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혈관 속 현미경’ 초소형 초음파

  • 신은석 울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입력2007-09-05 21: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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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혈관 속 현미경’ 초소형 초음파
    혈관 질환의 유병률과 사망률이 이미 암의 그것을 넘어섰다. 혈관의 상태는 곧 건강의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혈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자체가 생명 연장의 기본이 된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혈관 속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사용해왔으며 현재도 가장 유용한 진단법은 관상동맥 조영술이다. 주로 혈관 조영제를 관상동맥 안으로 주입해 혈관에 생긴 실루엣을 보며 혈관의 협착 유무와 그 정도를 파악한다. 하지만 이 진단법은 2차원적 영상을 제공하기에 혈관의 ‘그림자’만 볼 수 있고 내부는 못 본다는 단점이 있다. 즉 혈관 내부의 병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고 병변의 정도와 범위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 치료가 불완전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진단법이 혈관 내 초음파 검사다. ‘초음파’ 하면 복부 초음파나 심장 초음파를 떠올리지만, 초음파 기기가 계속 발달하면서 사람의 혈관 속으로 들어갈 정도의 초소형 초음파 기기가 개발됐다. 관상동맥은 직경 3mm 안팎의 작은 혈관인데, 이 안으로 초음파 기기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mm 직경의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혈관 내부를 관찰한다. 혈관 내 초음파는 2차원적 그림자 영상을 보여주는 관상동맥 조영술과는 달리 3차원적인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혈관의 협착 정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실제 혈관의 크기 및 병변의 길이를 알 수 있어 관상동맥 중재술 중 풍선이나 스텐트의 크기와 길이를 정확히 선택할 수 있으며, 병변의 석회화나 내막 박리, 혹은 혈전을 구별해 적절한 시술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밖에도 관상동맥 조영술로는 정상으로 보이는 혈관에서 병변을 찾아낼 수 있으며, 스텐트 시술이 잘 됐는지 바로 알 수 있기에 잘못됐을 경우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관상동맥 질환은 모든 사람이 고유의 지문을 가지듯 제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며 관상동맥의 병변 역시 모두 다른 양상을 보인다. 즉 환자마다 병변이 각기 다르므로 혈관 내 초음파를 이용하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혈관 속 현미경’ 초소형 초음파
    지금껏 아쉬운 대로 관상동맥 조영술의 2차원적인 그림자 이미지에 의존해 관상동맥 질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텐트 시술을 해온 의사들은 이제 혈관 안으로 직접 초음파 기기를 넣어 혈관 내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좀더 정확한 시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는 혈관 내 초음파 기술에서 한 걸음 앞서 병변의 조직 소견까지 예측할 수 있는 최첨단 초음파 기기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혈관 내 초음파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한 장비로 ‘건강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혈관 건강이 의심된다면 혈관 내 초음파 검사를 한 번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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