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핫스팟이 발생하려면 경영자들은 관계의 그물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자들은 부서에 상관없이 열정적인 사람들을 끌어 모아야 하며, 강한 유대관계에 의존하는 대신 조직 내에 약한 유대관계가 형성될 수 있게 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적극 조장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핫스팟은 결코 무풍지대가 아니라 격랑이 몰아치는 험난한 바다다. 다문화 출신의 조직원 사이에서 충돌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서로의 배경지식이 다르기에 의견 합의가 이뤄지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 책은 서로 이질적인 사람들의 충돌과 의견차를 통해 진정한 핫스팟이 창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은 혁신이 아니라,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집단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하는지를 강조한다. 에너지와 열정이 흘러넘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다. 하지만 정작 에너지와 열정을 흘러넘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경영자는 직원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직원들은 사장이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어주지 못한다고, 회사는 고객이 자사 제품의 진가를 알아주지 못한다고 푸념만 늘어놓는다. 그런 회사에는 핫스팟이 존재할 수 없다. 일에 대한 열정이 없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약속도 없기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혁신의 출발점인 핫스팟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부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금 내가 편안하게 안주하고 있는 분야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심층 분석할 수 있는 철학자적 사고도 필요하다. 그리고 저자인 린다 그래튼은 핫스팟을 창출하기 위해 기업과 직원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일러준다. 더불어 핫스팟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그러면서 핫스팟이 토대가 될 때 기업은 사회와 시장과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린다 그래튼은 ‘핫스팟’을 저술하기 위해 10년이 넘게 연구조사를 벌였다. 수십개 기업을 조사하고 수백명의 임직원과 인터뷰하면서 그는 핫스팟이 풍성하게 존재하는 조직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 Abstract
핫스팟이 창출되기 위해서는 ‘핫스팟=협력적 사고방식(cooperative mindset)×경계 해제(boundary spanning)×점화 목적(igniting purpose)×생산적 능력(productive capacity)’이라는 기본 공식이 충족돼야 한다.
핫스팟이 발생하려면 무엇보다도 서로 협력하고자 하는 조직원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거대 석유기업 BP의 베네수엘라 지사 총괄 책임자인 카를로스는 폴란드 지사에 근무하는 폴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BP에는 ‘동료 간 지원’이라는, 경영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실적이 아니라 동료들의 실적 향상도 적극 도와줄 것을 요구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한 사업부의 실패는 동료집단 사업부 전체의 실패로 간주된다. 그렇기에 베네수엘라의 카를로스는 동료집단에 속한 폴리를 도와주기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CEO에 의해 강제로 시행된 제도지만 이것은 BP만의 독특한 프로세스로 발전하면서 BP는 그 어떤 조직도 따라오기 힘든 강력한 협력관계를 갖춘 회사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핫스팟을 창출하기 위한 둘째 요소는 경계 해제다. 협력적 태도가 핫스팟 발생을 위한 초석이 되어준다면 그것에 생명력과 수명을 부여해주는 것이 바로 경계 해제다. 리눅스의 전사들은 문화와 출신 배경이 다르며 서로 얼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이 각자를 구속하는 경계선을 넘어설 수 있었기에 세계적인 오픈소스 운동의 선두주자인 리눅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항마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공통점이 많은 관계를 의미하는 ‘강한 유대관계’에서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로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뛰어넘어 혁신을 일구는 능력은 서로의 배경지식과 자라온 환경 및 문화가 판이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의미하는 ‘약한 유대관계’에서 더욱 크게 발휘될 수 있다.
‘강한 유대관계’가 폐쇄적인 성격을 띨 때 사람들은 안주해버린다. 상대방이 아는 지식을 나도 알고 있기에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다. 반면에 ‘약한 유대관계’는 서먹하고 불편한 관계다. 공유된 지식이 없는 탓에 서로 이해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그것은 새롭게 습득할 지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는 혁신 창조의 기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협력적 사고방식과 경계 해제는 핫스팟 출현의 토대를 마련해주지만 본격적인 핫스팟이 점화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점화 목적이 필요하다. 점화 목적은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를 의미하는 점화 비전, 미래에 비전으로 이끌기 위한 질문이 되어주는 점화 질문, 잠재력을 발휘할 과제를 제시하는 점화 과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점화 목적의 실패는 핫스팟의 불꽃과 흥분이 사라져버린 차가운 얼음지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점화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력 있고 의미 있는 대화다. 활력이 넘치고 의미 있는 대화가 존재할 때 개개인은 탐구심을 발휘하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과 이 비전을 얻어내기 위한 위대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
핫스팟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위의 세 요소에 생산적 능력이 더해져야 한다. 우선 리더가 구성원들의 재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여기에 개개인은 어떤 공헌을 할지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팀의 리더는 핫스팟 안에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지라도 그것을 동시간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바쁜 틈틈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기에게 딱 맞는 업무 리듬을 확보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때 비로소 핫스팟은 생산적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 About the author
린다 그래튼은 런던 경영대학원의 경영실무 교수이며 현재 이 학교의 경영 프로그램인 ‘조직 변화에서의 인적 자원 전략’ 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저서로는 이 연구 초기 결과를 담은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 : 기업의 미사여구와 인간적 실제’ ‘살아있는 전략 : 사람을 가장 중요한 기업 목적으로 삼아라’ ‘민주적 기업 : 자유와 유연성과 약속으로 회사를 해방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2005년 ‘타임’지가 뽑은 세계 50대 석학에 선정되었으며 2006년에는 ‘휴먼 리소스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에는 선진경영연구소의 수석연구원에, 2006년에는 리먼 여성기업인센터의 소장에 임명됐다.
▼ Impact of the book
어떤 독자의 말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게 만드는 조직에서는 그 조직 특유의 ‘기’가 느껴지며 여기에는 리더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리더가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고 톱다운식 의사전달에만 익숙해 있다면, 그리고 직원들이 너무 바빠서 자신을 돌아볼 짬도 내지 못한다면, 그런 조직에서는 절대 핫스팟이 창출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 책은 경영자들에게 일깨워줬다.
단순히 ‘눈감고도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이 존재하고, 그러한 질문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촉발제로 바라볼 수 있는 경영자가 존재하는 회사는 발전과 혁신을 거듭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경영자와 독자는 핫스팟이란 결코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보수가 많다고, 복리후생 제도가 훌륭하다고 혁신의 토대인 핫스팟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의도적인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본질적인 질문이나 조직 내외부의 관계 네트워크를 돌아보게 하는 조직구조 등을 창출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우리 모두가 원하는 핫스팟 지대가 융성할 수 있음을 이 책은 경영자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아류에 불과했다면 그 의미는 절반 이상 퇴색하고 말았을 것이다. 혁신을 강조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혁신이 발생하기까지 조직 내외부에서 어떤 인프라를 형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한 책은 많지 않다. 혁신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내용의 어려움 여부를 떠나 학계와 경영계는 물론이고 역자인 나에게도 새롭게 다가왔다.
핫스팟을 창출하기 위해 경영진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주지만 보텀업식의 핫스팟 창출에 대한 내용이 부족한 것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리누스 토발즈가 구축한 리눅스가 보텀업식의 핫스팟 창출을 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리눅스 본래의 오픈소스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일 뿐 완전히 아래로부터 시작된 움직임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핫스팟’처럼 린다 그래튼이 혁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에 대한 꽉 짜인 책을 또 한 번 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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