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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윔블던 직행 ‘스매싱’ 정현

  • 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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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졌고, 많이 질 거다 그러다 우승의 날이 온다”

정현은 3월 25일 마이애미오픈 1회전에서 세계 랭킹 50위 마르셀 그라노예르스를 무너뜨렸다.

당시 정현은 호주 버니챌린저 우승과 라운체스터인터내셔널 챌린저 준우승을 기록하며 세계 122위에 올라 있었다. 그런데 정현은 1차전에서 만난 세계 랭킹 50위 마르셀 그라노예르스(스페인)를 2-1(6-0 4-6 6-4)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한국 선수가 ATP투어 대회에서 이긴 것은 2008년 9월 ATP 투어 AIG 재팬 오픈 챔피언십 단식 1차전에서 이형택이 승리한 이후 처음이다.

2차전 상대는 ATP 투어 단식에서 5차례 우승을 거둔 토마시 베르디흐(9위, 체코)였다. 정현이 수세에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현은 베르디흐를 만나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그 경기에서 패했지만, TV로만 봐온 선수와 같은 코트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짜릿했다. 대회 분위기가 챌린저 때와는 사뭇 달랐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대회 관계자들이 세심하게 배려했다. 수많은 관중이 베르디히보다 나를 더 응원했다. 나이도, 랭킹도 비교가 안 되는 동양 선수라 조금 안쓰러워 보였던 모양이다.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졌지만 많은 걸 배운 대회였다. 베르디흐는 테니스도 잘 쳤지만 매너도 아주 훌륭한 선수였다. 테니스만 잘 친다고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게 아니더라.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 대회를 통해 깨달은 바가 아주 많다.”

정현의 가족은 어머니 김영미 씨(물리치료사) 외엔 모두가 테니스에 몸담고 있다. 아버지 정석진 씨는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 정현보다 세 살 위인 형 정홍은 건국대(4학년) 테니스 선수로 활약 중이다. 3부자가 테니스 유전자로 똘똘 뭉쳐 있는 셈.

“아버지는 내게 ‘산’과 같은 존재다. 아버지가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하셨고, 그 덕분에 형이 자연스럽게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나는 형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다 얼떨결에 테니스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게임기나 만화책에 빠져 있을 때 나는 형과 테니스를 쳤다. 그렇다고 테니스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테니스 치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에 그만두지 못했을 뿐이다. 취미로 라켓을 잡다가 어느 순간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로 변모했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기는 기쁨을 맛봤다. 그다음엔 선수 정현이 돼 있었다. 테니스의 시작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중간에 슬럼프를 겪거나 도망치거나 힘들다고 포기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美 테니스아카데미 유학

아버지 정석진 감독은 두 아들 중 하나는 테니스 대신 공부를 선택하길 바랐다고 한다. 정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와 큰아들이 운동을 하니까 둘째는 공부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이는 테니스를 정말 좋아했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기 때문에 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둬도 좋다고 얘기했지만, 현이 입에선 ‘테니스가 재미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릴 때 운동을 하면 몸이 건강해지니까 그런 마음에서 테니스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결국엔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정홍과 정현 형제는 어릴 때부터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다. 2008년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제47회 오렌지볼 테니스대회 남자 12세부 결승전에서 13세의 정현은 톱시드의 실라스 세르케이라(브라질)를 2-0으로 완파하고 한국 선수로는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08년 세계 주니어 12세 대회 에디허 인터내셔널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우승과 복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프린스컵 단식 준우승에 이어 오렌지볼 우승까지 아시아 선수 최초로 3주간 연속 3개 대회 결승전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정홍은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대회 단식 2회, 복식 1회 우승 경력과 2009년 3월 종별선수권대회에서 고교 1학년생으론 최초로 단·복식을 석권했다.

두 형제는 2009년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IMG 후원을 받아 미국으로 테니스 유학길에 올랐다. 닉 볼리티에리 아카데미에 들어가 3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생활했다. 다음은 정 감독의 회고.

“당시 우리 형편에 두 아들을 모두 미국 유학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IMG의 도움도 받았지만, 아이들한테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갔다. 지인들의 도움도 받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테니스를 치며 영어를 습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무리해서 유학을 보냈다. 그땐 진짜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잘한 것 같다. 테니스를 대하는 시각도 달라졌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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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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