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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중국도 인정한 중국통’ 김흥규 아주대 교수

  • 이문기|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시진핑-트럼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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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5년 7월 일본 총리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가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한국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고 합의한 게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미국이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지키는 대신 한반도를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게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 ● 북핵 해결할 어쩌면 마지막 기회… ‘對北압박 공조’에 편승해야
  • ● 평양發 남북관계 개선 신호 그대로 받으면 안 돼
  • ● 남북협상으로 공조 깨뜨리면 ‘코리아 패싱’… 美·中 간 밀약 맺을 수 있어
  • ● 美·中공조 성과 낸 후 남북관계 개선책 가동하자
김흥규(54) 아주대 교수는 ‘중국통(中國通)들이 인정하는 중국통’이다. 35년간 중국을 탐구해왔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외교원에서 일했다. 19대 대통령선거 때는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좌장을 맡았다. 중국 정·관계와 군부·학계 인사들도 존중하는 대(對)중국 전략통을 5월 9일 서울 광화문 미래전략연구원에서 만났다.  



안희정 캠프 외교·안보 좌장役

“대학교 1학년 때인 1982년 에드거 스노가 쓴 ‘중국의 붉은 별(Red Star Over China)’을 읽으면서 ‘나는 중국이다’ 생각했어요. 중국이 삶의 주제로 자리 잡은 지 35년이 흘렀습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연구자가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과 수교도 안 됐고요. 중국 연구로 밥을 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분위기였죠.”

중국에 대한 관심이 그를 미시간대로 이끌었다. 케네스 리버살, 미첼 옥센버그 등 중국 연구 거장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미국에서 국제정치, 비교정치를 함께 전공했기에 한국에 돌아와 국립외교원에서 일하면서 외교·안보의 틀로 중국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원을 놓고 어떻게 타협하고 갈등하는지를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터라 중국 내부 시각에서 베이징이 내놓는 대외정책을 분석할 수 있었어요. 국립외교원 산하에 정책연구소가 하나밖에 없을 때인데, 그곳에서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이 달랑 저 하나였습니다. 중국 연구가 그만큼 취약했어요. 그 덕분에 훈련을 잘 받았죠. 중국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정책보고서를 썼거든요.”



중국공산당과 인민해방군 인사들도 한국의 중국통인 그를 신뢰한다. 중국군사과학원과 중국국제전략학회가 함께 주최하는 향산논단(香山論壇)은 포럼 때마다 그를 초청한다. 향산논단은 서방 중심의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 맞서 중국 군부가 2006년부터 2년마다 개최해온 포럼이다. 2013년 그가 내놓은 연미화중(聯美和中) 전략이 베이징에서 특히 주목받았다.

“중국 친구들이 저한테 내밀한 얘기를 했을 때, 그것을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기에 신뢰가 쌓였습니다. 그 덕분에 정부 간 공식 채널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제 나름의 채널로 속 깊은 얘기를 나눕니다.”

-19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사이 한반도 정세가 긴박했습니다. 4월 6, 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미중 공조가 진행 중입니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페리 프로세스에 따라 평양 방문을 검토한 후 17년 만에 북핵 문제를 풀어낼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한국에도 기회가 온 것입니다.”

1999년 10월 작성된 페리 프로세스는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이 내놓은 클린턴 행정부의 포괄적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다. 대량살상무기 개발·배치 종식 대가로 경제 원조와 외교관계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내용이다.

“미중이 전례 없는 공조 체제에 들어가는 형국입니다. 정상회담에서 큰 틀의 해법에 합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북핵 문제는 긴급하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둘째, 미중이 각자의 방법으로 압박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셋째, 핵과 미사일을 일단 동결시키고, 그것을 기반으로 삼아 비핵화로 나아간다. 넷째, 북한 정권 생존을 보장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한다.”  



“中, 적극적 한반도 관리 나서”

그는 “미중이 현실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목표는 핵과 미사일의 동결이라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핵 동결 방안을 바탕으로 북한·미국·중국이 합의할 공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력이 급상승한 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이 대결하는 국면이 펼쳐졌다. 통상 분야에선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중국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가 맞섰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를 선언했다. 현재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약화하고 대륙에 대한 중국의 주도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흐름이다.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신형대국관계’를 상정하고 독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전략 행보가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모습”이라면서 “2016년 말 이후 중국은 적극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한반도 문제 해법을 추구해왔으며 한반도를 자국의 영향권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외주’ 방식으로 북한을 비핵화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최대 압박과 관여’ 정책에 중국이 어느 수준까지 행동을 함께할까요.
“미중 합의가 즉흥적 조치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 이해, 장기 전략을 반영한 것이기에 일반적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전개될 소지가 큽니다. 러시아 스캔들로 휘청거리는 트럼프의 대외정책 가운데 성과를 낼 만한 게 북한 문제 외엔 없습니다. 트럼프는 2018년 11월 중간선거 이전까지 대외정책에서 성과물을 내놓으려 할 거예요.”

-미중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될 듯합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묵계가 있었습니다.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한반도에서 대결하기보다는 관리·합의를 통해 문제를 푼다는 거였죠.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갈등이 생겼는데, 베이징은 사드가 재균형 전략의 일부로 작동하리라고 봤으며 워싱턴이 그간의 묵계를 깼다고 여겼습니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을 통해 묵계를 복원했습니다. 워싱턴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을 우려해왔는데, 베이징은 해양에서는 공세를 접고 신중한 모드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이 한국을 베이징을 압박하는 거점으로 활용하지 않는 대신 중국 또한 해양에서 미국과 협력하는 그림이 그려진 것 같아요.”


미국과 중국의 묵계

-미중이 주고받기를 했다는 건가요.
“남중국해 및 북핵 문제에서 이해관계를 교환해 상호 존중하기로 합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이 북핵 문제는 중국이 내놓은 안에 협력하고(해양 세력의 협력),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안정화(대륙 세력의 해양 세력 이해 보증)할 개연성이 커 보입니다. 중국이 가진 외교 DNA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엔 자국을 발전도상국으로 규정해 주도적으로 대외정책을 전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반응하는 수준으로 한반도 정책을 짰습니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의 중국은 강대국을 자임합니다. 대국이라는 점을 전제로 세계정치에서 대전략을 구상해요. 이 과정에서 한반도 전략도 재평가했고요.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주임이 최근 발표한 북핵 문제 평가 및 전망 보고서는 한반도 정책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 같은 문건입니다. 시진핑 면전에서 지도자의 생각과 다른 견해를 거리낌 없이 제기하는 인물로 꼽히는 푸잉이 한반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푸잉은 대화 재개만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압박을 가하다 돌연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시그널을 내보냈다. “김정은은 분명히 영리한 녀석(Smart Cookie)일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압박한 게 베이징의 대북정책 변화에 촉진자 구실을 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대북정책 변화의 본질은 중국이 국가 이익 관점에서, 지역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과정에서 독자적, 주도적, 구체적으로 한반도 전략을 재검토한다는 점입니다.”

-중국 주도로 북한 문제가 다뤄질 수도 있겠군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워싱턴에서 흘러나오는 합의 내용은 중국의 언어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對)한반도 정책의 내용을 베이징이 채웠다는 뜻입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시진핑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를 수용했습니다. 공화당 전략가들도 트럼프를 외면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해 복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을 주도적, 적극적으로 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標本兼治 雙軌竝行

중국은 2016년 표본겸치(標本兼治·근본적 원인과 시급한 증상 처리를 동시에 한다)를 북핵 해법으로 내놓았다. 방법론은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협정 동시 진행). 표본겸치의 레드라인은 한반도 전쟁과 혼란의 불용이다. 쌍궤병행 1단계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한미연합군 합동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雙暫停)’하는 방안을 베이징이 내놓았으나 당시의 한국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미중 공조 국면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해야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남북 대화를 서두르지 말라고 제안합니다. 외교·안보 정책을 입안한 분들이 남북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풀겠다는 관성을 갖고 있어 걱정입니다. 미중이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할 일은 두 나라의 공조가 더욱 강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미중의 대북 압박에 일조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북한은 정권의 생존과 관련해 핵무장이 필요합니다. 남북이 합의하더라도 북측이 약속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북한 처지에서 체제를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남북 갈등이 필요하거든요. 한국이 평양과 대화에 나서면 미중의 대북공조 체제가 이어지는 것을 막게 됩니다. 한국 혼자 힘만으로 북한을 비핵화할 역량이 없어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어쩌면 마지막 기회를 우리가 손상해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 정부에 제안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북 공조 유지를 대북정책 최우선순위에 두십시오. 평양이 남북관계 개선 신호를 보내올 텐데 그대로 받으면 안 됩니다. 대화를 하더라도 현재의 공조 체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북한이 국제 공조에 오랫동안 반발하기는 어렵습니다. 미중 공조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준비한 남북관계 개선책을 가동하면 됩니다. 미국, 중국과 협의해 우리의 제안을 실현해야 하고요”


“美남중국해, 中한반도 밀약” 우려

-미국, 중국의 내부 지향적 정치(Inner Politics)가 심화합니다. 현안을 사안별(By Case), 쌍무적(By Bilateral)으로 해결하려는 양상입니다. 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국은 해양 세력이 대륙 세력보다 힘이 셀 때 해양 세력이 대륙에 마련한 거점입니다. 해양 세력인 미국은 한국이라는 거점을 바탕으로 대륙 세력인 중국을 견제했습니다. 대륙 세력이 강해지면서 남중국해라는 해양에 거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한쪽은 거점을 지키려 하고 다른 쪽은 거점을 마련하고자 충돌하는 거죠.

트럼프와 시진핑이 ‘더는 부딪히지 말자’는 쪽으로 가는데, 한국이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중 관계를 충돌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여선 안 돼요. 우리가 남북 간 협의를 통해 미중 공조를 깨뜨리는 방향으로 가면 미중은 한국의 대외전략 및 역량에 의구심을 갖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을 패싱(Passing)합니다. 밀약을 맺는 거죠. 해양 세력은 대륙의 거점을 지키기 어려워지면 후퇴합니다. 남중국해를 지키는 대신 일본 열도로 후퇴해 미일동맹만 지키면 돼요.”

그는 “시진핑-트럼프 간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우려된다”고 했다. 1905년 7월 일본 총리 가쓰라와 미국 육군장관 태프트가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확인한다. 한국은 일본이 지배할 것을 승인한다”고 합의한 게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휴전선에서 일본 서해안으로 후퇴한다?
“원래 대륙 세력의 땅이니 대륙 세력에 되돌려주는 겁니다. 베이징은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손대지 않기로 하고요. 이렇게 되면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 아닙니까.”

-미중 공조가 앞으로도 탄탄할까요. 워싱턴이 ‘중국 외주’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낼까요. 미중 간 전략적 불신이 존재하기에 베이징의 대북 압박이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중국은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더 대하기 쉽다고 여길 겁니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이 일관된 철학, 이데올로기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터라 사드 문제에 대한 전략적 민감성도 줄었어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 견제의 일환으로 배치를 결정한 것이기에 반발했으나 현 시점에서 베이징은 한국과 타협을 바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간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면 베이징이 평양을 향해 더욱 자신감 있고 강도 높은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중국도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만 미중 간 전략적 충돌과 동북아시아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해요.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면 소통, 공조를 넘어 공모까지 할 공간이 확보된다고 봅니다. 중국에 약속해줘야 할 게 있습니다. 한미관계를 강화하더라도 중국을 적대시하는 동맹이 되지 않겠다,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현상 변경 세력이 되지 않겠다, 평화 통일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확인해줘야 합니다.”  



“韓中 이익공동체 만들자”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갈등이 거셌습니다. 그간의 한중관계를 반성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전략적 인식의 공유 없이 교류의 양적 확대만으로 한중관계가 순조롭다거나, 더 나아가 역대 최상의 관계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기도 했고요. 중국 또한 반성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한중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복안을 듣고 싶습니다.
“중국의 미래 전략에서 한국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북극해가 열립니다. 한국이 환황해, 환동해, 환북극해로 연결되는 지역 협력에서 주도적 국가가 될 수 있어요. 주권, 영토, 영해, 역사, 안보로 얽혀 갈등구조로 가는 것을 막고 이익공동체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북한 문제만 해결되면 이익이 쏟아져 나오는 구도라는 점을 중국에 강조해야 합니다.

북한 탓에 동북3성이 환황해, 환동해, 환북극해 지역 협력에서 고립되고 한국은 사실상의 섬으로 남아 있습니다. 칭다오(靑島)에서 다롄(大連)으로 해저터널을 뚫고 있습니다. 산둥반도에서 태안반도로 해저터널을 뚫거나 해상철도롤 놓고 부산과 후쿠오카를 연결하면 사통팔달입니다.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구도를 구축할 수 있어요.”

-조선중앙통신이 5월 3일 ‘김철’이란 개인 명의 논평에서 “중국이 북·중관계의 ‘붉은 선’을 난폭하게 넘어서고 있다”면서 ”목숨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 (친선을) 구걸할 우리가 아니다”라고 힐난했습니다. 북·중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중관계는 최근 50년 이래 최악입니다. 1956년 ‘8월 종파사건’ 때와 문화대혁명(1966~1976) 초기 북·중 간 무력충돌이 벌어질 뻔한 시기를 제외하면 이렇듯 악화한 시기가 없습니다.”

8월 종파사건(반당 반혁명적 종파 음모 책동 사건)은 북한이 중국과 소련이 힘을 합쳐 김일성을 제거하려 했다는 이유로 소련계, 연안계를 숙청한 일을 가리킨다.


“북·중관계 최근 50년래 최악”

“앞서 강조했듯 중국 외교의 DNA가 바뀌고 있습니다. 전략적 사고의 여러 갈래 중 다수파가 북한에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중국은 과거와 같은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할 겁니다. 북한 또한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고요. 북한이 중국을 지목해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중국은 군사적 조치, 원유공급 중단,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폐기 가능성까지 내비칩니다.”

-4월 말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측 인사들이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거의 단절됐다”고 말하더군요. 중국이 가진 힘으로 과연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느냐는 불안감도 엿보였습니다. 핵실험을 하거나 도발에 나서면 베이징이 난처해진다는 위기의식이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조언한 이도 있고요<상자기사 참조>. 미국, 중국과의 공조도 중요하겠으나 남북 간 채널로도 북한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조했듯 현재 국면에서는 미중 공조에 편승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가장 비용이 적습니다. 북한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역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평양과 전략게임을 벌여 국제 공조에 손상을 주면 다시는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를 갖지 못할 수도 있어요. 코리아 패싱, 심하게는 제2의 가스라-태프트 밀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이어도를 어이할꼬

그는 북한의 행로를 ①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후 한국에 유화책 제시 ②미중 압박 국면에서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면서 한국에 유화책 제시 ③고난의 행군 강행 세 갈래로 내다봤다.

-한중 사이에는 사드,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사안 외 쟁점도 많습니다. 역사 해석 문제, 한중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 정서 강화에 따른 인식상의 갈등, 서해 해상경계 획정 문제 등 양자관계 측면에서 정부가 주목할 사안,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무엇일까요.
“사드 문제를 원만히 매듭짓고 넘어가는 게 시급합니다. 베이징의 방침을 보면 세 가지는 분명합니다. ‘첫째, 한중관계 발전은 중요하다. 둘째, 사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셋째,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갈등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고 싶다’로 요약됩니다.

전략 대화를 통해 출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청와대와 시진핑에 직보할 1.5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대화를 통해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1.5트랙이 한중 간 현안을 해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상경계와 관련해 이어도는 해상 세력과 대륙 세력이 맞붙는 과정에서 중요한 전략적 공간입니다. 중국의 외교부, 군부 어느 쪽도 독자적으로 정책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폭발적으로 국제분쟁화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합의 가능한 것부터 정리해나가야 합니다.



“1.5트랙 활용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중이 어떻게 경제협력을 할지 논의하는 겁니다. 앞서 강조했듯 이익공동체로 나아가야 해요. 문재인 정부가 미래의 경제협력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린 후 그것을 바탕으로 역사, 안보, 영토 등을 녹여내는 역방향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국가에 엄청나게 공헌하는 것입니다.

독생자 정책 탓에 중국 젊은이들이 배타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보다는 덜하지만 한국도 비슷하고요.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 정서에 따른 인식상의 갈등도 이익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중 간 1.5트랙 대화가 왜 중요합니까.

“20세기까지의 외교는 국가가 정보를 장악해 독점했습니다. 21세기엔 정보화 혁명을 통해 개인도 정보에 접근할 길이 열렸어요. 국가기관 간 외교는 책임이 수반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 상황에 대화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사드 국면에서 한중 간 소통이 막힌 게 대표적 사례죠. 1.5트랙은 정부의 견해를 반영할 능력을 가진 이가 정부 관리들과 함께 민간의 이름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중을 떠보고, 상대에게 인풋을 넣어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중전략대화라는 이름으로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전략 대화 채널이 따로 있었고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1.5트랙 전략 대화가 없어졌습니다. 국가안보실-외사영도소조 간 공식 채널만 가동됐는데 그것마저 상견례만 하고 실제 작동이 안 됐습니다. 한중관계가 붕괴하는 위기 상황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오해와 갈등이 중첩된 이유죠. 1.5트랙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 미래전략연구원-차하얼학회 비공개 토론 >中 사드 갈등 출구 모색 중… 한중관계 정상화 원해

“한국의 신정부 출범은 사드 문제로 악화된 양국 관계를 개선할 좋은 기회다. 양국의 전면적 대화 노력이 절실하다.”

중국 전국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을 맡은 한팡밍(韓方明) 차하얼(察哈爾)학회 주석은 4월 29일 미래전략연구원과 중국의 차하얼학회, 난카이(南開)대 아주연구중심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한반도 정세와 사드 문제 출구전략 주제의 비공개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 정부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사드 문제 출구전략을 마련할 뜻을 가졌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중량급 인사는 비공개 토론에서 출구전략으로 △군사기술적 조치로서 X밴드 레이더의 교체 혹은 중국 측의 사찰 허용 △미일동맹의 MD(미사일 방어) 체계에 한국이 편입하지 않는다는 약속 △기왕에 배치된 사드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철수한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셋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존하는 북핵 위협 앞에서 한미동맹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가 앞의 두 가지 조건을 수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좀 더 포괄적이고 융통성 있는 세 번째 요구조건을 매개로 한중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베이징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사드 갈등 봉합과 한중관계 복원을 희망하는 배경은 작금의 국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고비라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영관 前 외교장관 등 참석
4월 6, 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북핵 문제와 관련한 공조에 의견 합치를 이룬 중국이 전례 없이 북한을 압박하며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하자 평양이 강하게 반발하며  북·중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등 베이징의 대북 압박이 쉽사리 통하지 않고 있다. 중국 측 회의 참가자들의 발언 분위기에서도 자국 주도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인민해방군 출신 고위인사는 “현재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단절된 상태”라면서 “결국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두 가지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첫째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것, 둘째 미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미 간 대화에 나서도록 촉매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다.

요컨대 중국 정부는 3국 공조의 걸림돌인 사드 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로 간주하기 시작했으며 한중관계의 정상화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중 3국의 견실한 공조가 가능한 절호의 기회가 왔음이 분명하다. 

이날 토론에는 미래전략연구원에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미래전략연구원 상임고문),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미래전략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차하얼학회에서는 한팡밍 주석, 위훙쥔(于洪君) 전국정협 외사위원회 위원(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문기|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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