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을 넣어 만든 달콤한 과자 다쿠아즈. ‘할매니얼’ 열풍을 타고 최근 동서양 식재료를 결합한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GettyImage]
맛은 이렇다, 크기는 저렇다, 양념은 그렇다 등등 음식에 대한 의견을 오물오물 주고받으며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반쯤 먹다가 치즈볼 하나를 무심코 베어 먹었다. 달고 진한 인절미 맛이 훅 풍겼다. 우유향이 더해진 말랑하고 쫀득한 이것은 무엇인가. 씹는 순간 입안이 온통 콩가루 범벅이 됐다. 말할 때마다 증기기관차처럼 가루를 뿜게 된다. 웃음이 빵 터지는 맛이었다. 후배는 맛있다고 잘도 먹는데, 나는 한입 베어 먹고 남은 것을 쟁반 젤 구석으로 밀어두었다.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다시는 안 해도 될 경험이었다. 내 입맛의 포용력이 바다와 같은 줄 알았는데 겨우 이 정도였다니 씁쓸했다.
할머니+밀레니얼=할매니얼
흑임자가 들어간 ‘비비빅 더프라임 흑임자’. [빙그레 제공]
할매니얼의 범주는 뉴트로보다 훨씬 좁고 뚜렷하다. 할머니 같은 복장(이른바 ‘할미룩’) 또는 할머니 같은 취향을 주로 가리킨다. 맛 분야에서 할매니얼 트렌드의 대표주자는 흑임자, 팥, 콩가루(또는 인절미), 미숫가루, 쑥 등이다. 요즘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코너에 가면 바로 이런 맛을 강조하는 제품이 즐비하다.
흑임자 빵빠레와 흑임자 비비빅의 고소함은 달콤함이 울고 갈 정도로 진하다. 두 사람이 사이좋게 한 쪽씩 갈라 먹던 쌍쌍바는 인절미맛을 내놓았다. 진짜 우리 할머니와 다정하게 나눠 먹고 싶은 맛이다. 투게더 역시 흑임자로 새단장했고, 쫄깃한 떡 안에 아이스크림을 채운 찰떡아이스에도 흑임자의 고소함이 더해졌다.
카페에서는 녹차 자리에 쑥을 쑥쑥 넣은 음료들이 눈에 띈다. 쑥 특유의 쌉싸래한 맛과 향을 개성적으로 살리면서 진한 초록색도 강조한 것들이다. 장안의 화제 쑥라테는 떨떠름한 맛이 도드라지지만 우유의 고소함, 시럽의 달콤함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부드럽게 느껴진다.
과자에 깃든 할매 감성
할매니얼 마니아를 타깃으로 삼은 ‘아침햇살 흑임자콘’. [웅진식품 제공]
우리들 ‘할매’가 좋아할 것 같은 예스러운 재료가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을지 몰랐다. 늘 좋은 향이 나던, 포근한 할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할매니얼 인기를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
고소한 맛으로 세대를 넘어 인기를 끌고 있는 흑임자떡과 깨떡. [Getty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