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윤정옥 정대협 초대 대표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부끄럽다”

“정치와 거리 두는 것이 정대협 초기 정신”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06-16 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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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미향 두둔 입장문, 연락받은 적 없다

    • 윤미향 국회의원 된 것 보고 놀라

    • 윤미향이 정대협에 일생 바쳐? 동의 못해

    • 정치와 거리 두는 것이 정대협 초기 정신

    • 입장문, 없던 걸로 했으면 좋겠다

    • “정의연 입장문, 연락 없었다” 재확인, ‘한겨레’ 보도 부인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440차 ‘수요집회’. [뉴시스]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440차 ‘수요집회’. [뉴시스]

    “윤미향 씨가 정대협에 일생을 헌신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입장문이 나온지도 몰랐고, 연락받은 적도 없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초대 대표를 지낸 윤정옥(95)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5월 21일 ‘신동아’와 진행한 약 45분간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윤 명예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한 여성인권운동계의 대모다.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노력했다. 1980년대 중국·일본·태국 등지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증언을 수집했고 1990년 정대협을 창립해 초대 대표를 지냈다. 정대협은 2018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2016년 설립)과 통합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연이 됐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인터뷰 하루 전인 5월 20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40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윤 명예교수 등 ‘정대협을 만든 사람들’ 12명 명의의 입장문이 배포됐다. “그(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설립 시 간사로 시작해 사무총장, 대표직까지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며 “회계 부정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저희는 확신한다”는 게 입장문의 뼈대다. 정대협 초기 멤버들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둔하고 나선 듯한 내용이다. 

    인터뷰 중 해당 입장문에 대해 묻자 윤 명예교수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라고 반문하며 “내 이름으로 그런 입장문이 나온지 전혀 몰랐다. 정의연 측으로부터 근래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아래는 인터뷰 중 윤 명예교수가 사전에 입장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힌 대목이다. 

    -‘정대협을 만든 사람들’이란 명의로 어제 20일 입장문이 나왔습니다. 

    “어디에 나왔어요?” 



    -‘1990년 정대협 설립을 준비하고 대표로 힘을 모았던 사람들’(입장문 첫 구절)이라고 입장문에 나왔는데, 교수님께서 모르시나요? 

    “난 몰랐네요.” 

    -연락이 없었나요 따로? 

    “나한테 따로 없었어요.” 

    -입장문에 대해선 모르셨다는 말씀이신지요. 

    “내가 그건 몰랐어요.” 

    -선생님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본인이 모르시면 명의 도용 아닙니까. 

    “그걸 내가 봐야겠는데. 어디에 나왔다고, 무슨 신문?” 

    -윤 교수님을 포함해 정대협에서 초기부터 일한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이름으로 입장문이 배포됐습니다. 00뉴스도 나오고 00일보도 나오고 00신문, 00일보 다 나오거든요. 

    “아, 내가 그거 하나도 안 봤어요.”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깨끗하지 못한 것”

    윤정옥 이화여대 명예교수. [동아DB]

    윤정옥 이화여대 명예교수. [동아DB]

    -윤 교수님 이름으로 나간 입장문인데 묻지도 않고 낸 건 문제인 것 같아서요. 

    “그렇죠. 난 전혀 알지 못했어요. 전혀 몰랐죠. 아니 내가 그런 걸 보지도 않고 읽지도 않고. 나이도 나이라서…. 이효재 선생님(윤 명예교수와 함께 정대협 초대 공동대표 역임, 입장문에 윤 명예교수 다음으로 거명)은 다 아시나?” 

    -제가 입장문에 이름 오른 분들한테 다 연락을 못 드려봤는데. 

    “아, 나한테 처음이에요?” 

    -예, 처음 연락드렸는데 말씀드리자마자 모르신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전혀 몰랐어요. 그리고 난 이런 데에 대해 관심도….” 

    윤 명예교수는 윤미향 의원과 정의연을 둘러싼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의심을 받는 것 자체가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면서도 “윤미향 씨의 책임도 있겠지만 (정대협을) 떠난 지 몇 십 년이 된 나이 많은 나로서도 책임을 느낀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는지 부끄럽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윤 의원의 출마에 대해선 “정치에 관여하지 않기로 한 것이 정대협의 취지였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을 가리켜 ‘정대협 설립 시에 간사로 시작해 사무총장, 대표직까지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고 쓴 입장문의 표현을 두고선 “윤미향 씨가 정대협에 일생을 바쳤다는 표현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명예교수는 “윤 의원의 출마 사실을 알고 놀랐다”며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아직은 너무 빠르지 않나 싶어서. 저기 뭐냐면 그거 한 가지는 내가 분명히 할 수 있어. 정대협을 시작할 때요, 우리는 정치에는 관여 안 한다는, 말로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정신 상태는 정치하고는 상관없는 걸로 우리는 생각했어요.”


    정대협·정의연 이력으로 출마? “단체가 전부 나서서 말렸을 것”


    -당시에 교수님의 생각이나 정대협의 정신은 그랬다는 거죠? 

    “그래서 그 양반이 지금은 나이가 저렇게 됐지만 (그 당시에) 우린 정치와 관계를 맺는다든지 정치에 손을 댄다든지 그런 걸 원치 않았어요.” 

    -그런데 윤미향 씨가 국회의원 당선된 가장 큰 이유이자 유일한 이력이 정의기억연대 전직 이사장이거든요. 

    “그렇죠. 맞아요.” 

    -보시기에 좀 불편하셨을 것 같습니다. 

    “편치 않았죠. (정대협은) 정치하고 어떤 관계를 맺는다든지 하는 것은 할 줄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어요. 누군가가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거기에 더군다나 발을 들여놓는 것은 마이너스일 거예요. 단체가 전부 나서서 말렸을 거예요.” 

    -윤미향 국회의원 출마 포스터에 ‘이번 선거는 한일전이다’ 이런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아이고. 참.(웃음) 우린 반대예요. 하여튼 우리 단체는 국회의원 된다든지, 정치에 관심 있어 참가하는 건 생각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그렇게 했다면 반대했어요.” 

    -윤미향 의원은 정대협에서 열심히 일했다고 합니다. 교수님 이름이 들어간 입장문에는 ‘간사로 시작해서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난 모르겠는데요.”

    “윤미향이 정대협에 평생 헌신? 동의 못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1대 총선 포스터. [더불어민주당 제공]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21대 총선 포스터. [더불어민주당 제공]

    -윤미향 씨가 정대협에서 일생을 헌신했다는 것에 동의 안 하시나요. 

    “그니까 윤미향이 일생을 바칠 정도로 그건 모르겠는데요. 왜냐면 우린 정치는 상관 안 했거든요. 상관 안 하기로 처음부터 (약속)했고. 그 문장은 조금 우리 취지하고 다르네요.” 

    -정치에 뛰어든 윤미향 씨가 정대협에 헌신했다는 표현이 좀 안 맞는다 이 말씀이신가요? 

    “아니란 말이에요. 그건 아니에요. 정치 문제, 그건 좀 달라요.” 

    윤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를 5월 21일 단독 보도(‘“윤미향 두둔 입장문, 연락받은 적도 없다” 윤정옥 정대협 초대 대표’ 제하 기사 참조)하자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기사 조회수는 온라인상에서 40만 이상을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1300여 개의 댓글로 기사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 “윤미향은 정대협·정의연을 개인 돈벌이, 국회의원 되는 수단으로 이용했다”거나 “거짓만 있는 정의연! 어디까지가 진실입니까?”라는 격한 반응이 대다수였다. 윤 명예교수가 자기 명의로 나온 입장문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명의 도용은 불법이고 범죄” “성명을 냈다는 당사자가 모르는 입장문은 대체 누가 가짜로 만든 것이냐”는 지적이 잇달았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5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초기 정대협 선배들 입장문’이 본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당사자 분들에게 한 줄 한 줄 읽어드리고 동의받은 것으로 전달받았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익명의 여성계 원로와 윤 명예교수의 제자 ‘ㄱ씨’를 인용해 ‘신동아’ 보도를 반박했다. 한 여성계 원로가 ㄱ씨를 통해 전화로 윤 명예교수에게 입장문 내용을 전달했고, 윤 명예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올리는 데 동의했다는 것이다. 정작 ‘한겨레’는 당사자인 윤 명예교수에게 관련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신동아는 5월 24일 윤 명예교수와 약 8분 동안 재차 통화한 내용을 이튿날 보도했다(‘윤정옥 “정의연 입장문, 연락없었다” 재확인, ‘한겨레’ 보도 전면 부인’ 제하 기사 참조). 윤 명예교수는 5월 21일 인터뷰 당시의 의견을 고수했다. 

    신동아는 윤 명예교수에게 수차례 대면 인터뷰를 정식 요청했으나, 그는 건강을 이유로 사양했다. 다음은 5월 24일 전화 인터뷰의 주요 문답 내용. 

    -지난번 인터뷰에서 정대협의 정신은 정치와 거리 두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지요. 우린 정치에 관여 안 했어요. 정치 문제는 정대협이 할 일이 아니란 말이에요”. 

    -윤 의원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굉장히 놀라셨다고. 

    “그럼요.”

    “입장문 연락 못 받아… 그 사람(윤 의원)은 일생을 헌신한 일 없어요” 재확인


    -윤 의원이 ‘정대협에 일생을 헌신했다’는 말은? 

    “동의 안 해요. 그이가 무슨 헌신을 해요.” 

    -근데 ‘한겨레’는 교수님이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누가 전화하기는 했다. 정대협은 정치하면 안 된다는 말은 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보도했는데요. 

    “아유, 아니에요. 아니에요.” 

    -‘정대협을 만든 사람들’이란 명의로 교수님 성함이 들어간 입장문은…. 

    “난 그 입장문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없었던 걸로 했으면 좋겠어. 그런 입장문이 나온 것도 난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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