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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과 개발주의의 극치, 유신체제의 비극적 종언

국가폭력과 개발주의의 극치, 유신체제의 비극적 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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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2년 10월에 닻을 올린 유신체제는 박정희 절대권력체제의 절정이었다. 정치적 반대세력과 민주세력을 폭력으로 억압한 박정희는 강력한 권력의지와 더불어 국가발전과 안보에 대한 강한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유신체제하 한국은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되돌린 극심한 인권탄압 속에서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국가의 야만적 폭력성 및 개발주의적, 안보지향적 특징이 극단으로 구현된 시기라는 점에서 유신체제에 대한 논란은 이후 세대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가폭력과 개발주의의 극치, 유신체제의 비극적 종언

1973년 10월2일 서울대 문리대생들의 시위는 유신체제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저항이었다.

1972년 10월17일 오후 7시, 갑작스럽게 예고된 ‘중대뉴스’에 맞춰 박정희 대통령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전국에 울려 퍼졌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나는 우리 조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번영을 희구하는 국민 모두의 절실한 염원을 받들어 우리 민족사의 진운(進運)을 영예롭게 개척해 나가기 위한 나의 중대한 결심을 국민 여러분 앞에 밝히는 바입니다’로 시작되는 대통령의 특별선언은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 및 정치활동 금지 등 현행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현 국무회의가 비상국무회의로 전환돼 정지된 헌법조항의 기능을 대신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비상국무회의의 기본 임무가 현행 헌법을 대치하는 헌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정치 활동의 정지, 언론 출판 방송의 사전검열제, 대학의 휴교, 포고를 위반한 자를 영장 없이 수색·구속할 수 있음을 알리는 계엄포고 1호가 발표됐다.

계엄령에 따른 엄혹한 분위기에서 정부는 파죽지세로 새 헌법에 기반을 둔 새로운 체제 창출의 길로 치달았다. 비상국무회의는 대통령 특별선언 발표 후 불과 10일 만인 10월27일, 이미 1972년 봄부터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팀이 극비리에 준비한 헌법초안을 전달받아 형식적 심의를 거친 후 통과시켰다.

11월21일에는 유신헌법안(案)에 대한 찬반토론이 금지되고 정부의 일방적 홍보만 펼쳐진 가운데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유신헌법초안이 투표율 91.9%에 91.5%의 지지로 통과됐다. 12월23일에는 개정된 헌법에 따라 신설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선거가 실시돼 2359인의 대의원이 선출됐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12월23일 단독 출마한 박정희 후보를 99.6%의 지지로 제8대 대통령에 선출했고, 같은 달 27일 박정희가 대통령에 취임하며 유신 제4공화국 시대가 개막된다.

국회 해산



특별선언이 선포된 지 두 달 만에 비상계엄령이 담보하는 강압적 질서 아래 전광석화같이 수립된 유신체제의 특징은 전문 및 12장 126조, 부칙11조로 구성된 유신헌법 속에 대부분 드러난다.

첫째, 새 헌법은 국가최고주권기관으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제도를 창설했다. 유신통치집단은 2000~5000명으로 구성될 이 기관의 대의원 선출과정에 대한 완벽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이는 통치집단이 국민주권의 내용을 독자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게 됨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동 회의는 통일정책과 국회가 발의한 헌법개정안을 최종적으로 의결,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동시에 이 기관은 대통령과 대통령이 추천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권한도 거머쥐었다.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추천하는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대의원의 정당가입이 금지됨으로써 유신치하에서 정당은 정권 창출기능이 박탈된 불임(不妊)정당이 됐다는 사실이다.

둘째,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보장하고 동시에 대통령을 3권(權) 위에 군림하는 총통적 지위로 격상했다. 새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고 임기제한규정을 철폐했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간선제로 선출방법을 바꿨다. 동시에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과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에 대한 지명권을 부여받아 사실상 입법부에 대한 우위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았다.

또한 대통령은 사실상 대통령의 우위가 보장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을 지명하는 권리를 부여받았고 동시에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긴급조치권을 갖게 돼 사법부에 대해서도 명실상부하게 우위를 보장받았다. 요약하면 유신체제는 총통적 독재권력을 보장받은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보장하는 체제다. 동시에 이 체제는 대통령의 국가과제 추진능력을 제고한다는 명분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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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연세대 교수·정치학 ksjmoon@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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