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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들이 말하는 직업의 세계|딜러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 글: 이동우 자유기고가 llkhkb@naver.com

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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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에 능통, 불만에 화통, 고객과 소통… ‘3通’이면 못 팔 게 없다

차인덕 도시바 코리아 사장은 “목표에 따라 접근하는 노하우가 다르다”고 말한다.

6년 전 회사를 떠맡은 정 사장은 밴만 팔아서는 도저히 회사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돌파구는 역시 승용차였다. 당시 벤츠와 BMW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였기에 그 역시 그런 차를 팔고 싶었다. 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손짓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천우는 수입 승용차를 팔아본 경험이 없었고, 전시장이 강북에 있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2년을 쫓아다닌 끝에 어렵사리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서울 지역에서 독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 브랜드는 그다지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었다. 딜러간 경쟁이 별로 없는 탓에 그나마 그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초기엔 너무 팔리지 않아 막막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사원들과 밤새 영업전략을 짜냈다. 인터넷으로 수입차 마니아들의 카페를 찾아다니고 재규어 동호인 모임을 찾아 공략했다. 한두 대씩 차가 팔리더니 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인 지난해 초에는 매월 30대씩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판매에 탄력이 붙자 자신감을 얻은 그가 다음 목표로 잡은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던 렉서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3년 6월 서울 지역에서 세 번째로, 강북에선 처음으로 렉서스 딜러가 됐다. “렉서스만 팔라”는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요구에 밴 사업부를 ‘천우밴’으로 분사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렉서스 세일즈에 집중한 결과다. 실상 그의 궁극적인 목적은 렉서스 딜러였고, 재규어나 랜드로버 딜러는 일종의 중간 다리였던 셈이다. 사람들은 대개 세워놓은 목표만 바라보지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단계들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 정 사장의 성공은 이런 점에서 곰곰이 되새겨볼 만하다.

뉴욕행이냐, LA행이냐

국내 노트북PC 시장에서 도시바 코리아를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빅3’에 진입시킨 도시바 코리아 차인덕(49) 사장은 3년 전 도시바 코리아 대표를 맡으면서 경쟁하는 방법부터 달리 접근했다. 목표에 접근하는 노하우에 대해 차 사장은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 유학길에 오른 아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배로 미국에 갈 때 LA로 가느냐, 뉴욕으로 가느냐에 따라 항로는 전혀 달라진다. LA행을 택했다면 그냥 태평양을 건너면 되지만, 뉴욕에 가려면 태평양을 건너 파나마 운하를 건너든지, 인도양·대서양으로 돌아가야 한다. 목표를 멀리 잡으면 그에 맞는 계획까지 세워야 한다’고.”

앞서 국내에 진출한 소니, 후지쯔, IBM 같은 경쟁자들이 시장점유율 목표를 3%나 5%로 잡을 때 차 사장은 3년 내 시장점유율 10%(당시는 1.7%)를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멀지만 큰 목표를 세워두고 차분하게 뉴욕행을 선택한 것이다. 뉴욕행을 택한 만큼 전술에서도 다른 방법을 구사했다.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했고, 기업 고객이 많다 보니 서울 강남의 근사한 사무실에 본부를 마련했다. 거액을 들여 스타급 광고 모델을 기용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져 지난해엔 시장점유율 12%를 돌파했다. 예상보다 1년 먼저 목표에 이른 것이다.

늘 그렇듯 딜러들의 세계에선 사려고 하는 고객은 하나인데 팔려고 하는 딜러는 여럿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딜러를 결승점(고객)에 먼저 도착하려고 한껏 속력을 내는 경주차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정면을 주시하고 가속페달을 밟아라. 그것이 아우토반을 달리는 가장 안전한 운전술이다. 우리는 최고급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이를 잊지 말고 앞만 보며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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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중위 출신의 이혁병 캡스 사장은 마치 고지를 점령하듯 사세를 넓혀간다.

BMW그룹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카를-하인츠 칼펠 부사장은 직원들이 경쟁사의 추격 상황을 보고할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는 양(量)보다는 품질, 기술혁신, 고객 서비스에 있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벤츠나 아우디와 경쟁하기 위한 어떤 전략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선두주자가 공격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고, 남아 있는 시장은 아직도 크다는 확신 때문이다. “저마다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전략으로 생존할 수 있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뿐, 좌우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한 끼에 한 건

딜러는 ‘체면무시업’일지도 모르겠다. 무인경비업체 캡스(CAPS)를 이끄는 이혁병(50) 사장은 하버드 MBA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그렇다고 칼같이 다려진 하얀 와이셔츠와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도도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에겐 식사시간도 영업의 연장이다. 그는 우연히 들른 음식점에 ‘캡스 경비구역’이란 팻말이 없으면 식사도 하지 않고 주인을 찾아가 대화를 시작한다. 그 다음날 그 식당에 가보면 어김없이 ‘캡스 경비구역’이란 푯말이 붙어 있다.

그는 “한 끼에 한 건씩 실적을 올린다는 각오로 뛴다”며 “사장이 직접 가입신청을 받는다고 절대로 값을 깎아 주는 법은 없다”고 말한다. 대신 대표의 이름을 걸고 최고의 서비스를 약속한다. 그러면 완강한 식당 주인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300여 업체가 난립한 국내 무인경비 시장은 에스원(브랜드명 ‘세콤’)과 캡스가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캡스는 1999년 미국 타이코(Tyco)에 인수되면서 세계 100여 개국에 7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경비보안기업 ADT(타이코의 자회사)의 한국법인이 됐다. 업계순위는 에스원에 이어 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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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우 자유기고가 llkhk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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