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2일 조간신문 1면을 장식한 기사 제목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발표한 ‘2004년도 대학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뜨거운 논쟁에 휩싸인 것. 지금까지 ‘최우수’ ‘우수’ ‘인정’ ‘개선요망’ 등으로만 발표돼온 대교협의 평가결과가 올해 처음으로 순위까지 공개되면서 구조조정을 앞둔 대학가엔 싸늘한 칼바람이 불었다.
이번 평가에서 이른바 ‘명문대’의 학과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반면, 명문대에 끼이지 못하던 여러 대학들이 학과 순위에서 서울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름뿐인 부실 명문대 명문학과는 지고, 탄탄한 지방 사립대 명문학과가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는 낙관적 해석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대교협이 공개한 평가순위를 놓고 석연치 않은 뒷말이 나돈다. 무엇보다 평가위원회에 참여한 교수들의 ‘입맛대로’ 평가가 도마에 올랐다. 외형적 지표에만 치중하는 양(量)적 평가기준 역시 평가의 신뢰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평가철이 되면 자료준비로 몸살을 앓는 대학 관계자들은 “사활을 걸고 평가 준비에 매달린 대학만이 높은 점수를 받는 시스템”이라며 ‘평가 무용론’까지 제기하는 형편이다.
같은 조에서 나온 1, 2 ,3등
1982년부터 시작된 대교협의 대학평가는 대학 교육의 수월성 제고, 대학 경영의 효율성 제고, 대학의 책무성 향상 등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평가는 크게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종합평가와 학문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분야 평가로 나뉜다.
대학종합평가는 5년 주기로 매년 일정수의 대학을 평가하는 것. 대학재정, 발전전략, 교육·사회봉사 등 평가영역의 점수를 합산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 95점 이상이면 ‘최우수 대학’으로 인정받는다. 또 90점 이상 95점 미만은 ‘우수대학’, 70점에서 90점 미만을 받으면 ‘인정대학’으로 평가받는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간 1주기 대학종합평가가 완료됐고, 2001년부터 5년 동안 2주기 대학종합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5년 중 한 해를 정해 대교협의 실사를 받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학종합평가 순위는 지난해 평가에 응했던 41개 대학의 평가 결과다. 주요 대학으로 꼽히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이 모두 종합평가 대상에서 빠져 전국 순위로 보기는 어렵다.
올해 논란의 핵심이 된 것은 대교협의 학문분야 평가. 학문분야 평가는 3회 이상 졸업생을 배출한 전체 대학 학과 중 신청 대학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소위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들이 대거 참여했다. 교육목표 및 과정, 학생·교육 성과, 교수, 교육여건 등 6가지 항목이 평가대상이며 항목별 가중치가 다르게 적용됐다. 올해는 기계공학 81개대, 생명공학·생물 75개대, 신문방송·광고홍보 58개대 등 3개 분야에 거쳐 116개대에 대한 평가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그런데 전체 대학을 한 줄로 세우는 결과가 최초로 공개되면서 숱한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신동아’가 입수한 ‘2004 기계공학분야 평가 자료’(표 1)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평가위원으로 위촉된 수십명의 교수들이 조를 이뤄 자신에게 할당된 학교를 평가하는데, 올해 기계공학 분야에서 1∼3위를 차지한 대학이 모두 한 평가조에서 나온 것. 어떤 평가조를 만나느냐에 따라 대학 순위가 결정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기계공학부의 경우 4명의 교수가 한 조로, 9개 평가조가 평균 9개 대학씩 맡아 평가했다. 조 편성은 무작위로 이뤄졌다. 그런데 같은 조에서 평가한 대학들의 순위가 몰려 있는 양상을 띤다. 4위와 9위를 기록한 대학 역시 같은 조의 평가를 받았고, 5, 6위 및 10위의 대학도 한 평가조에서 나왔다. 반면 다른 4개조가 평가한 대학 중에는 11위 안에 든 곳이 하나도 없었다. 15위를 기록한 서울대 역시 이들 4개조 중 1개조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별로 평가결과가 너무 크게 차이 나면서 각 대학 관계자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