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호

수도권 서부의 ‘강남’ 목동

‘더 뻗어나갈 곳이 없다’가 최대 강점이자 약점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7-03-08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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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만 해도 강남에 비하면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서울 양천지역 아파트들. 그러나 최근 5년여 동안 목동, 신정동 아파트들의 비약적인 가격 상승곡선은 ‘목동’ 브랜드를 강남의 턱밑까지 올려붙였다. 초고층 주상복합의 잇따른 개발과 대형 백화점 입점, 지하철 9호선 개통 등의 호재는 양천의 상승잠재력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수도권 서부의 ‘강남’ 목동
    10여 년 전만 해도 목동은 택시기사들이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 중 하나였다. 4~6차선 일방통행도로가 곳곳에 깔려 있어 집을 찾아가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동에서만 볼 수 있는 이 독특한 ‘광역차도 일방통행’은 처음 이곳을 둘러본 외지인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갑자기 역주행 방향에서 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물론, 원하지 않은 도로로 잘못 들어가기 쉽고,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돌다보면 제자리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서울시는 목동 신시가지를 계획하면서 구불구불한 단지 내 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방통행도로를 만들어놨다. 당시에는 목동 사람들만 이 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생각한, 근시안적 행정이었다. 목동의 광역 일방통행도로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통행도로로, 이 지역 아파트 값에 약간의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한다.

    ‘신도시’보다 멋진 이름, ‘신(新)시가지’

    목동에 사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신시가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그 외의 아파트나 주택에 사는 사람이다. 목동과 신시가지 아파트를 따로 떼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목동의 절반은 아파트이고, 그 아파트의 주류는 신시가지 아파트로 총 392개동 2만7000가구로 이뤄져 있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목동의 중심지역 평지에 형성된 초대형 아파트 단지는 초등학교 10개, 중학교 6개를 끼고 양천구 아파트 주택시장을 대표한다.

    30년 전만 해도 목동은 해마다 여름이면 안양천이 넘쳐나는 상습 침수구역이었다. 신시가지 아파트 자리는 갈대밭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저지대였다. 1980년대 초에 이르러 서울시는 안양천에 제방을 쌓고 신시가지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순차적으로 새 아파트가 입주했지만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이미지로 오랫동안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다 88올림픽 무렵의 부동산 호황에 발맞춰 미분양 아파트가 완전 소진됐고,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는 강서권의 대표 아파트로 올라선다. 관공서와 학교, 상가 등을 갖춘 택지지구의 편리성과 조용한 주거지역이라는 저밀도 신축 아파트 단지의 매력을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한 것.

    목동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확연히 ‘비싼 지역’으로 자리매김한다. 5층에서 15층까지, 20평형부터 58평형까지 다양한 구조를 갖춘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영등포, 여의도, 인천, 부천, 안산, 광명, 강서, 김포 등의 수도권 서부지역 상류층들이 좀더 나은 주거환경과 교육환경을 찾아 들어오는 지역으로 변모해갔다. 요즘도 주변지역의 탄탄한 수요를 배경으로 매매가나 전세가는 늘상 강세다. 강남에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어김없이 6개월 내에 목동도 움직인다.

    1단지부터 14단지까지 시공사, 평면, 조경도 모두 다르다. 행정구역은 1단지부터 7단지가 목동이고, 8단지부터 14단지는 신정동이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는 오목로를 경계선으로, 목동 지역에 위치한 단지는 ‘앞단지’라 부르고, 신정동 지역에 위치한 단지는 ‘뒷단지’라 부른다.

    삼성물산이 시공해 1985년 입주한 목동 1단지는 내년 말쯤 9호선 개통의 수혜가 예상된다. 걸어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전철역 출입구가 생긴다. 다만 호재에도 불구하고, 인근 목동 쓰레기 소각장의 소음과 ‘환경적 유해성’에 대한 우려는 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3단지는 앞단지에서 가장 알아주는 단지다. 파리공원이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단지 안에 영도초등학교가 있고 신목중학교도 가까이 있다. 7단지는 목동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인 목동 오거리, 5호선 목동역과 접해 있다. 다만 소형 평수인 27, 35평형으로만 구성되어 최고 단지로 치지는 않는다.

    1987년식으로 삼익과 극동에서 시공한 9단지를 뒷단지에서 최고로 친다. 목동 단지 중 조경이 가장 뛰어나고 아파트 평면도 좋다. 서울남부지검 및 지원이 근접해 있고, 공원과 학교도 가깝다. 11단지와 12단지는 20, 27평형만 있어 고급 단지 반열에는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수도권 서부의 ‘강남’ 목동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외관 디자인을 맡아 화제를 모은 하이페리온Ⅱ(위쪽)와 초고층(66층) 주상복합의 위용을 자랑하는 하이페리온Ⅰ 및 현대백화점. 모두 목동의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다.

    재건축 가능할까?

    중개업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최근 2년 동안 목동 아파트 가격은 100%, 즉 종전 가격의 2배 정도로 상승했다. 신시가지 아파트들은 지어진 지 20년이 넘어간다. 신시가지라는 이름이 ‘구시가지’로 바뀔 때도 된 듯하다. 높은 대지지분율 때문에 재건축 개발 이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는 수요자들의 시각이 집값을 올려놨다. 많은 사람이 반포, 잠실에서 진행되는 재건축 사례들을 접하면서 이른바 ‘대지지분 많은 아파트’의 위력을 실감한 것이다.

    목동은 일반주거 2종, 3종 지역으로 잘만 되면 재건축시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 250%까지 지을 수도 있다. 현재의 용적률은 110~140% 라서, 앞으로 2배 이상의 공간 확대가 예측되는 셈. 따라서 상승장이라면 충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재건축은 허용연한이 아직 멀었고, 허용연한이 된다 해도 각종 규제로 쉽게 재건축 승인이 날 것 같지는 않다.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검토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55평형을 30% 늘려서 70평형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새 아파트 70평형이면 물론 대단한 평수다. 그러나 평면 구성으로 들어가면 진통이 따른다. 가로로는 늘릴 수 없고 양쪽 베란다로만 늘려야 하는 리모델링의 한계 때문에 기다란 기차객실형 공간이 생겨난다. 가운데 공간에는 볕이 안 들 수도 있다.

    “그냥 살 만하니 고쳐서 살 거예요. 옆집도 7000만원 들여서 고쳤다는데 새 아파트보다 더 좋더라고요.”

    이렇다보니 스스로 고쳐서 사는 것, 즉 ‘셀프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보수’쪽으로 가는 사례가 당장은 눈에 많이 띈다. 목동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뭘까. 말할 것도 없이 넓은 대지지분을 활용해 유명 브랜드로 재건축하는 것이다. 소형 평수 건립 및 임대 아파트 할당 의무비율, 개발이익 환수제, 기반시설 부담금, 그런 것들은 다 없는 것으로 하고…. 변화무쌍한 한국의 부동산 정책, 원초적인 공급부족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 10년쯤 후에는 그런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고급 주상복합과 백화점이 견인차

    2000년 분양해 2003년 6월에 입주가 시작된 하이페리온Ⅰ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상복합 아파트다. 1위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69층으로 층수는 똑같지만 높이가 262m로, 하이페리온보다 6m 더 높다.

    하이페리온은 현대건설의 최고급 브랜드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빛의 신’을 뜻한다. 2002년 8월 개점한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더불어, 목동에 고급아파트 시장을 창출한 일등공신이다. 목동도 강남에 맞대응할 만한 초고층 주상복합과 고급 백화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현대백화점 목동점은 연면적 4만8990평에 지상 7층, 지하 2층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간을 자랑한다.

    하이페리온Ⅰ 분양 초기에 목동 주민들은 56~73평형 대형 평수에 초고층 첨단 주거시설, 최고급 백화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금융기관, 스포츠센터 등이 한 곳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다. 그러나 2001년 봄 현대건설의 1차 부도와 현대그룹으로부터의 분리, 연이은 워크아웃 결정은 공사 중인 하이페리온Ⅰ을 나락으로 밀어넣는다.

    이후 미분양분 가격을 20%나 깎아주고 공사를 계속했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을 완성하지 못했다. 아파트 466가구와 오피스텔 396가구, 총 862가구의 주거·업무시설은 분양 시점에 선보인 카탈로그 광고와 다르다는 입주자들의 집단 항의로 입주시점 즈음에 한동안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목동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3개의 타워 중, 제일 높은 A동이 69층 주상복합 아파트동이다. 59층 규모의 B동은 오피스텔, 54층 C동은 주상복합이다. 각 건물 8층에서는 구름다리로 현대백화점과 연결된다. 초고층답게 조망권은 당연히 최고다.

    2003년, 우여곡절 끝에 하이페리온Ⅰ 입주를 맘먹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목동 신시가지 15층 이하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었다. 당시 하이페리온Ⅰ의 평당 가격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의 2배였으나, 4년 뒤인 현재는 신시가지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하이페리온Ⅰ을 눌렀다.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하이페리온Ⅰ으로 옮겨간 목동 주민의 평가는 양분된다.

    수도권 서부의 ‘강남’ 목동

    2004년 목동에서 개국한 SBS 신사옥. 바로 옆에는 CBS 사옥도 있다.

    “백화점 가깝고 편의시설도 많죠. 또 높은 데라서 볼 것도 많고 아주 좋아요.”

    “조망만 좋지, 별거 없어요. 괜히 왔어요. 베란다가 없어서 햇볕이 직접 들어오고, 창문도 활짝 안 열리고 공기를 기계로 강제 순환시켜서 답답해요.”

    여하튼 좋거나 나쁘다지, 중간은 없는 듯하다.

    하이페리온Ⅰ은 목동의 랜드마크임에는 분명하지만 조경시설 부족, 미흡한 내외장공사, 삼각형과 사각형을 섞어놓은 듯한 기하학적 내부 평면 등의 단점으로 ‘최고급’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목동 내 상업지역 개발을 촉진해 하이페리온Ⅱ, 삼성쉐르빌, 동양파라곤, 트라팰리스 같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을 순차적으로 짓게 한 ‘바람몰이’의 공로는 무시할 수 없다.

    하이페리온Ⅱ vs 트라팰리스

    2006년 12월부터 입주에 들어간 목동 하이페리온Ⅱ는 양천구에서 가장 좋은 아파트다. 양천과 목동 지역 아파트들이 파노라마처럼 주위를 감싸고, 저 멀리 파란 하늘엔 항공기가 떠간다. 하이페리온Ⅱ는 37~56평형, 총 576가구의 아파트와 26, 38평형 오피스텔 403가구 등 979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다.

    2002년 평당 1150만원에 분양한 56평형 로열층은, 입주시점에 평당 40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2006년 11월15일 대출제한 규제와 2007년 1월11일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 정책발표로 일순간 무너져내렸다. 새 아파트는 입주 중에 상승장과 맞부딪치면 몰려드는 수요로 탄력을 받으면서 신기록을 토해낸다. 그러나 하락장과 맞닥뜨리면 물량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이페리온Ⅱ도 두 달 차이로, 꺾인 장의 고통과 어려움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

    입주 예정자 중 상당수가 살고 있던 기존 주택이 정리되지 않아 새 아파트를 세놓거나 급매물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전체 물건의 절반 이상이 매물로 나오면서 아파트와 오피스텔 가격은 하락세를 타고 있다. 이런 기간은 보통 3~4개월이다. 반대로 이때가 급매물을 살 기회이기도 하다. ‘분양가 곱하기 3’이 현재 호가이지만, 적당히 조정된 가격에 최고 조망을 가진 로열층이라면 실수요자들이 크게 밑질 것 같지는 않다.

    하이페리온Ⅱ는 6차선 일방통행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단지 내 상가 및 부대시설이 편의성을 확보해주지 못하면 고립되기 쉽다. 이런 측면에서 하이페리온Ⅱ의 미래를 가름할 요소는 오피스텔동인 205, 206동의 1~3층에 마련된 하이페리온 플라자의 역할이다. 하이페리온 플라자는 ‘약국 1개’ ‘부동산 6개’ 식으로, 난립하기 쉬운 기본시설에 대해서는 추가 입점 제한규정을 뒀다. 스타벅스와 24시 편의점 등 최소 편의시설이 현재 입점해 있지만, 다른 상업시설들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입점이 더디다. 어떤 매장들이 오픈할 것인지는 아파트 가격과 직결되는 문제다.

    고급 주상복합+대형 할인점=?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총 522가구 중형 주상복합단지인 트라팰리스(49층)는 목동 주상복합 아파트 중에서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는 물건이다. 미국의 유명 건축가 프랭크 윌리엄스가 설계를 했고 웨스턴 애비뉴(264가구), 이스턴 애비뉴(258가구) 2개의 동으로 나뉘는데 각 동에는 또 2개씩의 타워가 있다. 대형 평형인 42~89평형으로 이뤄졌으며 평당 분양가도 하이페리온Ⅱ의 두 배에 달하는 2118만원이다. 평형별로 성장잠재력 측면에서 보면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47평형은 화살표 모양의 평면에 저층이 많고 48평형은 네모반듯한 평면에 고층이 많아 비록 크기는 ‘1평’차이지만 가격대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을 끈다.

    ‘목동 하이페리온Ⅲ’라는 광고 펜스까지 설치했다가 현대건설의 워크아웃으로 말미암아 시공사를 삼성으로 바꾼 전력이 있는 트라팰리스는, ‘목동 대학학원’으로 유명한 코스닥 기업 이스타코와 목동 중심축 1구역 조합이 시행사로 참여하고 있다. 목동 주민들이 트라팰리스가 목동 최고의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하이페리온Ⅱ보다 좋은 위치에 있고 분양가가 2배니, 건축비도 2배를 들여서 잘 지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1층에는 로비 및 판매시설이 있고, 특이하게 2층부터 7층까지가 아파트 주차장이다. 8층은 커뮤니티 및 운동시설로 독서실, 골프연습장, 헬스클럽, 클럽하우스 등이 들어온다. 주거시설은 9층 위로만 있다. 지하 1층과 2층에는 이마트가 들어온다.

    트라팰리스에서 오목공원 쪽으로 있는 대각선상 나대지에는 목운초등, 목운중학교가 신설될 예정이다. 이 학교들은 목동 단지 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소(小)학군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민자를 유치해 시설이 좋을 뿐 아니라 하이페리온과 트라팰리스 등 최고급 주상복합 거주 학생들이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라팰리스 내에는 대로변과 접한 8층짜리 상가 신축이 계획돼 있다. 5분 거리에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직장인들에게 인기 있는 오목공원 등이 있어서 하이페리온Ⅱ보다는 위치가 훨씬 좋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고급 주상복합과 대형 할인점의 결합이 어떤 효과를 낼 것이냐는 것. 하이페리온은 고급 상업시설인 현대백화점을 끼고 주거의 편의성과 아파트 가치를 더욱 높였다.

    트라팰리스는 중저가 상품 양판점인 이마트를 지하에 입점시킴으로써 생활의 편리성과 품격을 조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아파트와 이마트가 입주한 이후의 분위기에 대한 상상과 분석이 2009년 1월 입주 예정인 트라팰리스의 투자가치를 좌우한다. 아직 고급 주상복합 지하에 대중 취향의 마트가 들어온 선례가 없기에 입주 후 트라팰리스의 가격 추이가 궁금해진다.

    학교와 붙은 아파트가 인기

    하이페리온Ⅱ 건너편에는 삼성중공업이 대형 평형 위주로 시공한 목동의 1세대 주상복합, ‘목동 삼성쉐르빌’이 보인다. 실제 위치는 신정동이다. 단지는 쉐르빌Ⅰ과 Ⅱ로 분리된다. 1999년 11월 분양한 47~91평형 쉐르빌Ⅰ은 35층, 312가구 규모로 2003년 4월 입주가 시작됐다. 2001년 6월 분양해 2004년 3월 입주민을 받은 삼성쉐르빌Ⅱ는 170가구 24층이며 32~78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외관은 커튼월 방식으로 빌딩처럼 보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원목 인테리어가 고급스럽다.

    요즘 주상복합들은 베란다가 전부 트여 있지만, 삼성쉐르빌은 대개 베란다와 거실 사이의 시스템 창호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평면이 네모 반듯해서 좋고, 현관 대문도 원목을 사용해 아름답다. 수영장, 사우나, 독서실, 헬스클럽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다만 요즘 입주가 시작된 주상복합에 비하면 로비가 덜 화려하며 아파트 내부는 천장이 낮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바로 옆 하이페리온Ⅱ와 비교하면 조경면적이 좁은 데다 오피스 빌딩이나 오피스텔처럼 보이는 외관 때문에 신축 주상복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다소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가격은 하이페리온Ⅱ보다 조금 싸다. 계약시 선택한 풀옵션을 갖춰놓은 아파트는, 하이페리온과는 다른 스타일의 아늑함이 있다. 단지 내 커뮤니티도 활발해 살아본 사람들의 평은 제법 좋은 편이다.

    20층 규모에 26·32·41평형 590가구로 구성된 신정동 아이파크는 2002년 입주 시점에 ‘아이파크’라는 브랜드가 뜨면서 덕을 톡톡히 봤고, 목동의 특목고 합격률이 높아지면서 다시 상승세를 탔다. 목동의 특성상 자녀교육을 목적으로 이주해 오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신정동 아이파크가 1순위로 꼽힌다. 목동초와 목동중 사이에 아파트가 들어선 덕분에,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좋은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목교역도 가깝고 주상복합 단지가 건너편에 있어서 쉽게 눈에 띈다. 하이페리온Ⅱ, 삼성쉐르빌 등 중심축 주상복합 아파트 가격에 연동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주말 채소시장이 열리는 등 단지 내 분위기는 사뭇 ‘아날로그적’이라, 길 건너 주상복합과는 차이가 있다.

    튀지 않는 랜드마크, 롯데캐슬위너

    신정동 아이파크는 과거 신세계아파트 재건축 물건으로, 조합 아파트인 유원아파트 156가구와 붙어 있다. 총 7개 동으로 이중 1개 동은 ‘T’자형이고 2개 동은 ‘ㄱ’자형 아파트다. 유의할 점은 ‘T’자형이나 ‘ㄱ’자형은 ‘─’자형보다 가격이나 편의성 면에서 평가절하되기 쉽다는 것. 거실이 들여다 보여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고, 꺾인 곳으로 응달이 질 수 있다. 이런 구조는 향후 리모델링이 수월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아이파크 아파트를 사려면 남향으로 거실에서 학교 운동장이 내다보이는 일자형 아파트를 사는 것이 좋겠다.

    랜드마크란 한 지역에서 대표가 되는 건물이다. 대표건물은 높거나 튀지 않아도 된다. 편안하고 선호도 높은 상품성에 미래가치를 가지고 있으면 좋다. 목3동의 대표 아파트라면 10층짜리 동신아파트를 20층으로 재건축한 롯데캐슬위너를 꼽게 된다.

    2002년 5월 분양 당시, 평당가 88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00만원 근처까지 호가가 형성됐다. 2005년 6월 입주 당시만 해도 9억원가량이던 54평형 아파트가 현재는 15억원선이며, 분양가 2억5000만원인 32평형은 현재 8억원선이다. 목동에서도 꽤나 선전하는 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지하철 9호선 개통 인근 지역이라는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신시가지를 벗어난 단독주택 밀집지역에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지역난방 시설에 1000가구가 넘고 새 아파트인데다가, 단지 내 조경과 아파트 내부가 아주 양호한 점도 한몫한다. 또한 9호선 등촌삼거리역이 개통되면 여의도, 강남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인근에 재래시장이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다. 24~66평형으로 이뤄진 가구 구성도 적절하고 주차시설 및 보안시설도 만족할 만큼 갖춰, 한번 사면 오래 살 만한 아파트라는 생각을 안겨준다.

    가격 상승에는 입주민들의 노력도 크게 기여했다. 기존 동신아파트 조합원들과 일반 분양으로 들어온 입주민들의 조화가 잘 이뤄진 덕분에 멋들어진 아파트 주민 홈페이지도 만들 수 있었고, 롯데낙천대이던 아파트 이름도 입주 직전 롯데캐슬위너로 바꿀 수 있었다.

    단점이 있다면 약간 경사지이고 통학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양동중은 단지 옆에 붙어 있으나, 고등학교나 초등학교는 멀어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처럼 단지 내 통학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하다.

    인근의 5층짜리 왕자아파트는 12층 5개동 495가구의 금호베스트빌로 재건축됐다. 2002년 5월 입주했으니 롯데캐슬위너보다는 4년이 빨랐다. 23~49평형으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동향인데 조망권이 좋다. 2000년 평당 분양가 565만원이던 이 아파트도 지금은 2200만원이 넘는다.

    목2동 재개발구역 해프닝

    목동에서 20억원을 넘는 아파트들이 생겨나고 24평형도 5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무주택자나 자금여력이 적은 사람들은 ‘조금만 빨리 움직일 것을…’ 하며 아쉬워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런 사람들을 타깃으로 해 ‘돈을 빨아’들이는 방안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지도하기도 하고, 몇 개의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약속이나 한 듯 일시에 ‘뉴타운 지정 예정’ 등의 소문을 낸다.

    “33평형 입주권을 받는 겁니다. 9호선 전철역 앞이고, 내로라하는 시공사가 달려들고 있습니다. 양천구청에는 구역지정신청이 들어가 있고요.”

    그러면 몇천만원짜리 ‘작은돈’들이 달려든다. 대표적이 지역이 목2동이다. 9호선 염창역이 개통 예정임을 소재로, 재래시장 인근 노후 주택과 연립들이 거래 대상 물건이 됐다. ‘목2동 단독 재개발’ ‘목 2, 3, 4동 광역 재개발’ ‘목동 뉴타운’ 등의 소문이 나면서 8000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은 1억2000만, 1억5000만, 1억8000만원까지 오르더니 지금은 2억원을 부르고 있다.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중개업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20년간 사려는 사람 한 명 없던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중개 사무실마다 아침부터 목돈을 벌어보려는 상담손님이 넘쳐난다. 양천구청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민원에 밀려 4차 뉴타운 검토사안이라는 이유를 달고, 뉴타운 지정 요건이 되는지에 대한 외부 용역을 의뢰했다.

    “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노후건물 비중이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외부용역 진단 결과 목2동은 36.5%, 목3동은 33%, 목4동은 29%에 그쳤습니다. 10년쯤 후에 다시 검토할 예정입니다.”

    결국 목동 주택지의 바람몰이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연립, 다세대, 대지지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있는 자’들이 그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값 거품은 결국 영세민까지 피해자로 만들어 놓는다. 마침 서울시가 더 이상 뉴타운 지구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겠다.

    ‘작은 목동’, 신트리 단지

    신트리에 봄이 왔다. 2월의 봄은 딱딱하고, 3월의 봄은 말랑말랑하다. 사람들은 아파트 발코니를 청소하고 관리사무소는 ‘신트리’를 ‘신목동’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정3동 신트리 택지지구는 5만4300평에 1~5단지 3400가구로 구성됐다. 야산을 깎아서 길을 낸 목동권 미니 택지지구로, 소형 평수 위주의 서민아파트 단지다. 2000년 입주시점에는 1억원 안팎으로 20~25평 아파트를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3억5000만원이 넘는다.

    신트리 아파트는 단지마다 특징이 있다. 1단지는 21, 25평형만 있다. 15층으로 997가구다. 2단지는 임대아파트로 더 소형 평수로만 지어졌다. 3단지는 33평형 중형 아파트로 537가구이고 4단지는 21, 25평형 845가구가 있다. 5단지는 361가구가 22, 32, 34, 39, 44, 55평형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목동 신시가지 10, 12단지에 인접해 있어 목동 생활권이며, 인근에 야산과 공원이 네 군데나 있어 녹지 공간이 풍부한 게 장점.

    2012년 개통 예정인 목동경전철 신트리역이 단지 앞에 생기면 목동 신시가지, 오목교역, 양평역, 당산역까지의 이동이 훨씬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충분치 않은 자금을 안고 목동아파트에 들어가기를 계획 중이라면 보다 저렴한 신트리아파트에서 살면서 목동의 사정을 충분히 파악한 후에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검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트리 같은 미니 택지지구가 어떻게 생겼을까. 요즘 전봇대에 붙어 있는 ‘우면, 세곡, 강일지구 특별분양, 33평형 입주권’ 같은 문구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살던 집이 도로나 공원 등 도시계획으로 헐리면서 기존 입주자들이 입주권 쿠폰을 받게 된다.

    오래전 목동에 살 때 성북구 돈암동 부동산에 일을 보러 갔다. 중개인이 이렇게 맞았다.

    “아이구, 강남에서 오셨군요. 멀리서 오셨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목동도 강의 남쪽에 있었다. 양천은 목동, 신정동, 신월동으로 나뉜다. 목동과 신정동은 양천의 대표적인 아파트 지역이다. 신시가지를 제외하면 군데군데 단독주택과 연립을 재건축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많다. 15년 전쯤 지어진 직장, 지역 조합 아파트가 유난히 많은 곳이기도 하다.

    신월동은 목동이나 신정동의 컬러와는 다소 동떨어진 감이 있다. 강서권이지만 동시에 구로권이기도 하다. 김포공항을 뜨고 내리는 비행기 소음이 꽤나 대단하며, 경인고속도로변의 차량 분진과 소음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목동과 강남의 지정학적 차이

    아파트 가격은 목동권의 절반선이고 150가구 미만인 ‘나 홀로 아파트’도 100개가 넘게 있다. 떠가는 항공기와 석양, 고만고만한 단독주택, 군데군데 작은 녹지 공간은 바꿔 생각해보면 도시 외곽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곳일 수도 있겠다. 2012년 신월동에는 목동 중심축과 당산역으로 연결되는 경전철이 개통될 예정이다. 경전철이 개통되면 신월동, 신정동 지역의 이동이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천은 특수한 곳이다. 자동차로 양천에서 강남으로 이동하려면 고척동이나 안양천, 영등포를 경유해야 한다. 한번으로 쭉 빠지는 올림픽대로 출입구를 찾으려면 어디서 가든 서너 번 유턴할 각오를 해야 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양천은 유명 백화점, 외제차 전시장, 특급호텔이 없는 순수 주거지역이었다. 주부들이 브랜드 있는 점포를 찾고자 하면 영등포 롯데나 신세계백화점으로 나가야 했다.

    요즘은 양상이 많이 바뀌었다. 목동 아파트 가격은 평균적으로 봐도 강남의 80%선이다. 특목고나 명문대 진학률도 해가 갈수록 강세다. 목동의 초·중·고교는 중심축으로 들어서는 신규 주상복합 입주자들의 자녀들이 몰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 교실이 꽉 차면서 전학이 어려워지고부터는 오히려 아파트 매물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목동의 장점이자 단점은, 강남과 달리 뻗어나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강남은 판교로, 분당으로 송파로 지역을 넓혀갈 수 있지만, 양천은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몰려들 뿐 치고 나갈 만한 지역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신시가지의 아파트 가격이나 미래가치가 정점에 달하면 순조로운 도시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정체될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 서부의 ‘강남’ 목동
    봉준호

    1962년 출생

    홍익대 건축학과 및 동 대학 건축도시대학원 졸업(건축사), 동 대학 국제경영대학원 졸업

    현대건설 근무, 네이버·조인스랜드·머니투데이 재테크 칼럼니스트

    現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 부동산컨설팅사 닥스플랜 대표

    저서 :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닥터봉의 부동산 쇼’ 등


    최상류층이 들어와서 강남권 특정지역처럼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과 부동산시장 전반을 리드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일단은 요원해 보인다.

    다만 목동은 당분간은 나갈 사람은 적고 들어올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역 아파트값의 특징은 불황에 강하다는 점이다. 비수기에 평행선을 유지하다가도 응집력이 생기면 짧은 시간에 상당 폭 뛰어오를 수도 있는 구조라 할 수 있다.

    내년 말에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은 목동 지역의 ‘희망선’이다. 여의도, 강남과 순조롭게 접합되고 소통되는 순간, 목동권은 그 고유의 특색을 유지하면서 제2의 도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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