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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핵실험은 ‘미치광이’ 두 사람이 벌이는 ‘치킨게임’

도널드 트럼프의 ‘미친 자의 이론’과 ‘거래의 기술’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6차 핵실험은 ‘미치광이’ 두 사람이 벌이는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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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트럼프 著 ‘거래의 기술’로 들여다본 국제정치
  • ● 中과의 ‘바둑’에서 ‘팻감’으로 한국 버릴 수도
  • ● 트럼프發 4월 위기는 ‘교과서’대로 움직인 것
  • ● “트럼프 일가와의 경제협력이 中의 지렛대”
6차 핵실험은 ‘미치광이’ 두 사람이 벌이는 ‘치킨게임’
전술(Tactic)인가,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상대가 자신을 미치광이로 여기게 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방식)인가, 아니면 허풍인가.

도널드 트럼프(71) 미국 대통령이 칼빈슨 항모전단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으로 옮겨 북한을 타격할 듯하며 소동을 일으키더니 “김정은은 영리한 녀석(Smart Cookie)”이라면서 대화도 암시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혼동(confusion)과 공포(fear)로 정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에 혼동과 공포를 느끼기는 한국도 엇비슷하다.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내놓아야 한다느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끔찍해 재협상을 통보했다느니 인터뷰와 SNS를 통해 가다듬지 않은 발언을 쏟아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41세 때인 1987년 발간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살펴보면 변칙적 행동의 함의를 이해할 수 있다. 막말, 좌충우돌은 ‘철저하게 계산된’ 언행인 것이다. ‘거래는 예술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부동산 개발업자로서의 성공기다.

“나는 돈 때문에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돈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 거래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훌륭한 시를 쓴다. 그러나 나는 뭔가 거래하는 게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17쪽)

“거래는 예술이다”

큰 거래(Big Deal)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생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게임”(88쪽)이다. 한국과의 동맹도 거래를 통해 이익을 주고받는 게임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1일 보도된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끔찍한 협상”이라며 “한국 정부에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We’ve informed them that we’ll negotiate)”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입때껏 재협상 방침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인 5월 4일 이뤄졌다. 인터뷰가 문 대통령 취임 후 보도된다는 것도 알고 언론을 통해 한국 새 정부를 압박한 격이다. “언론을 이용하라”(81쪽)는 그가 강조한 11가지 거래 원칙 중 하나다.

6차 핵실험은 ‘미치광이’ 두 사람이 벌이는 ‘치킨게임’
트럼프의 11가지 거래 원칙
①크게 생각하라
②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③선택의 폭을 넓혀라
④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⑤지렛대를 사용하라
⑥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⑦언론을 이용하라
⑧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⑨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⑩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⑪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거래의 기술’을 원용하면 한미FTA와 관련한 논란이 일어나게 한 것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전술(Tactic)이다. 한국에서의 논란은 “그들의 일이지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나는 그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거래를 즐길 뿐”(20쪽)인 것이다. 상대가 초조함을 느끼면 협상 시 유리하게 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fu**이라는 욕설을 입에 달고 언론인에게 욕설을 퍼붓고 여성을 비하하는 등 노이즈를 일으킨 것도 ‘언론을 이용하라’는 ‘거래의 기술’에서 비롯한 것이다. ‘무명(無名)보다는 악명(惡名)이 낫다’(217쪽)는 게 그의 생각이다. 헐뜯는 기사일지라도 손해보다는 이익이 많다고 그는 여긴다.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논쟁이 빚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문이 나를 주목하게 돼 내 기사를 쓰지 못해 안달이 나게 했다.”(82쪽)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할 때 “크게 생각하는”(72쪽)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성사시키는 것에 두려움을 갖기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점이 나 같은 사람에게 항상 유리하게 작용한다”(73쪽)는 것이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때도 1억 달러가 필요하면 처음에 10억 달러를 부르는 식으로 행동했다.

옵션의 최대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 사드는 10억 달러 시스템이다(취임 100일 기념 로이터통신 인터뷰)”라고 말한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무지(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은 육해공군을 한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한국은 이를 허락한다’고 규정하며,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는 ‘주한미군이 사용할 무기체계는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고, 필요한 부지와 시설은 한국이 제공한다’고 명시한다)에서 비롯한 억지거나 헛소리지만 ‘거래의 기술’로는 탁월하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전술(Tactic)일 소지가 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관진-맥매스터가 사드 비용과 관련해 기존 합의를 준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해 고함을 지르며 “한국이 적정 몫을 부담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깎아내렸다”(5월 9일 블룸버그 통신)고 나무랐다. 트럼프는 한국으로부터 실제로 10억 달러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미국이 가진 옵션을 최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0억 달러라는 터무니없는 액수를 불러놓았기에 미국 처지에서는 협상 때 운신의 폭이 커졌다. 

3월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헤리티지재단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이 재단은 1973년 설립돼 공화당의 싱크탱크 구실을 해왔다).

“한국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Madman)처럼 보도한다던데 실제는 아주 똑똑하고 무서우며 치밀한 사람이다. 한미FTA는 트럼프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는 아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최우선순위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먼저다. 한국 언론에 조언을 해준다면 한미FTA 재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론이 다루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의 성격을 볼 때 한국에서 보도가 이어지고 논란이 일어나면 한미FTA나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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