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shay’ 홍성지 9단 우승… 韓, 3년 만에 트로피 되찾았다

‘2017 편강- 신동아배 월드바둑 챔피언십’ 4개월 대장정 성료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7-05-19 10: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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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기(速棋) 예술가’ 홍성지 감각적인 수읽기
    • 2회 대회 우승자 안성준, ‘후반 기습’에 흔들
    • 8강에 韓 6명 진출…“만리장성 넘었다”
    • 생중계, 상금 1억200만, 1000여 명 출전 ‘큰 화제’
    ‘셰이(shay)’가 ‘2017 편강-신동아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스페셜원’을 22수 만에 불계승으로 누르고 영광의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셰이는 5월 11일 사이버오로 ‘오로 대국실’에서 열린 편강-신동아배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초반 스페셜원의 거친 공격에 위축되며 한때 궁지에 몰렸지만, 후반 좌상 흑을 잡으면서 대역전을 이뤘다.

    스페셜원은 결승 1국을 내줬지만 2국에서 승리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그 여세를 몰아 최종국 중반까지 셰이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대국 후반 반전을 노리던 셰이의 감각적 수읽기에 분루를 삼켰다.

    편강-신동아배 결승 대국은 지난 대회부터 인터넷바둑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TV로 생중계돼 바둑팬들을 열광시켰다. 인기 BJ(바둑자키) ‘프로연우’는 바둑방송 장혜연 캐스터를 특별 게스트로 출연시켜 ‘꿀잼’ 입담을 뽐냈다.



    洪 “오랜만의 우승…꿈 실현”

    본명 대신 ‘ID’를 내걸고 승부를 겨루는 인터넷 바둑대회인 만큼, 용호상박(龍虎相搏) 힘겨루기를 펼친 결승 진출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컸다. 생방송 도중 바둑팬들은 실시간으로 글을 올려 셰이의 ‘신상털기’를 요청한 것.

    해설자 프로연우가 장 캐스터에게 넌지시 “셰이 선수의 정체가 궁금하다. 힌트 좀 부탁한다. 혹시 술도 같이 마시는가”라고 묻자 장 캐스터는 “얼마 전 회식 술자리에 같이했다”면서도 정체에 대해선 함구했다. 그러나 프로연우의 송곳 질문에 장 캐스터는 무너졌다. “셰이가 한국여자바둑리그 방송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냐”고 묻자 ‘뜨끔’한 표정의 장 캐스터는 잠시 뒤 깔깔대고 큰 웃음을 터뜨렸다. 바둑팬들은 무릎을 쳤다. 셰이의 정체는 여자바둑리그 해설자 홍성지 9단이었던 것. 

    홍 9단은 2001년 프로바둑에 입단한 뒤 제9회 동양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 우승(2012), 제4기 한국물가정보배 프로기전 우승(2008)을 자랑하는 ‘속기 바둑의 예술가’. 홍 9단의 우승으로 2014년 대회부터 중국 기사들(커제(柯洁)-판팅위(范廷鈺)-퉁멍청(童夢成))이 가져간 우승 트로피를 3년 만에 되찾아왔다. 손종수 세계사이버기원 상무는 “각종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홍 9단은 속기로는 단연 세계 정상급”이라며 “순간 판단과 수읽기가 빨라 이세돌, 박정환 9단도 껄끄러워하는 상대”라고 평가했다.
    홍 9단에 아쉽게 패한 스페셜원은 편강-신동아배 2012년 2회 대회 우승자인 안성준 7단. 그는 편강-신동아배 대회의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자다.

    2012년 2회 대회 우승자인 안 7단은 우승 직후 한국물가정보배 우승(2012), 삼성화재배 8강 진출(2013) 등 승승장구했고, 세계 최강자 커제도 무명 시절 3회 편강-신동아배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직후 바이링배(2014), 삼성화재배(2015), 몽백합배(2016) 우승을 석권하며 세계 최강자로 등극했다. 이후 편강-신동아배는 ‘행운의 대회’로 입소문이 났다. 앞으로 홍 9단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홍 9단은 “본선 초반에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랜만에 우승의 꿈이 실현됐다”며 “각종 대회에서 중국 기사들이 강세인데 모처럼 한국의 형제들이 결승대국을 펼쳐 마음이 편했다.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바둑과 관련해 “중국 인공지능 ‘줴이(絶藝)’와 한 판, 일본 인공지능 ‘딥젠고’와 13판을 뒀는데, 인공지능은 초반 실리보다는 다음 전투를 대비하는 두터움을 염두에 두고 대국을 하는 거 같다”며 “그런 패턴을 알면 대국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공포의 서팔짱’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숨 막히는 속사포 대전,  상생과 예의가 빛난 대회”


    서효석 편강한의원장은 “‘제6회 편강-신동아배 월드바둑챔피언십’은 한중일 고수들의 숨 막히는 속기전 속에 조마조마했는데, 한국 기사들이 결승전을 치러 흐뭇했다”며 “패자를 위로하는 승자, 승자를 축하하는 패자를 보면서 상생과 예의가 더 빛난 대회였다”고 말했다. 아마 바둑 6단인 서 원장은 한국기원에 바둑발전기금을 기부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바둑 대표팀 주치의로 참가할 정도로 열혈 바둑 애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1000명이 넘는 기사가 참여한 ‘속사포 대전(大戰)’이 막을 내렸다.
    “요즘 각종 온·오프라인 대회가 많은데 1000명이 넘는 기사가 참여한 건 고무적이다. 대회도 매년 큰 규모로 발전하고 있고, 인터넷 기전 중 유일하게 아프리카TV가 생중계해 대회 명성을 드높였다. ‘프로연우’의 재치 있는 해설도 재미를 더했다. 사실, 최근 3년간 중국 선수들이 우승해 한국 바둑팬들의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전을 치러 그동안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대회가 속기전(速棋戰)이다보니 ‘속기파’ 홍성지 9단의 감각적 판단이 빛을 발했다. 홍 9단의 초반 큰 포석과 중반 이후 감각적인 수읽기에 많은 고수가 흔들린 거 같다. 중국의 커제, 한국의 안성준 등 역대 편강-신동아배 우승자는 우승 직후부터 승승장구하는 전통이 있는 만큼 앞으로 홍 9단의 선전이 기대된다. 특별상인 편강환을 먹으면 집중력이 좋아져 좋은 성적을 내게 될 거다(웃음).”

    바둑 통한 세계 평화 기여


    -국내 대표 한의원과 신동아가 공동 후원하고, 억대 상금 등 대회는 연일 화제가 됐다.
    “사회적 공기(公器)이자 한국 잡지의 대명사인 ‘신동아’와 한의학의 공기(公器)를 자임하는 편강한의원이 공동 후원하는 대회여서 바둑 애호가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바둑이란 공통어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한의원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 의미가 크다. 대회 우승자 홍 9단도 오래전부터 재능기부를 하거나 수익금을 기부하며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기사로 알려져 있어 더욱 의미 있다.”

    -서 원장도 ‘속기파’ 아닌가(바둑계에서는 서 원장을 ‘공포의 서팔짱’으로 부르는 이가 많다).
    “그렇다. 성격이 좀 급한 편이어서 속기 바둑을 즐긴다. 그런데 나의 속기 습성을 간파한 양상국 9단이 ‘팔짱 끼고 바둑을 둬보라’고 해서 팔짱을 끼고 생각하며 바둑을 두니 실력이 확연히 늘었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많아지면 상념에 잠긴 채 바둑을 두는데, 그러면 마음은 편안해지고, 정신도 맑아진다. 정신 건강에 바둑만 한 스포츠는 없다. 바둑에는 인터넷·모바일 게임에는 없는 예의와 상생(相生)이 들어 있고, 한 수 한 수에 희열과 성취감이 있고, 인생에 대한 깨달음도 있다. 앞으로 편강-신동아배 대회가 세계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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