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대표는 그림, 그 가운데서도 연필 스케치를 좋아한다. 인물과 여체를 주로 그린다. 그가 존경하는 박생광 화백을 그린 그림(아래 왼쪽)도 보인다.
책, 그림, 운동기구, 음반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지만, 바닥은 반짝였고 공기는 쾌적했다. “집이 참 깨끗하다”고 했더니 “혼자 살아서 어지를 일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미혼이다. 워커홀릭이라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닌데, 외국에서 오래 지낸 탓에 결혼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한다.
그의 일터 대부분은 외국계 회사다. 미국의 퍼스트내셔널뱅크오브보스턴에서 10년간 외환과 파생상품 업무를 맡았고, 런던 비즈니스 스쿨 유학을 거쳐 미국에서 벤처 사업을 하기도 했다. 30대 대부분을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외국에서 보냈다.
책상 위에서 연필 스케치가 가득한 스케치북을 발견했다. 여인의 얼굴과 누드가 대부분이다. 여체를 즐겨 그리는 것은 “몸만큼 솔직한 소재가 없고, 누드를 통해 생명의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자신이 그린 유화 몇 점을 보여줬다. 그 가운데 잿빛 눈물을 흘리는 사내의 얼굴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자화상’이라고 했다.
“저때 제 심리 상태가 좋지 않았나 봐요. 어느 화가께서 저 그림을 칭찬하셨어요. 기법은 아마추어지만 마음속을 잘 표현했다고요, 하하.”
그는 광화문의 사무실 근처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화실에도 가끔 들른다. 일 없이 캔 맥주를 사들고 가기도 하고, 그림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찾아가 몇 시간씩 앉아 있다 오기도 한다.

원효대교가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야경은 볼 때마다 감탄스럽다. 김 대표는 종종 지인을 집으로 초청해 와인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