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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 황숙혜 머니투데이 재테크부 기자

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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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세계 금융의 중심가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전경. 월스트리트 발(發) 금융위기로 세계가 불황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경제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주택 가격은 2009년까지도 내림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금융회사들도 월가의 IB만큼 대규모 부실을 안고 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세계 질서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 및 정치 질서에서 미국의 위상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도 흔들릴 공산이 크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산유국에서 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이 재채기만 해도 세계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는 통념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과 달러화, 유로화, 그리고 유럽의 주식 비중을 줄이고, 중국 위안화 및 신흥국의 주식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할 때다.

▼ About the author

조지 소로스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혹자는 소로스를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라며 찬사를 보내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철학이라는 탈을 쓴 희대의 사기꾼이라 비난한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치우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양측 모두 그럴 만한 근거를 제시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그가 반세기 동안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으며 1969년부터 1989년까지 20년 동안 퀀텀펀드로 연평균 34%에 달하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린 투자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경제 문제를 관념적으로 풀어내는 ‘소로스적’인 특성은 그가 보낸 유년기의 시대 배경과 관련이 있다. 일각에서는 소로스의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특성은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1930년 헝가리에서 부유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독일 나치의 대량 학살 때문에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영국으로 탈출한 소로스는 기차역의 짐꾼, 여행 세일즈맨, 웨이터 등을 전전하며 외로운 이방인으로 살았다. 그리고 갖은 어려움을 이겨낸 뒤 런던경제대학(LSE)에 입학,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칼 포퍼를 만나면서 재귀성 이론을 접하고 자신의 투자 철학을 정립하는 직접적인 계기를 갖는다.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간 소로스는 한때 철학자를 꿈꿨으나 투자에 더 소질이 있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투자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퀀텀펀드 등의 지주회사 격인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을 맡고 있다.

▼ Impact of the book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속에 투자자들은 방향을 잃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후폭풍이 얼마나 강하게, 광범위하게 미칠 것인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는 소로스의 눈을 통해 금융시장의 변화와 앞으로의 향방을 읽게 됐다. 그의 남다른 경제 철학에서 현 사태를 바라보는 통찰을 얻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은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과유불급의 처참한 결과로 치닫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세계경제가 무너진다는 그의 예상은 개인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러나 버블의 심화 과정에 언제나 자기강화 과정이 있었다고 설파하는 대목에서는 좀 더 차분하게 현 시점을 진단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저자가 이번 위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데다가 과거 숱한 위기를 겪으며 깊은 내공을 쌓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부 초보 투자자나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독자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서문에서 소로스는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일생일대의 작품이라고 적었다. 그만큼 이 책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소로스가 재귀성 이론을 발전시킨 것은 런던경제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나온 ‘금융의 연금술’이 이 이론을 저술한 첫 번째 책이었다.

수십년 동안 소로스의 이론은 경제학계에서 냉대를 받았다. 칠순을 훌쩍 넘긴 노회한 투자가는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촉발된 위기가 이 이론의 정당성을 세상에 보여줄 기회라는 생각에 다시 펜을 들었다.

경제를 경제가 아닌 철학으로 풀어낸 통찰에 놀라움을 표현하기에 앞서, 세상의 냉대에 굴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열정과 자신의 투자 전략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자신감에 찬사를 보낸다.

소로스는 경제 문제를 철학적 관점으로 풀어내지만 이 책이 관념적이거나 피상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 사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된다. 투자자뿐 아니라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및 유럽, 그리고 그 파장에 휘둘리는 신흥국의 정책 당국자들이 반드시 일독해야 할 책이다. 소로스의 이야기는 위기의 본질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귀성 이론에 관한 소로스의 이야기는 상당히 난해하다. 보다 넓은 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췄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Tips for further study

수렁에 빠진 욕망의 전차
소로스의 책이 국내에 출간될 무렵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이미 전세계로 퍼졌고, 이 주제를 다룬 책도 상당수 출간됐다.

위기를 다룬 책을 통해 여러 경제학자의 다양한 통찰과 전망을 접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미즈호종합연구소 지음, 김영근·현석원 옮김, 전략과문화)와 ‘그린스펀 버블’(윌리엄플렉켄스타인 외 지음, 김태훈 옮김, 한즈미디어), ‘세계 머니버블의 붕괴가 시작됐다’(마쓰후지타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원앤원북스) 등이 이번 사태를 다뤘다.

이밖에 소로스의 통찰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철학적 뼈대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 민음사·사진)을 권한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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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머니투데이 재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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