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장비 풀세트로 갖춘 병사 등장
北에서 제조 불가능한 장비 다수
불펍식 소총, 중국軍 QBZ-95B와 유사
몰리(MOLLE)형 방탄복은 中도태장비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 북한 군인들이 열병식에서 행진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2016년 이후에야 일부 특수전 부대에 신형 전투복과 장구류를 보급했다. 2018년 열병식에서 이러한 장비를 대거 선보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군의 신형 전투복과 장구류는 서방 진영의 전술 장비를 어설프게 흉내 내기만 했지, 전술적 가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랬던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한국의 보병 현대화 프로그램인 ‘워리어 플랫폼’에 필적하는 수준의 신형 장비를 풀세트로 갖춘 병사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최근 2년간 보병 장비와 전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유감없이 과시했다.
북한군 병사들의 개인화기는 7.62㎜ 탄환을 사용하는 AK-47과 AKM소총의 파생형인 58식과 68식 보총, 5.45㎜ 탄환을 사용하는 AK-74의 파생형인 88식 보총 등이 보급돼 있다. 전자는 후방 예비부대와 비전투부대를 중심으로 보급됐으며, 전방의 보병 전투원은 88식 보총을 주력으로 사용한다. 이들 소총은 보급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개량된 적이 없었다.
2016년부터 헬리컬 방식으로 불리는 대용량 원형 탄창을 장착한 총기가 일부 식별되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탄수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이러한 방식의 탄창은 급탄 불량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해군이 신형 총기를 들고 있다. 이 신형 총기는 중국 인민해방군 단축형 불펍식 소총 QBZ-95B와 외관이 거의 같다. [노동신문=뉴스1]
한국이 워리어 플랫폼 추진 초기에 소총과 레일 시스템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과 달리 북한군 병사들이 손에 든 총기는 무기 선진국의 전문가 자문을 받았을 법한 액세서리 세팅이 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불펍식(Bullpup type) 소총이다. 불펍식 소총은 휴대성을 극대화하고자 소총의 길이를 줄인 것이다. 약실을 개머리판 쪽으로 옮겨 소총 손잡이 뒤에 탄창 삽입구가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일부 병력이 이 같은 형태의 총기를 들고 있었으며 광학장비와 레일 시스템, 소음기도 달려 있었다.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중국 북방공업(北方工業)이 생산하는 소총 QBZ-95B. [위키피디아]
이밖에도 북한군 병사들은 케블라 소재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방탄헬멧, 플레이트 캐리어(Plate carrier)로 불리는 방탄판 삽입 구조의 몰리(MOLLE)형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 방탄복은 통일성 없이 굉장히 다양한 형태였다. 이러한 방탄복들은 북한에서 제조가 불가능하다.
방탄복 제작에 사용되는 아라미드(Aramid) 섬유는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당연히 북한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방탄복은 물론 고체연료 미사일 추진체 캐니스터 제작에도 사용되는 전략물자로 유엔(UN)에서 일찌감치 제재한 품목이다.
북한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생산에 쓰기에도 모자란 귀한 소재를 병사들을 위한 방탄복에 썼다는 것은 난센스다. 북한군 장병들의 개인 군장류에 들어간 방탄복과 관련 피복은 다른 경로로 조달됐다고 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북한군에 이러한 신형 방탄복이 대량으로 보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2월, 중국이 140만 벌에 달하는 방탄복을 긴급 발주 형태로 대량 구매한 사실이 있다.
단축형 불펍식 소총 QBZ-95와 중국군 방탄복은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도태 장비라는 점이 그것이다. 중국이 올해 초 QBZ-95를 QBZ-191로, 구형 방탄복을 신형 방탄복으로 바꾸며 대량의 도태 장비가 생겼다. 같은 시기 북한군 개인 장구류가 대규모로, 그것도 아주 짧은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면 공급처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