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 고문에 임명됐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동아DB]
김영철은 북한에서 대남 강경파 군인으로 꼽히는 대표적 인사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당중앙위원회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 국무위원장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당을 장악한 후 요직을 두루 맡으며 승승장구한 것이 그 증거다. 한때 숙청설이 돌기도 했으나 그가 건재한 모습이 연이어 포착돼 오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영철은 1946년 량강도 태생에 만경대혁명학원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름은 김동수다. 고(故) 김일성 주석이 요구해 김영철로 개명했다는 얘기가 있다. 김영철은 1990년 인민부국장으로 재직할 때 남북 고위급 회담에 북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2009년 정찰총국장에 임명되고 이듬해 천안함 폭침을 주도했다. 2013년에는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2018년엔 우리 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할 때 자신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불리는 사람”으로 소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2018~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할 때 대남 담당 노동당 비서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했다.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주요 보직에서 해임되는 수모를 겪는다. 2021년 대남 담당 노동당 비서 자리가 없어지면서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으로 강등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에는 통일전선부장 자리를 후배인 리선권에게 넘겼고, 3개월 뒤인 그해 9월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직마저도 잃었다.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던 김영철의 당 지도부 복귀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북한이 한국, 미국과의 관계에 강경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하노이 노딜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보직 해임됐던 올드보이 김영철의 귀환은 전형적인 돌려막기식 회전문 인사”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충성심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그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대남 업무에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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