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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의 산실

상명학원 80주년 준비위원장 김종희 행정대외부총장

  • 김현미 기자|khmzip@donga.com

‘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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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5월 도쿄고등기예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계당 배상명(1906~1986) 여사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일깨우고 지도할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14번지에 ‘상명고등기예학원’을 개원했다. 이 작은 사설학원이 오늘날 재학생 1만2000여 명의 상명대학(서울과 천안 캠퍼스)을 비롯해 부속 여자중·고등학교, 부속 초등학교 및 부속 유치원을 거느린 ‘상명학원’의 모태가 됐다.

“나는 조선 500년간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가정과 남성에게 예속되어 있는 여성들의 진정한 힘의 소재가 새로운 교육의 힘에 의해서 꽃필 수 있으리라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나의 학원 설립 계기도 바로 이와 같은 여성 운동에의 신념, 또는 여성들이 지닐 수 있는 구국운동에의 의식 각성을 목표로 해서 굳어진 것입니다.”(1977년 상명학원 40주년을 맞아 계당의 회고 중에서).

1939년 2월 23일 상명고등기예학원은 상명실천여학교라는 이름의 정규학교 인가를 받는다. 상명실천여학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민족교육을 저지하려는 일본의 온갖 방해 속에서도 당당히 우리 손으로 설립한 정규학교였다. 그해 4월 신입생을 선발하며 계당 선생은 덕성을 계발하는 전인교육과 실천적인 여성교육 지도자 육성을 강조했다.



사람의 잠재력과 가치를 존중하는 교육

2017년은 상명학원 설립 80주년이자 상명대학 개교 52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5월 17일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홍지문2길에 위치한 상명대학 서울 캠퍼스(흔히 세검정 캠퍼스라고 함)는 활기가 넘쳤다. 상명의 울타리 안에 있는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교직원과 동문들까지 모두가 주인공인 생일잔치니 웬만한 학교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큰 잔치다. 



“5월 16일 개교기념식을 하고 18일에는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바리톤 김동규 석좌교수가 총 연출한 8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립니다. 음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출연해 화음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마련한 행사인데 참여 열기가 대단합니다. 당장 표가 500장이나 모자란다고 하니 큰일이네요.”

김종희(62) 상명대학 행정대외부총장은 입으론 “큰일 났다”고 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이다. 상명학원 설립 80주년 준비위원장이기도 한 김 부총장은 올해 열리는 모든 행사를 기획하면서 상명의 역사를 담은 두 권의 책 ‘상명을 말하다’와 ‘상명을 보다’를 펴냈다. 이 책의 편찬사에서 김 부총장은 이렇게 썼다.

“상명 발전의 원동력은 사람의 잠재력과 가치를 존중하는 고유한 상명문화와 상명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상명의 교육정신은 선생님을 키워내는 사범대학에서 출발한, ‘사람’이 되게 하는 전인교육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설립자의 창학 이념이 8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라

-상명대학의 인재상이 ‘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재를 말합니까.
“우리 학교는 ‘신뢰받는 지성인’ ‘창의적인 전문인’ ‘정의로운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신뢰받는 지성인이란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적 인재를, 창의적인 전문인이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인이면서도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창의적 개발 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말합니다.

‘정의로운 민주시민’은 사람의 도리를 깨닫고 정의를 실천하는 인재를 가리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공지식 탐구역량, 다양성 존중역량, 윤리 실천역량, 창의적 문제 해결역량, 융복합 역량 등 5대 핵심 역량을 갖춘 ‘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를 길러내고자 합니다. 쉽게 말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자는 것이죠.”

-어떻게 해야 그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나요.

“학교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학교에 오는 것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됩니다. 저는 학생들 입에서 ‘학교가 편하다’는 말이 나올 때 가장 기쁩니다. 학교가 좋아서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카페처럼 편안한 도서관, 책을 앉아서도 보고 누워서도 볼 수 있는 공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룸, 어디서든 노트북만 꽂으면 교실이 되는 캠퍼스가 그런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나온 것이죠.

또 우리 학교만의 프로그램으로 ‘교양과 인성’ 수업이 있습니다. 교수 1인당 5명의 학생이 배정돼 학기당 15시간씩, 8학기 동안 진행됩니다. 교수와 함께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교 생활과 진로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애착도 생깁니다. 애교심과 소속감은 덤이죠.”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대학

- 상명대학은 정부로부터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꼽히지 않았습니까.
“2015년 학부교육선도대학 지원사업(ACE)에 선정돼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발돋움했고, 2016년에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지원사업(PRIME)에, 2014년 이후 시행된 교육부 학과교육 특성화사업(CK)에는 총 8개 사업단이 선정됐습니다. 올해는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교육국제화역량 인증평가에서 선정돼(인증기간 3년) 2013년 1주기에 이어 연속으로 인증대학이 됐습니다.”

그 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운영기관, 교육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고용노동부 진로·취업지도 선도 시범대학, 대학창조일자리센터 사업, 중앙일보 2015 대학평가 ‘교육중심 우수대학’, 교육부 K-MOOC 참여대학, 미래창조과학부 대학 ICT연구센터 육성지원사업 주관기관, 문화체육관광부·한국콘텐츠진흥원 ‘창의인재동반사업’,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 ‘SK청년비상프로그램, 테크숍 구축 지원사업’ 등에 상명의 이름을 올렸다.

“인성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진로교육입니다. 일단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개인별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이번 방학에는 무엇을 할지, 주말에는 무엇을 할지 계획하고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게 하는 것이지요. 또 다전공, 부전공, 자기설계융합전공 등 어느 전공이든 넘나들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일례로 공대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디자인에 공학을 접목합니다. 교수들에게는 융복합-학제 간 연구를 강조합니다. 자기 것을 조금 내려놓고 다양한 교과목을 열어서 학생들이 폭넓게 선택할 수 있게 하라는 것이죠. 철저히 학생 중심의 학사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국고지원사업 선정 대학에서 상명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준방 이사장을 중심으로 이미 1994년에 향후 10년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담은 ‘SMART2005’를 마련하고 핵심과제들을 단계적으로 실현해왔기 때문이다. 그 첫 결실이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하는 대학종합평가에서 ‘최우수대학’ ‘최우수대학원’에 선정된 것이다. 이후 2004년 제2단계 발전계획인
‘SMART2015’를 수립하면서 ‘매력 상명! 다이내믹 상명!’이라는 비전 아래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그 과제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 국제적 첨단 연구 인프라를 창출하는 대학, 사회를 리드하는 특화된 융·복합 지식을 창조하는 대학으로 성장·발전해 나가겠다는 목표가 녹아 있었다. 한편 김종희 행정대외부총장을 중심으로 국고사업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교수들이 각종 평가와 인증에 철저히 대비해온 것도 ‘다이내믹 상명’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다.


남녀공학 전환은 신의 한 수

- 상명대학이 퀀텀점프를 하게 된 배경에 1996년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60년 넘게 여성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터라 남녀공학 전환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죠. 자칫하면 사범대학의 전통과 명문 여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동문들이 남녀공학을 반대하면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공이 제게 넘어왔습니다. 제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었거든요. 당시 학번이 높은 동문들은 여대로서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 반면, 젊을수록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문들 한 분 한 분 만나 의견을 듣고 학교가 영원히 살아남아 명문사학으로 거듭나려면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찌 보면 일찍이 계당 선생이 말씀하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바퀴의 한 축을 맡아 굴러가야 한다’는 수레바퀴 이론도 사회 변화에 따른 남녀공학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상명식 ‘사람교육’

당시 비슷한 여자대학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동문회와 동문 교수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상명대학의 선견지명과 동문회의 현명한 판단이 학교의 미래를 좌우했음을 알 수 있다.
“남녀공학 첫해 신입생 가운데 남학생이 34%나 됐어요. 그 남학생 중에서 교수가 6명 배출됐습니다. 산학연구처장인 김동근 교수(휴먼지능정보공학과)가 바로 96학번이죠.”

김종희 부총장은 상명여자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 74학번이다. 운동을 좋아하던 여고생 김종희는 대학에 와서 한국 에어로빅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영숙(85) 상명대 명예교수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선수가 아니어도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생활체육’에 눈뜬 것. 군대식 체조만 배워온 학생들도 음악에 맞춰 즐겁게 운동하는 에어로빅에 환호했고 심지어 군대에까지 에어로빅이 도입될 만큼 전국적인 열풍이 불었다.

상명사대 출신 체육교사들은 에어로빅 전도사가 됐고, 김종희 부총장은 ㈔한국에어로빅스건강과학협회 이사(1996~2016)와 이사장(2015~2017)을 지내며 에어로빅 보급을 지원했다. 이후 한국여성축구연맹 회장, 한국레저스포츠학회 회장 등을 지낸 것도 첫 단추는 에어로빅이었다.

“저는 대학 입시에서 예체능 실기 비중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합니다. 체육학과에 들어오는 학생이 100m 달리기에서 0.1초 빠르다고, 윗몸일으키기를 한 번 더 한다고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실기 위주의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면서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도 큰 문제죠. 그래서 실기 비중을 확 줄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아니라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 학생을 뽑아서 잘 그리게끔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상명의 교육 목표이자 전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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