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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윔블던 직행 ‘스매싱’ 정현

“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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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정현은 “밸런스를 교정해 안정된 서브를 하겠다”고 말했다.

형제는 이후 아버지가 팀을 맡고 있는 삼일공고에 진학했다. 정현이 테니스에 계속 재미를 붙인 데는 아버지의 교육법도 한몫했다. 아버지는 두 아들의 테니스 인생에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 기술적인 면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정현은 이렇게 얘기한다.

“아버지가 감독을 맡은 삼일공고에 진학했다. 주위에선 아버지가 감독이라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었지만, 난 딱히 불편할 일이 없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아버지는 나를 포함해 다른 선수들한테도 사사로운 간섭과 지적보다는 믿고 맡겨주시는 편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부담을 느끼기보단 오히려 마음 편히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홍·정현 형제는 3년 터울이라 국내 대회에선 부딪칠 일이 거의 없었지만, 국제대회에선 3차례 맞붙었다고 한다. 결과는 정현이 형한테 2승1패로 앞서 있다. 아버지 처지에선 형제 대결이 영 불편했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본 정홍, 정현

“형제가 맞붙다보니 미디어의 관심이 들끓었다. 부모로서 형제의 대결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경기 결과보다 대회를 준비하는 두 아들을 지켜보며 부상 없이 서로 최선을 다하길 바라면서도 결과에 따라 희로애락이 갈리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당시 홍이도 국가대표선수였고, 현이는 차세대 주자로 불리며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기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컸다. 나로선 그런 분위기가 한편으론 기쁨이고, 다른 한편으론 상처가 된다고 봤다. 그래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애들 얘기 크게 다루지 말아달라’고 따로 부탁했을 정도다.”



정현은 형과의 맞대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대회에서 맞붙으면 친형이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 형도 상대 선수에 불과하다. 오히려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시합을 펼친다. 승부는 치열하게 벌이고, 경기가 끝나면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얘기해준다. 그때는 형, 동생이 아닌 상대 선수로서 서로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정 감독은 정홍이 테니스 기량이나 센스가 뛰어난 편이라면, 정현은 체격이 크고 ‘멘털’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정현의 세계 랭킹이 형보다 앞서 있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이고, 두 아들이 걸어야 할 길이 멀고 길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현이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다. 주위의 관심이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라는 거다. 인터뷰 요청이 쏟아진다고, 인기를 얻는다고 그게 네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도 주지시킨다. 시합 때는 멘털이 강해 보이는데, 코트 밖에서는 아이 같은 순진함이 있다. 지나간 시합은 마음에 담지 말고, 다가오는 시합을 준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어려움, 위기, 슬럼프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세계 무대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도 강조한다.”

아들에게 그저 평범한 아버지이고 싶지만, 테니스와 관련해서는 감독이 될 수밖에 없는 그의 부성애가 느껴지는 말이다.

정현·홍성찬·이덕희 트로이카

한국 테니스는 정현을 비롯해 홍성찬, 이덕희 등 유망주들의 활약으로 춘추전국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홍성찬(18·횡성고, 주니어 세계 랭킹 3위)은 1월 31일 호주오픈 테니스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에서 러시아의 로만 사피울린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주니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4년 윔블던 전미라, 1995년 호주오픈 이종민, 2005년 호주오픈 김선용, 2013년 윔블던 정현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홍성찬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9년, 106경기 무패 행진과 국내 15개 대회 연속 우승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올리며 급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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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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