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를 주도적으로 연구한 과학교육과 신동희 교수는 “수능시험이 변별력이 없어지고 수험생들의 선택과목 폭이 넓어지는 바람에 심지어 과학시험을 안 보고 이공계로 오는 학생들도 있다”며 “포트폴리오 제도가 도입되면 이렇듯 천차만별의 배경을 가진 신입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지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한 학생관리는 앞으로 단국대에 도입될 ‘전공교육인증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교수평가, 교육환경개선 정도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평가해 35개 전공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전공에 대해서는 그만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교수평가’에는 포트폴리오 작성 외에도 정기적인 ‘교수-학생 발전토론회’가 비중 있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방식과 학교생활에 대한 건의사항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유도하고, 교수가 강의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
▼ 전공교육인증은 일종의 내부 평가네요.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학교 발전에 더 유리한 것 아닌가요.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몇 명이고 신식 강의실은 몇 개 있고 하는 식의 고답적인 기준을 적용해 외부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각 대학에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횡단면 평가랄까요. 그때까지 쭈욱 해온 과정을 평가해야 하는데 어떤 면만 딱 끊어서 보니까 평가가 제대로 안 된다는 거죠.
얼마 전에 어느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에서 우리 학교 특수대학원에 전임교원 수가 적다며 충원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학부로서는 드물게 특수교육학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학부에 전임교원들이 다 있어요. 이분들이 당연히 대학원 강의도 하고요. 근데 순전히 대학원 소속 교원이 적다고 점수를 깎으니 이게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입니까.
전공교육인증은 시간을 두고 성취도를 관찰하는 ‘맥락적 평가’ 방식을 채택합니다. ‘맥락 평가’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선진국 유수 대학에선 대부분 이런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쟁에서 이긴 전공이 자연스럽게 단국대의 ‘특성화 육성 전공’이 되는 거죠. 특성화 전공부터 먼저 지정해놓고 그에 따른 준비를 못한 상당수 학교가 몇 년 새 실패하는 사례를 목격한 것도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미리부터 ‘특성화’하는 것은 앞으로는 교양과목밖에 없습니다.”
시안에는 전공교육인증제와 결부한 ‘투 트랙 교육’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보편적 교육’과 ‘상위권 교육’을 분리하겠다는 것. 쉽게 말하면 ‘우열반’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우수생들은 따로 모아 ‘특별과외’를 해준다고 보면 된다.
‘전공교육인증제’로 내부 경쟁 유도
▼ 인증 라벨을 받으면 어떤 ‘당근’이 주어집니까.
“우선 5~6개 전공분야가 수년 내에 특성화하리라 봅니다. 이렇게 되면 우수한 외부 전문가를 교원으로 스카우트하게 도와줍니다. 이른바 특임교수 제도인데요, 일반 교수의 몇 배에 달하는 수억원대 연봉과 풍부한 연구비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이런 특임교수들이 연구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에 기존 교수님들은 학생교육에 집중해도 무리가 없을 겁니다.”
학교측은 교원확충 등에 드는 비용이 향후 10년간 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캠퍼스 이전을 통해 부채를 해소한 만큼, 지금까지 부담하던 금융비용을 학교에 재투자할 수 있고, 이전 캠퍼스 미개발 부지에 대한 부대사업 시행, 인텔리전트 빌딩 신축에 따른 관리비용 절감 등을 통해서도 상당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발전기금’(기부금)은 10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어 적어도 재정적인 면에서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게 권 총장의 설명이다. 문득 권 총장이 노동부 장관 시절 “농림부가 농민을 대변하듯, 노동부는 정부 내에서 노동자 편을 대변해야 한다”고 말해 기업인들로부터 ‘노조 편향적’이라는 말을 들은 일이 떠올랐다.
정보 소통능력 키우려면…
▼ 대학을 전면 경쟁 논리로 운영하면 교수들이 힘들어할 텐데, 교수는 ‘노동자’로 보지 않는 모양이죠.
“그 반대입니다(웃음). 평가를 못 받는 전공에 페널티를 주는 게 아니고 잘하는 전공에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평가 시스템이기 때문에 선(先)순환구조가 생겨날 것으로 봅니다. 요즘 ‘CEO형 총장’에 대해 말이 많은데, 저는 대학경영을 기업경영자적 시각으로만 보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교수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성공한 대학이 하나도 없어요. 적어도 총장쯤 되면 이분들께 존경심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교수들을 얼마나 상전처럼 모시면서 동기부여를 하느냐에 이 개혁안의 성패가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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