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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윔블던 직행 ‘스매싱’ 정현

“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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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100위 벽을 허문 이형택(왼쪽)과 5월 15일 현재 69위까지 오른 정현.

“처음에는 랭킹 자체를 신경 쓰지 않았다. 솔직히 랭킹이 너무 낮아 제대로 외우지도 못했다. 그렇게 챌린저 대회에 참가했고, 이전처럼 지는 걸 반복하면서 우승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서배너 챌린저 대회에 출전하기 전 랭킹이 107위였다. 우승만 하면 100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숫자였다. 그때부터는 욕심이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100위 안에 들어가자’는 욕심이. ‘어렵게 잡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자’며 각오도 다졌다. 때마침 그 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했고, 일주일 만에 무려 19계단을 내달려 88위를 품고 금의환향했다.”

한국 테니스에서 정현의 세계 무대 도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ATP 랭킹 100위권 진입은 남자테니스에서 일종의 ‘고시 패스’와 같은 의미”라며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인증서와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제 막 ‘고시’를 패스한 정현은 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자신이 원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정현은 그동안 출전한 수많은 대회 중 영원히 잊지 못할 대회로 3가지를 꼽았다. 먼저 ‘테니스 선수 정현’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 정현은 윔블던 주니어 16강전에서 당시 주니어 세계 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호주)를 2-0으로 물리치며 파란을 일으켰고, 8강전에선 보르나 코리치(당시 주니어 6위, 크로아티아)를 2-0, 4강전에서 막시밀리안 마르테레르(당시 주니어 30위, 독일)를 2-1로 제압했지만 결승에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키르기오스와 코리치는 현재 각각 세계 랭킹 34위, 55위에 올라 있다).

“상대 선수들이 다 나보다 랭킹이 높은 데다 우승 후보들이라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나선 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시엔 그들이 나보다 더 부담을 느꼈다. 경기를 하다보면 심리전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하는데, 그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비우긴 했지만, 솔직히 엄청 긴장됐다. 워낙 대단한 선수들이라 그들과 경기하는 자체가 기뻤다.”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은 정현에게 단단한 자신감을 선물했다. 그후 국제대회에 출전해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쳐나갈 수 있었다.



이게 꿈이지? 꿈일 거야

2014년 9월 29일은 정현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날이다.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테니스 남자 복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이 나온 역사적 순간이기 때문이다. 단식 전문인 5년 선배 임용규와 짝을 맞춘 정현은 숱한 악조건을 극복하며 결승에서 만난 인도의 사남 싱, 사케스 미네니 조를 세트 스코어 2대 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테니스가 아시아경기대회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때 김봉수-유진선의 금메달이 마지막이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노골드’ 수모를 겪은 한국 테니스는 인천 대회에서도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할 위기에 몰렸지만 임용규와 정현의 활약 덕분에 그야말로 금쪽같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아시아경기대회 전까지만 해도 정현은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 이후 몇 차례 더 우승을 차지했지만 큰 대회에선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해 아쉬움을 곱씹고 있었다.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려면 규모가 큰 국제대회 성적이 중요한데,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으로 금메달과 함께 병역 문제까지 해결하는 ‘선물’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정말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 트랙도 많이 뛰고, 공도 많이 치고…한국에서 열리는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의 한을 풀고 싶어 더 훈련에 매달렸다. 그런데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도 믿기지 않았다. ‘이게 꿈이지? 꿈일 거야’라는 생각이 무한 반복됐다.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내 생애 잊지 못할 경기 중 하나다.”

세계 9위와 대등한 경기

정현은 3월 23일부터 4월 5일까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마이애미오픈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했다. 마이애미오픈은 세계 테니스 대회 중 그랜드슬램에 이어 등급이 가장 높은 ATP투어 1000시리즈로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 기업 IMG가 주관·진행하는 대회. 지난해 남녀 우승자는 노박 조코비치(세계 1위, 세르비아)와 세레나 윌리엄스(세계 1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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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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