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영호 박사는 아로마 요법을 임상에서 시행하는 의사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다.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에 사람들은 막연히 방향(芳香) 식물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essential oil)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써보면 효과가 별로 없다고 투덜거리죠. 최소한 세 종류 이상의 에센셜 오일을 적정 비율로 처방해야만 의료적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즉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요.”
아로마 요법이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우리나라의 왜곡된 아로마 오일 시장을 통렬히 비판하는 손영호(孫永浩·48) 박사. 대한아로마테라피의사협의회장인 그는 아로마 요법을 임상에서 시행하는 의사들의 모임을 이끄는 인물이다. 다혈질 기질이 다분히 엿보이는 손 박사는 다음 질문이 이어지기도 전에 ‘제2탄’을 토해낸다.
“수입해오는 아로마 오일의 순수성도 의심스러워요. 오일 시장은 식품업계와 화장품업계, 향료업계의 소비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정작 아로마 요법에 필요한 100% 순수 천연 오일은 극소량에 지나지 않아요. 문제는 이들 업계가 맛이나 냄새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이 요건만 충족되면 오일의 순도를 따지지 않고 값싼 오일을 들여온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오일이 치료를 위한 아로마 요법에도 섞여 사용되는 겁니다. 그런 경우 치료는커녕 부작용마저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로마 요법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는 손 박사다. 세계 오일 유통 시장을 살펴보면 손 박사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수많은 식품회사와 화장품 및 향수 제조업체, 제약회사에서 사용하는 아로마 오일은 t단위이지만 환자 치료를 위해 전문 아로마 테라피스트(아로마 요법 치료사)가 구매하는 정유(精油)의 양은 고작 10ml에서 150ml에 불과하며, 가격도 일반 오일보다 엄청나게 비싸다. 이 때문에 순수한 오일을 구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값싼 오일에서 특정 성분을 화학적 기법으로 추출해 비싼 오일에 첨가하는 등 사기에 가까운 수법들이 횡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튼 손 박사의 말에서는 정형외과 전문의라기보다 아로마 테라피스트로서의 소명감이 진하게 느껴진다. 무엇이 그를 아로마 요법에 빠져들게 했을까.
손영호 박사는 한때 잘나가는 정형외과 개업의였고, 지금도 서울 송파구에서 정형외과(로벤정형외과 의원)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 한쪽 귀퉁이에 비치된 아로마 요법 안내 팸플릿이 그나마 그가 아로마 요법과 관련돼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의 얘기 주제가 온통 아로마 요법이라고 할 만큼 자신의 전공인 정형외과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거에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잘되던 병원을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두고 몇 년간 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 독일, 영국 등지의 유명 대학병원 의사들을 찾아다니며 배웠는데, 그 과정에 우연히 대체의학 관련자들도 만나게 됐어요. 대체의학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자연을 좋아하는 저는 자연적인 치유에 더 친밀감을 느꼈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의욕을 갖게 됐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매혹적인 게 아로마 요법이었습니다. 이후 수년간 아로마 오일에 대한 연구에 매달리며 저만의 독특한 오일 치료제를 찾아나서게 됐지요.”
‘아로마 전도사’ 된 정형외과 전문의
-아로마 요법을 ‘향기 요법’이라고도 하는데,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질병 치료가 가능합니까.
“아로마 테라피는 여러 가지 식물에서 추출한 다양한 천연성분으로 질병 치료 및 건강 증진을 위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어떠한 화학물질도 사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천연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다는 점이지요. 각종 식물의 잎, 꽃, 줄기, 뿌리, 씨앗 등에서 추출한 오일은 증류법을 거쳐 순수한 정유(에센셜 오일)로 만들어져 아로마 요법에 사용됩니다.
이렇게 방향 식물에서 추출한 오일을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향을 맡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몸에 마사지하듯 바르는 방법이죠. 더 자세히 분류하면 먹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됩니다. 따라서 아로마 테라피는 에센셜 오일에 든 분자물질 자체의 약물학적 작용에 의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지, 향기 그 자체로 치료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고추장이나 식초 등에서도 향기는 나지만 그것이 질병을 치료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지는 않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