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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집콕’, 미쳐 버리겠다” 층간소음 갈등 2배 넘게 늘어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모두가 ‘집콕’, 미쳐 버리겠다” 층간소음 갈등 2배 넘게 늘어

  • ●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5월 민원 지난해 동기 대비 110% 상승”
    ● 올 1~5월 경찰 소음신고 지난해보다 17% 증가
    ● 유치원·어린이집 안 가니 하루 종일 ‘뜀박질’
    ● 헬스장 못 가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족’
    ● 코로나에 생계 막막, 새벽에 재봉틀 돌리며 부업?
    ● ‘보복성 소음’ 이웃 갈등 부채질
    ● 위층 직접 올라가지 말고 중재 기관 활용해야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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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집콕족’이 늘면서 이웃 간 소음 갈등도 늘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갈등의 정도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 

대표적인 소음은 어린아이들의 뜀박질이다. 작은 발로 ‘콩콩’ 걷거나 ‘다다다닥’ 뛰어다닐 때 나는 소음은 부모도 통제하기 힘들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 대부분이 집안 곳곳에 소음차단용 매트를 깔아놓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그나마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대에는 쿵쿵대는 소리도 잠시 소강상태를 맞는다. 그런데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는 이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아이들을 집에서 보육하는 가정이 늘면서 낮 시간에도 층간 소음이 그치지 않는 것.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있는 가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월 8일 초·중·고·유치원 전 학생이 등교 개학했지만 일주일에 하루 혹은 사흘 정도만 학교에 가고, 영유아들도 맞벌이 가정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가정에서 보육하려 하기 때문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여전히 많다.


아랫집, 윗집 모두 스트레스

코로나19 확산으로 ‘홈트족’이 늘고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 확산으로 ‘홈트족’이 늘고 있다. [GettyImage]

숫자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 준다. 환경부 산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이 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분쟁 민원은 모두 1896건(콜센터 875건, 인터넷 1021건)이었으나,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해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2월에는 2630건(콜센터 1422건, 인터넷 1208건)으로 1월과 비교해 38%나 늘었다. 이후 5월에 접수된 콜센터 상담 건수는 225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7건)과 비교하면 110% 늘었다.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소음으로 인한 경찰 신고 건수도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올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소음 신고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외에도 놀이터, 공원에서 나는 소음을 신고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층간소음은 위층, 아래층에 모두 스트레스를 안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가정주부 A씨는 “지금 사는 집에서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요즘처럼 악몽 같은 시간이 또 없었다”며 “윗집이 코로나가 시작된 뒤부터 새벽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쿵쿵거려 내 심장마저 벌렁거린다”고 토로했다. 

윗집이라고 마음 편할 리 없다. 인터넷 맘카페에는 아랫집에서 받는 항의에 스트레스가 크다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한 맘카페 회원은 “두 아들이 유치원에 안 가니 하루 종일 번갈아가면서 뛴다”며 “아랫집에 미안해서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 모르겠다.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적었다. 

재택근무자들의 호소도 끊이지 않는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B씨는 “회사 방침상 요즘 집에서 업무를 보는데 하루 종일 가구 끄는 소리, 전화 통화 소리 등 온갖 소음이 들려와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고 토로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헬스장 대신 집에서 운동하는 일명 ‘홈트족’이 늘고 있다. SNS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홈트 인증샷’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문제는 운동할 때 나는 소리. 유산소운동에 필수품으로 꼽히는 러닝머신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쿵쿵’ 소리와 함께 진동도 발생한다. TV나 모바일로 동영상을 보며 줌바댄스, 필라테스 등을 따라 하는 이도 많은데 과격한 몸동작은 소음을 낼 수밖에 없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C씨는 “위층에 사는 대학생 아들이 매일 밤 운동을 해 못 살겠다”며 “여름철이라 창문도 다 열어놓고 사는데, 음악도 크게 틀어놓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통에 노이로제에 걸리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우퍼스피커·고무망치…보복 방법도 다양

인천 계양구에 사는 B(37)씨는 5월 한 달 동안 3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 예전에는 없던 소리가 두어 달 전부터 그것도 새벽 시간에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드르릉’ 재봉틀 돌리는 소리가 그것인데, 위층에 두 번이나 얘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급기야 경찰을 불렀다. B씨는 이 일로 가족 간의 불화도 겪었다. 소음이 유독 B씨의 방에서만 나는 바람에 함께 사는 부모님은 “야심한 시간에 경찰을 불러 일을 크게 만들었다”며 B씨를 심하게 질책했다. 이번 일로 B씨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다. 

“층간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자다가 깜짝 놀라 깨는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가족마저 이해 못 하니 답답해 죽겠어요.” 

문제는 경찰이 다녀간 뒤에도 위층에서 나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B씨는 “알고 보니, 윗집 아저씨가 가게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돼서 아줌마가 부업으로 재봉틀 작업을 한다고 하더라. 납품일 맞추느라 그러는 건 알겠지만 새벽까지 소리가 나면 아랫집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층간 소음을 호소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올 1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서 제출받은 ‘층간소음 민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 접수된 전국의 층간소음 민원은 총 10만6967건이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도 2012년 8795건에서 2018년 2만8231건으로 늘었다. 

‘보복성 소음’도 심각한 상황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층간소음 복수’를 검색하면 우퍼스피커, 고무망치 등 소음에 대한 보복 방법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우퍼스피커는 홈시어터 시스템에서 스피커만으로 부족한 초저음을 재생하기 위해 사용하는 ‘서브우퍼’를 말하는데, 일반 스피커가 공기를 매질로 전달되는 것과 달리 우퍼스피커는 소리의 진동이 바닥이나 벽을 타고 전달되는 특징을 지녔다. 따라서 위층 소음에 복수하고자 하는 이들이 천장에 우퍼스피커를 설치해 소음과 진동을 위로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2월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 사는 C씨는 층간소음 문제로 위층에 복수하기 위해 우퍼스피커로 아이 우는 소리, 세탁기 소리 등을 반복 재생했다가 “아이가 세탁기에 갇혀 우는 것 같다”는 위층의 신고로 벌금 10만 원에 처해졌다.


층간 소음 원인 입증하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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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갈등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2016년 7월 경기 하남의 아파트에서 아랫집에 사는 30대 남성이 위층 노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에서는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40대가 범행 후 투신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월에는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주민들이 서로 주먹을 휘둘러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되자 정부는 2014년 층간소음 전담 기관을 신설했다. 환경부 산하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www.noiseinfo.or.kr)와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myapt.molit.go.kr)가 그것이다. 두 기관 모두 층간소음 방문을 신청하면 현장진단을 통해 소음의 원인을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대처 방법도 소개받을 수 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이용할 경우에는 1단계에서는 △전화상담 △방문상담신청 △추가전화상담 서비스가 제공되고, 2단계에서는 △방문상담 △소음측정 등의 서비스가 진행된다. 또한 3차적인 해결 방법으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 서울시층간소음 상담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피해가 인정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재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층간소음 자체가 언제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간헐적이라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이웃사이센터 한 관계자는 “막상 현장에 나가면 답답한 경우가 많다”며 “사람마다 느끼는 소음의 강도가 다를뿐더러 소음의 근원이 어디인지 정확히 감지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데시벨 측정기를 집안 곳곳에 설치하고 하루 뒤 수거하는데, 피해자 처지에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


층간소음이 아파트 평판 좌우?

한편 아파트 층간소음 차단은 건축 단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지어진 공동주택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새로 짓는 건축물에는 소음차단 설계가 의무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것.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2022년 7월부터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가 도입된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사전 인증 방식’을 통해 아파트 건축에 사용될 완충재가 소음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만 받으면 되지만,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가 도입되고부터는 아파트가 완공되고 난 뒤 실제로 소음 차단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만약 권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지자체가 보완 시공 등을 권고할 수 있게끔 주택법과 주택법 시행령, 시행규칙 등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 동원된다 하더라도 이웃 간의 배려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웃사이센터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 주체를 중심으로 아파트 주민들 스스로 층간소음 관련 규약을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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