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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 멸종위기종 ‘우리가 지켜줄게’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비밀정원

경기 포천 평강식물원

  • 김현미 기자 | hmzip@donga.com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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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식물 보금자리 암석원  

사람이 만들고 자연이 완성한 비밀정원

1 해오라비난초 2 만병초원 3 연못정원[사진제공 · 평강식물원]

이처럼 식물원이 경영난으로 몸살을 앓는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때가 되면 식물은 변함없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이정화(39) 가든관리팀장은 자신이 돌보는 ‘애들’ 자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저희 식물원에는 포장된 길이 없어요. 350~400m 고지에 있지만 평지에서부터 완만한 언덕, 숲길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자리 잡은 공간이죠. 암석원의 고산식물들이 개화해 5월 중순까지 피고나면, 5월 중순부터는 습지원 쪽에서 부채붓꽃이 군락으로 핍니다. 그 시즌이 끝날 무렵 멸종위기종인 노랑만병초를 비롯해 5월 말에서 6월 초까지 각종 만병초가 꽃을 피웁니다. 저희 식물원이 보유한 만병초만 70종이 넘는데 이를 위해 따로 만병초원을 조성해놓았습니다. 6월 중순 이후로는 다양한 야생화를 식재한 들꽃동산부터 각 정원마다 일제히 여름꽃이 피어납니다. 매일 와도 날다마 달라지는 풍경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 우리 식물원의 특징이죠.”

완만한 언덕길을 20m쯤 올랐을까.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키다리 노간주나무 두 그루가 호위무사처럼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암석원이 나온다. 암석원은 수목 한계선에 자생하는 고산식물과 저지대의 건조한 암석이나 모래땅에 서식하는 다육식물을 위한 공간이다. 백두산과 한라산, 로키산맥, 알프스산맥, 히말라야, 몽골 등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 1000여 종의 보금자리다.

아무리 국내 최북단에 있다 해도 해발 2000m 이상 고지대에서 사는 식물이 자라려면 그에 맞는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식물원 조성 당시 경북 밀양 얼음골과 돌산의 풍혈지대에 착안해 지하에 유공관을 묻고 그 위에 자갈, 마사토, 용토를 차례로 덮어 아래로부터 시원한 공기가 순환되고 배수가 잘되게끔 했다. 큰 바위 밑과 돌멩이 사이사이로 백두산떡쑥, 구슬댕댕이, 월귤, 분꽃나무, 털진달래, 넌출월귤, 고상동자꽃을 찾아 하나씩 이름을 불러주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특히 식물들이 자라는 베드를 한반도 형태로 만들어 채집한 위치에 해당 식물을 식재해놓은 데서 식물원 측의 섬세한 배려도 읽을 수 있다. 또 식물마다 고유번호가 있다. 식물 족보다.

“고유번호는 예를 들어 2000년에 255번째로 평강식물원에 들어왔다는 것을 말해주죠. 2015년 2월 5일에 파종해서 3월 24일에 발아했고 5월 5일에 옮겨 심었다는 식으로 족보를 철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력이 없는 것은 함부로 심지 않습니다.”(이정화)

암석원 곳곳을 자세히 보면 산성베드와 알칼리베드가 따로 있다. 고산식물 중에서도 구슬댕댕이, 분꽃나무처럼 알칼리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식물과 진퍼리꽃나무, 월귤 같은 털진달래과처럼 산성 토양을 좋아하는 식물을 구분해놓은 것. 이 팀장은 “식물원은 관람객이 보기 좋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맞춰 식재해야 한다”면서 “강원도 정선의 석회암을 가져다 놓으면 풍화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pH 농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다음 코스는 고층습지.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199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람사협약 습지로 지정)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백두산 장지 연못을 생태적으로 재현했다. 고층습지는 동식물의 사체가 분해되지 않고 오랜 세월 퇴적돼 만들어진 지형.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영양이 빈약하고 석회분은 적으며 토양이 산성화돼 서식하는 식물도 제한적이다. 고층습지의 산책용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개병풍, 노랑만병초, 조름나물, 단양쑥부쟁이, 독미나리, 가시오갈피나무, 섬시호, 솔붓꽃, 갯봄맞이꽃, 산작약, 백부자, 날개하늘나리, 세뿔투구꽃, 제비동자꽃, 섬개야광나무, 미선나무, 나도승마, 해오라비난초가 하나씩 얼굴을 내민다. 숲 그늘이 깊어지면서 줄기 끝이 돌돌 말린 막대사탕처럼 생긴 관중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팀장이 다가와 “관중이에요. 왕관처럼 예쁘죠?”라며 묻는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막대사탕 같던 관중이 어느새 신라 금관 같다.

관중 옆에 개병풍이 넓적한 잎을 드러내며 인사를 한다. 깊은 계곡 응달에서 자라는 개병풍은 6~7월에 깃 꽃대 위에 흰꽃을 피운다. 잎이 크게 자라 예전에는 우산 대신 썼다고 하는데 이제는 멸종위기종이 돼 귀한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할 것 같다. 흔히 나물로 먹는 곰취도 여기서 보니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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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기자 | 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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