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열정으로 일군 ‘현세화’

  • 서진영 자우누리경영연구소 대표

    입력2008-12-08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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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좋은 일. 집안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일만 생각해왔던 종손의 책임감을 가진 나는 집안 바깥에 있는 많은 사람들까지 먹여 살리는 사람이 기업가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 순간, 기업가라는 직업이 내게는 굉장히 좋은 일로 머리에 박혔다. 그날 처음으로, 기업가라는 꿈이 내게 들어왔다.
    • -본문 중에서
    열정으로 일군 ‘현세화’

    <b>BBQ 원칙의 승리</b><br>윤홍근 지음 중앙M&B

    오늘날 국제 경영 분야의 화두는 세계화와 현지화를 결합한 세현화(世現化·Glo-calization)다. 즉 세계 표준을 현지 시장에 맞게 수정, 변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세현화에 반대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즉 한 나라에서 큰 성과를 올린 경영 기법을 다른 나라에 그대로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영 방식을 현세화(現世化· Loc-balization)라고 한다. 현세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윤홍근 회장이 창업한 제너시스다.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은 기업인이 되겠다는 오랜 꿈을 이룬 사람이다. 어린 시절부터 기업인 외에 다른 꿈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책에는 창업 당시인 1996년 말 매출액 6억원의 BBQ를 10년 만에 매출액 5000억원 규모의 당당한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저자의 철학과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 Abstract

    윤홍근 회장은 첫 직장생활을 미원(현재 대상그룹)에서 시작했다. 다른 대기업 공채에도 합격했지만, 저자는 삼성의 조미료 미풍을 이긴 미원 신화에 끌려 그곳을 선택한 것이다.

    윤 회장의 창업은 미원이 부도난 마니커를 인수한 데서 시작됐다. 마니커는 원래 닭고기 가공과 유통업을 하던 미원의 거래업체였으나 1993년 10월 부도가 나자 미원이 500여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윤 회장은 이때 부장으로 승진해 마니커에 합류했다.



    윤 회장은 우선 대리점 사정부터 점검해보았다. 이를 통해 과거 마니커 대리점들이 의외로 튼튼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영업정책만 잘 쓰면 이탈한 대리점들을 모두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2개월 동안 업무 파악을 마친 그는 영업조직 정비를 바탕으로 3년 후 20만마리 판매를 달성해 업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제시했다.

    매출은 공언한 대로 착착 올라 연말에는 12만마리 판매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5만마리 판매목표를 달성하면 영업사원에게 매달 5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달라는 저자의 요청도 받아들여졌다.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로 올라갔다.

    그러나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던 마니커의 닭고기 판매량은 12만마리를 고비로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찍이 그가 예상했던 일이었다. 당시 국내 닭고기 생산량은 1일 80여만마리. 이 가운데 65~70%가 소형 치킨 호프집에서 소비되고, 15~20%는 백화점, 할인점, 재래시장 등에서 유통되며, 나머지 15%는 육가공품 원료로 쓰였다. 소형 치킨점이나 호프집의 수요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구조였다.

    윤 회장은 20만마리 판매목표를 달성하려면 치킨 전문점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 측에 이를 설명했다. 돌아온 것은 반대였다. 소형 치킨점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것이 이유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만 해도 200개가 넘었다. 이들은 대부분 술을 팔면서 안주로 치킨을 파는 호프집이었다.

    그러나 윤 회장이 생각한 치킨 전문점은 전혀 다른 형태로서 기존의 치킨 전문점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장을 겨냥했다. 온갖 산고를 거쳐 1995년 4월, 경기 광명시 하안동에 첫선을 보인 것이 ‘마니커즈’ 광명점이었다. 윤 회장은 마니커즈 프랜차이즈 신규 사업본부장을 맡아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그룹의 최고위 경영진이 미원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윤 회장은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결단을 내렸다. 바로 창업이었다. 브랜드 이름은 BBQ였다. BBQ는 미국에서 숯불구이를 말하는 바비큐(barbecue)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치킨 브랜드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얼마나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도 좋은가. BBQ의 의미는 Best Believable Quality(가장 믿을 수 있는 품질), 즉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 이름에는 맛, 정, 신뢰도, 인류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각오와 자부심도 함께 담겨 있다.

    마침내 윤홍근 회장은 1995년 9월1일 자본금 5억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BBQ는 미원 중앙연구소에서 1년 이상 연구 기간을 거쳐 국내 어느 치킨점보다 더 맛있고 완벽한 후라이드치킨, 양념치킨, 함박스테이크, 윙스, BBQ버거 등 약 20종류의 상품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BBQ는 한국을 넘어 중국, 스페인, 일본, 미국, 그리고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최근접 국가이며, 세계의 모든 기업이 패권을 다투는 21세기 기회의 땅이라 윤 회장도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외국 기업의 단독 진출을 허가하지 않기에 중국의 등팡시왕 그룹과 합작회사를 차렸다.

    열정으로 일군 ‘현세화’

    2003년 제너시스 윤홍근 회장(왼쪽)과 중국 둥팡시왕그룹 류융싱 회장이 닭고기 프랜차이즈 합자 계약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중국 내 BBQ 브랜드는 ‘비비커(比比客)’로 결정했다. 중국에서 BBQ는 배달과 중국 입맛 적응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통해 멋지게 성공했다. 느긋하기만 한 중국인에게, 전화 한 통화면 30분 이내에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치킨을 자기 집에서 편안히 앉아 먹을 수 있도록 배달해주는 BBQ의 서비스는 하나의 문화 충격이었다.

    윤 회장은 중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중국인에게 한국의 새로운 맛과 문화를 어떻게 빨리 알리느냐이고 둘째는 모델 점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곧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가맹점에게 얼마나 빨리 알리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해 의심 많은 중국인에게 얼마나 빨리 신뢰를 쌓느냐 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만 충족시킬 수 있다면 2020년 1만개 가맹점 개설이라는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2006년 6월19일, 이날은 미국시장에 BBQ가 선전포고한 날로 기억돼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안방에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세계 1등 공룡 브랜드를 상대로 한국의 토종 브랜드 BBQ가 전면전을 시작했다.

    미국 파트너가 구상한 집중 공략 대상은 대학이었다. 미국에는 큰 대학만 해도 500여 개나 된다. 대학이 틈새시장으로 공략 대상이 된 이유는, 저녁에 기숙사에 있으면 피자 외에는 마땅히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 한국인 유학생도 공략 대상이었다.

    윤 회장은 미국 파트너의 구상 중에서 대학 사회 공략이라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대학생 고객은 매우 전략적인 대상이다. 다인종 국가인 미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의 대학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유학 와서 공부하는 곳이다. 따라서 대학시절 BBQ치킨의 독특한 맛을 경험한 학생들은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가서도 BBQ를 기억할 것이고, 앞으로 전세계에 뻗어나가 있을 가맹점의 잠재고객이자 홍보대사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BBQ치킨 맛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데 미국의 대학을 최고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은 셈이다.

    ▼ About the author

    ‘프랜차이즈업계의 칭기즈칸.’ 경영학계에서 윤홍근 회장을 부르는 말이다. 그가 과감한 결단력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한발 앞선 스피드 경영으로 글로벌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세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주변에서 말하는 윤 회장은 열렬한 평생 학습주의자다. 윤은기 서울종합과학대학 부총장은 “윤 회장은 최고 경영자 과정과 주요 학습 세미나에 늘 열정을 갖고 참석한다”면서 “항상 새롭게 학습하고 과감하게 실천하는 윤 회장이 있기에 오늘의 제네시스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골에서 태어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육군 중위로 전역해 미원(현 대상그룹)의 사원이 되기까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그가 1995년 제너시스를 창업해 불과 10여 년 만에 국내 최대의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키워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고 있다.

    ▼ Impact of the book

    이 책은 독자에게 추진력과 긍정적인 힘, 그리고 열정을 일깨워줬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이 책 서문에서 “윤 회장의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뜨거운 열정과 열린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단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승리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 책은 승리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인생의 멘토로 삼을 만하다”라고 추천하고 있다.

    윤 회장은 또 미국과 일본 진출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로 무형의 지식상품 수출 시대를 열었다고 자부한다. 우리의 최대 자원인 두뇌와 함께 음식문화의 연합체이자 무형의 지식산업인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은 21세기 초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는 확신한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 Impression of the book

    이 책은 윤 회장이 지난 10년간 겪은 성공과 실패, 위기와 반전, 약진과 도약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윤 회장이 이끄는 제너시스가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그룹으로서 꿈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찬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한국인으로서 가슴 뿌듯한 감동마저 느낀다. 또한 무형의 지식산업을 수출하는 그의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Tips for further study

    이 책은 리더의 열정을 느끼며 편하게 이야기 듣듯이 읽어나가면 좋다. 아울러 ‘중국을 움직이는 10인의 CEO’(홍하상 지음, 국일증권경제연구소)나 ‘스타벅스 -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하워드 슐츠·도리 존슨 양 지음, 홍순명 옮김, 김영사)도 함께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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