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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급대상자 사전결정 입증문서 ‘간사의 임무’

“위원장님이 반대하시면 심사 끝나고 창피당할 수도 있습니다…”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donga.com

장성진급대상자 사전결정 입증문서 ‘간사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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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처지인 만큼 육본이 방어논리를 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육본은 중요한 사실 두 가지를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애써 무시함으로써 방향전환이 불가능한 지점까지 나아갔다. 하나는 군검찰이 이미 수사 초기 유죄증거를 잡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총장의 ‘등잔 밑’에서, 즉 진급업무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과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세간에 잘못 알려진 내용 중 대표적인 것이 공소사실이다. ‘군검찰이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했는데, 재판에서 다 무죄가 될 것이고 잘해야 하나 정도 유죄로 인정될 것’이라는 얘기가 그것이다. 군은 물론 정치권과 언론계에도 이런 시각이 있다.

이는 명백한 오류이자 왜곡이다. 군검찰이 기소한 사람은 육본 인사관리처장 L준장을 비롯한 4명인데, 이들의 혐의는 앞서 언급했듯 허위공문서 작성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딱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그중 한 명에게는 심사과정을 녹화한 CCTV 테이프를 파기한 혐의가 추가돼 있다).

이 두 가지는 사소한 혐의가 아니라 사건의 본질을 함축하는 핵심 혐의다. 그리고 딱 떨어지는 증거도 있다. 따라서 군사법원이 군의 특수성과 실추된 군 지휘부의 위상을 지나치게 배려하는 판결만 하지 않는다면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사건 초기 ‘주간동아’는 언론매체 중 유일하게 군검찰의 수사방향을 정확히 짚었다. 당시 기자는 ‘주간동아’ 기고를 통해 군검찰의 수사초점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에 맞춰져 있으며 그것이 기소내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사는 실제로 그 방향으로 전개됐고 또 그렇게 마무리됐다.



‘특정인에게 유·불리한 기록을 누락한 증거를 잡기만 하면 수사는 일단 성공하는 셈이다. 인사 실무자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주간동아’ 463호, 2004년 11월30일 발행)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하다. 진급과 실무자들은 왜 특정인에게 유·불리한 기록을 누락했을까. 왜 210건의 기무사 비위자료 중 17건만 심사위에 제출해 평정점수대로만 하면 진급될 가능성이 높은 17명의 대령에게 치명타를 입혔을까.

힌트는 진급과에서 심사 전에 작성한 ‘유력 진급대상자 명단’이다. 이 명단에 오른 52명은 청와대 재가과정에 바뀐 2명만 빼고는 다 진급했다. 거의 100%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육본은 “진급계장 C중령이 임관구분별 공석(空席)을 판단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심사위에는 넘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급과에서 심사위원들의 컴퓨터에 입력한 자료는 약 600건.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컴퓨터에 뜨는 약 600명의 진급대상자 자력과 지휘관 추천점수를 비교하면서 서열을 매겼다. 갑·을·병 3개 진급추천위와 선발심사위를 거친 결과, 사전에 진급과에서 만든 명단에 오른 52명 전원이 진급대상자로 선발됐다.

육본의 주장대로 심사과정 자체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진급과에서 일부 진급대상자들에 대한 허위자료를 만들어 심사위에 제출한 사실을 눈감아주거나, 진급과 명단에 오른 ‘유력 후보’ 전원이 진급대상자로 선발된 사실을 ‘우연’으로 보아 넘긴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육군 장성진급은 총장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이 결정하는 것인가. 앞서의 논리를 응용하면 이 또한 보이는 면만의 진실이다. 겉으로는 심사위원들이 추천·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면의 진실은 다르다. 그 핵심은 총장의 인사권 행사다. 총장의 인사권은 공석 결정, 심사위원 임명, 심사지침 하달, 기무자료 활용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급심사의 방향과 내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디지털심사 점수는 큰 의미 없어”

앞서 언급한 대로 총장의 인사 재량권은 뇌물수수나 허위공문서 작성과 같은 범죄와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절하다. 다만 그것이 적절하게 행사됐는지 아닌지 여러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간사는 기무자료와 더불어 진급심사의 비밀통로에 접근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육본 문서 ‘간사의 임무’는 총장의 인사권 차원에서 진급대상자가 심사 전에 사실상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와 관련된 육본 진급업무 관계자들의 군검찰 진술을 살펴보면 “사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육본 설명에 어울리지 않게 유력 진급대상자(우수자) 명단이 진급심사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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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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