위를 회복한다. 강한 야당으로 변모할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당연히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 내에선 바른정당과의 재통합론이 힘을 얻어가는 중이다.

    먼저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5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탄핵으로 갈라진 보수세력을 하나로 규합해야 한다”면서 “모든 시시비비와 갈등은 접고 ‘보수대통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비록 이번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그 과정에서 가까스로 보수 재결집의 계기가 조성됐다”면서 “이참에 범보수 계열인 바른정당과도 재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바른정당은 존폐를 걱정해야 할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단 1명이라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는 순간,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는다. 바른정당은 끝내 사라지고 말 것인가. 보수개혁의 실험은 무위에 그치고 말 것인가. 당내 소속 의원들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속에 유승민 의원은 일단 방어벽을 치고 나섰다. 그는 5월 13일 ‘바른정당 대구시당 대통령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좁은 문으로 들어와서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가고 있지만, 이 길을 끝까지 가야 희망이 있다. 앞으로 바른정당이 깨지고 없어질 때까지 남아 있겠다.”


    친박계 vs 친홍계

    보수를 넘어 중도까지 영역을 넓혀야 차기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역시 친박계를 청산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선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전략적 동거를 택했지만 적당한 시점에 결별해야 하는 것이다. 그 시점은 언제일까. 2018년 6월 지방선거가 기점일 것이다. 그때부터 친박계 풀뿌리 조직을 와해시키고 친홍(親洪)계 풀뿌리 조직을 건설하려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 봉착했을 때 친박계는 어떤 선택을 할까. 당에 끝내 잔류해 투쟁할 것인가. 탈당해 재창당한 새누리당에 합류할 것인가. 홍 전 지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친홍계로 거듭날 것인가. 친박 핵심 가운데 일부는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잔류해도 공천을 못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에서 핵심과 거리가 멀었던 주변부 친박계 상당수는 잔류해 친홍계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 친홍계로 갈아탈 친박계 국회의원이 몇이나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런 국면에 이르면, 미래의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손을 내밀 것이다. 친박계 핵심들을 청산했으니 이제 돌아오라는 제안이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과거 새누리당을 떠난 이유는 친박 청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소위 ‘친박 8적(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김진태, 홍문종, 이장우, 조원진, 이정현 의원)’ 청산을 요구했다. 그런데 홍 대표가 친박 8적을 청산한 뒤 통합을 요구하면, 일단 명분상 거절하기 힘들다.

    재입당한 바른정당 의원 13명은 이미 어쩔 수 없이 친홍계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결단으로 최초 입당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나머지 재입당파 역시 2020년 총선 공천까지 보장해준다는 약속만 이뤄진다면 기꺼이 친홍계가 되고자 할 것이다. 친박 8적을 탈당시키고 바른정당 잔류파 가운데 8명 이상을 받으면, 홍 대표로선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으로 떠난 홍 전 지사의 머릿속엔 아마도 이런 구상이 담겨 있지 않을까 추정해본다.



    주목되는 차기 전당대회

    전당대회에서 또다시 친박계 대표가 탄생한다면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일단 비박계가 동요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선에서도 패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더불어 설령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본인들은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엄습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장악하면서 아예 자신들을 몰아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극에 달할 것이다.

    폐족에서 부활한 친박계는 더불어민주당 내 친노(親노무현)계처럼 과거보다 더 정권교체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패권주의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들은 ‘박근혜 복권(復權)’을 외치며 자유한국당을 ‘더 친박당’으로 만들려고 할 게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친박계 대표 체제하에서 치러질 2020년 총선에선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공천’이 더욱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 어차피 공천을 받지 못할 바엔 차라리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바른정당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하겠다는 비박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대표가 나오느냐 비박계 대표가 나오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이 당을 다시 떠나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자유한국당이 되레 반쪽이 되는 상황이다. 비박계의 집단탈당 사태가 벌어지면, 사태 이후 바른정당 의석수가 자유한국당보다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바른정당이 원내 2당, 그러니까 기호 2번으로 후보를 내는 상황이다.
    이제까지 분석한 내용 모두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다. 어떤 쪽으로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다. 다만 범보수 정계개편이 임박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계개편이라도 해서 거듭나야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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