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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서 만난 권력자들

최형우 “대통령, 꼭 하고 싶었다”, 김영삼 “대통령, 다시 하라면 안 한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뒤뜰’에서 만난 권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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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에서 만난 권력자들
그는 쓰러진 직후 곧바로 서울 시내의 한 군부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3개월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해 독일로 건너가 뇌졸중 전문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 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에서 재활치료를 받다가 발병 8개월 만인 1997년 11월에야 귀국했다. 뇌졸중 후유증으로 언어구사에 장애가 생긴 최 전 장관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로 투병생활 10년째에 접어든 그에게 “일순간에 정치에서 멀어져버린 게 아픈 것 못지않게 고통스럽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잠시 눈을 감는가 싶더니 “아이고, 나 참” 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괜한 질문을 했나 싶었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짧은 대답에서 권력의 무상함이 묻어났다.

최 전 장관이 겪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과 투병생활의 힘듦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투병 초기 그는 아내와 가족, 그리고 비서에게 갖은 성질을 부린 것으로 알려졌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데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자 얼굴 표정과 몇 마디 의성어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곤 했다는 것이다. 단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그랬을까. 정치인으로서 ‘생명’이 다한 데 대한 괴로움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권력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권력’ 하면 통상 정치권력을 일컫는다. 시대를 불문하고 권력은 많은 사람의 관심사이자 욕망의 대상이었다. 최 전 장관이 쓰러진 직후 평소 건강관리에 소홀했던 정치인들은 건강검진을 받느라 부산을 떨었다.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권력을 쥐었다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 전 장관은 “(아프고 나니) 그것(권력)은 아무것도 아닙디다” 하고 말했다. “건강할 때는 더 큰 권력을 쥐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 않았냐”고 반문하자 “그랬다”라고 대답했다(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기사 뒷부분 참조).

김영삼 정부 당시 실세 정치인이던 K씨는 “권력은 마약”이라고 표현했다. 중독성이 코카인보다 몇 배나 강할 뿐 아니라 한번 맛들이면 좀체 끊기 힘들다는 것이다. “권력에 중독되면 그 어떤 약으로도 치료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K씨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로 투쟁했던 정치인도 권력에 대한 욕망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폼 잡는 데는 국회의원이 낫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드는 게 바로 권력이지요. 언제 칼끝이 내게 향할지 모르는데 권력을 쥐고 있을 때는 얼마 후 닥칠 미래가 눈에 안 보이는 거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부자간, 형제간, 모자간에도 피 튀기면서 쌈질을 하잖아요.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지요. 권력을 소유물로 여기면 정치인 자신도 국민도 망하게 돼 있어요. 절제되지 않은 권력은 폭력이죠. 권력은 독(毒)이 든 사과와도 같아요.”

정치권 주변에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기를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예전에 비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정치지망생은 여전히 차고넘친다.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를 비롯해 정당 사무직과 국회의원 보좌관 등으로 활동하는 정치지망생의 첫째 꿈은 국회의원이다.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한 머슴이 되겠노라는 공약을 잊지 않고 유권자에게 허리를 굽실거리는 국회의원선거 출마자들.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려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은 고인이 된 변호사 출신 전직 국회의원에게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발버둥을 쳤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의뢰하는 사건이 많아져 돈도 많이 벌게 되고 새끼 변호사(월급을 주고 고용하는 변호사를 일컫는 법조계 은어)를 법정에 내보내도 말발이 먹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남자로 태어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게 정치였다”며 “폼 잡고 사는 데 변호사보다는 국회의원이 훨씬 나은 데다 (자신이 속한) 당에서 대통령이 배출되면 장관을 하거나 청와대에서 한 자리쯤 차지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판에 뛰어든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이익과 욕망 때문에 정치인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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