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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향기 속으로

대한민국의 설계자들外

  • 송홍근 기자, 성유진·이수진·오소영, 황금희

대한민국의 설계자들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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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김건우 지음, 느티나무책방,
293쪽, 1만7000원



●  보수(保守)를 표방한 정치 세력이 수난을 겪고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 후보 득표율은 30.8%(홍준표 24.0%, 유승민 6.8%)에 그친 반면 진보·중도 후보 득표율은 68.7%(문재인 41.1%, 안철수 21.4%, 심상정 6.2%)에 달했다. 보수는 ‘보전해(保) 지킨다(守)’는 뜻이다. ‘보수’하려면 올곧게 선 가치와 철학이 필요한데, 한국적 보수가 가진 철학과 가치는 모호하기 그지없다. 보수와 극우가 착종(錯綜)한 데다 국가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가 뒤섞였다.

보수는 쓸모 있는 것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이다. 시대 변화에 조응하지 못해 쓸 데 없는 것을 지키려들면 수구(守舊)나 반동(反動)으로 전락한다. 영국 보수주의 철학자 로저 스크러튼이 옹호하는 보수의 가치는 다음과 같다.

“보수주의는 모든 성숙한 사람들이 선뜻 공감하는 생각, 즉 훌륭한 유산은 쉽사리 파괴되지만 쉽사리 창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고자 하는 신념,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 굳게 선 원칙을 어기지 않는 강한 의지, 공유 자산의 보호, 민주적 절차 등을 보전해 지키는 것이 보수주의다.”



그렇다면 한국적 보수가 지향할 곳은 어디인가.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의 저자는 장준하 김준엽 김수환 강원용 천관우 조지훈 김수영 등 ‘친일하지 않은 우익’에서 한국 보수정치의 원류(源流)를 찾는다. 이 책은 태평양전쟁으로 내몰린 학병 세대의 평전이면서 ‘대한민국을 설계한’ 우익에 대한 열전이다. 한국적 우익의 본줄기를 탐구하는데, ‘학병 세대(1917~1923년생)’와 ‘서북 지식인’을 시(時)·공(空)의 축으로 삼은 친일하지 않은 우익이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본다.

“평안도와 황해도를 주요 근거지로 하던 우익 기독교인들과 지주, 상공인이 대거 월남했다. 간도와 함경도를 근거로 하던 우익 민족주의자들도 내려왔다.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이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에 남아 있던 이들과 결합해 한국 사회의 여러 부분을 설계하고 직조했다.”(14쪽)

학병 세대와 서북 지식인은 우익이면서 서구 사상을 앞장서 받아들인 진보적 인사였다. 광복 후 친일 우익이 만든 ‘좌·우익 프레임’과 1960년대 이후 등장한 좌파 민족주의 흐름 어느 쪽도 이들을 국가 건설의 주역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나 학병 세대와 서북 지식인이 민주화와 산업화의 뿌리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들은 제2공화국에 참여해 5·16 군사정부 경제개발계획의 기초를 다졌으며 1960년대 중반 이후 박정희 정권의 독재에 맞섰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정부정책을 주도한 이들이나 민주화 진영에서 독재에 저항한 이들 모두 이념적으로 우익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가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국 보수정치가 보전해 지켜야 할 가치는 ‘박정희식(式) 국가주의’나 친일 우익의 ‘좌·우익 프레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설계자들’이 품은 이상일 것이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축적의 길
이정동 지음, 지식노마드,
284쪽, 1만6000원


한국 산업이 처한 위기의 본질을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해 제시한 ‘축적의 시간’(2015)이 문제의 진단이라면 이 책은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도전적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적 방향을 내놓는다. 개념설계는 ‘존재하지 않던 그 무언가를 그려내는 것, 즉 백지 위에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의 경쟁력은 개념설계 역량에서 나온다.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
주경철 지음, 휴머니스트, 340쪽,
1만8000원


인간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가 인간을 만든다. 거대한 역사의 틀로 세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야말로 역사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수많은 사람의 삶이 씨실과 날실이 돼 역사를 만들어왔으니 과거를 산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활력 넘치는 근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


남자 혼자 죽다
 
성유진·이수진·오소영 지음,
생각의힘, 320쪽, 1만7000원


● 서울 면목동의 한 놀이터에서 한 남성이 죽은 채 발견됐다. 사망 당시 55세로, 노숙 생활을 오래 한 듯 보였다. 그는 한때 조적(벽돌 쌓기) 기술공으로 일하며 아내, 아들과 면목동에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다리를 다치면서 평생 해온 일을 그만둬야 했다. 불편한 몸으로 중년의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일자리를 잃으면서 방황했고, 결국 가족과도 헤어졌다. 사망한 뒤 장례를 치러준 사람은 없었다. 대한민국은 그를 ‘무연고 사망자’라고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처럼 죽은 뒤 아무도 시신을 인수해가지 않는 죽음, 무연사가 하루에 세 명꼴로 발생한다. 2011년 699명이던 무연사는 2016년 1232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우리는 2013년 3월부터 2017년 4월까지 4년간 네 번에 걸쳐 무연고 사망자 209인의 삶을 취재했다. 이 중 남성이 194명으로 여성 15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 책의 제목이 ‘남자 혼자 죽다’인 이유다.

우리는 명칭마저 낯선 무연고 사망자의 흔적을 찾고자 서울 전역을 헤맸다. 가족도 시신 인수를 거부한 사람들이기에 열에 아홉은 허탕이었다. 이들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고, 때론 엇갈렸다. 작은 실마리를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교회에서 온 우편물을 보고 무작정 교회를 찾았고, 봉제 공장에서 일했다는 말에 수십 개가 넘는 온 동네 공장 문을 두드렸다. 한 번에 알아내지 못하면 네다섯 번씩 다시 찾았다. 이들의 삶은 발품을 판 만큼 뚜렷해졌다.

지인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들을 통해 알게 된, 망자가 진 삶의 무게에 마음이 무거웠다. 무연고 사망자가 홀로 죽은 이유가 개인에게만 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회가 야기한 측면이 컸다. 이들 중에는 서울대 출신 전직 관료와 수십억 원을 기부하며 잘나가던 사업가도 있었다. 삶의 출발은 달랐지만, 모두 사업 실패와 같은 한 번의 실수로 전부를 잃었다. 그 배경에는 외환위기, 산업구조조정, 금융위기, 대량 해고 등이 있었다. 서울의 후미진 공간에서 국가의 경제위기가 망가뜨린 수많은 가정의 파편을 보았다.

결국 무연사는 돈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타인과의 관계를 짐으로 만드는 각자도생 풍조, 불안정 고용과 저소득층 증가, 실패 이후 재기를 돕지 못하는 복지 시스템 부재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했고, 이러한 문제들은 한국 사회에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 자라온 남자들에게 더 치명적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세상과 연을 끊고 홀로 살아가는 이가 많다. 무연고 사망자가 살던 쪽방, 여인숙, 고시원 등에는 ‘무연생(無緣生)’을 사는 예비 무연고자들이 연고 없이 표류한다. 취재 목적으로 찾아온 걸 뻔히 알면서도 오랜만에 찾아온 우리에게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떠나는 발걸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이들이다. 한 사람이라도 무연고 사망자들의 간절한 호소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에 이 책을 썼다. 무연고 사망자 209명의 목소리가 나와 내 가족, 혹은 내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로 들렸으면 한다. 4년에 걸친 취재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한 시간이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성유진·이수진·오소영 | ‘남자 혼자 죽다’ 저자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21세기북스, 488쪽, 2만2000원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작가인 저자의 신작이다.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직면한 경제·정치·문화적 분열 양상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기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혁신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제시한 경제적 번영 이후 국가가 쇠락하는 다섯 가지 이유는 출산율 저하, 국제 교역 확대, 부채 상승, 근로 윤리 악화, 애국심 소멸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코리아 생존전략
배기찬 지음, 위즈덤하우스,
672쪽, 1만9800원


패권 경쟁과 전쟁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길은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가 되는 것이다. 2020~2030년 펼쳐질 미중 패권 경쟁의 격랑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기존의 패권국 미국, 동아시아에서 패권 의지를 드러낸 중국, 호시탐탐 대륙 진출을 노리는 일본이 한반도의 정치·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0년 역사를 검토하면서 한국이 균형자 노릇을 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  저자와의  冊수다 〉


세종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정수국 지음,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81쪽, 1만4000원


● 조선은 태조(太祖) 이성계가 즉위한 이래 역사서 편찬에 공을 들였다. ‘고려국사(高麗國史)’ ‘고려사(高麗史)’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등을 편찬해 삼국시대에서 고려에 이르는 한반도의 역사를 정리했다.

세종(世宗)은 한반도 역사뿐 아니라 중국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1441년(세종 23년) 정인지에게 정치를 잘하려면 앞선 시대의 치란(治亂)을 살펴봐야 하는데 그 양이 방대하므로 사적을 열람해 후세가 권징(勸懲)으로 삼을 내용을 뽑아 책으로 편찬하라고 명했다.

한 권으로 읽는 ‘치평요람’
정인지와 집현전 학자들, 훗날 세조(世祖)가 되는 수양대군이 4년간 편찬해 1445년 150권으로 이뤄진 ‘치평요람(治平要覽)’을 출간했다. 치평요람은 중국 주(周)~원(元) 역사와 한반도 기자조선(箕子朝鮮)~고려 역사를 편년체(編年體)로 기술한다.

1956년 창립된 세종대왕기념사업회(회장 최홍식)가 2001년부터 국역에 나서 2015년 57책으로 치평요람을 완역했다. ‘세종이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는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교사, 반면교사로 삼을 72개의 사실(史實)을 정수국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학연구원 국역부장이  ‘국역 치평요람’에서 발췌해 엮은 것이다.

“‘세종이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는 세종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조언입니다. 세종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흥망성쇠 속에서 조선 백성의 삶을 넉넉하게 할 방략을 찾으려 했습니다. ‘치평요람’에는 제왕과 권신, 장수와 선비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해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밝힙니다. 이 책은 국가와 기업에 몸담은 이들뿐 아니라 미래의 지도자를 꿈꾸는 학생에게도 정치적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그는 ‘치평요람’ 완역의 산증인이다. 2001년 연구부장으로 국역을 기획해 2015년 국역부장으로 57책 출간을 마무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책의 39번째 꼭지 ‘태산은 흙 한 줌도 사양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겠습니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 이전 진나라 조정에서 일하는 다른 나라 출신 인사들을 이간질하는 이들로 지목해 쫓아낸 일이 있습니다. 초나라 사람 이사도 쫓겨날 처지였는데 진시황에게 ’태산은 흙 한 줌도 사양하지 않기 때문에 그 높이를 이룩했으며 바다는 가는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 깊이를 이뤘다’는 문구가 담긴 편지를 보냅니다. 진시황은 빈객을 내쫓으라는 명을 철회하고 관직을 회복시켜줍니다. 천하의 인재가 모인 진나라는 수년 후 천하를 차지하고요. 나라가 진보니 보수니 색깔이니 하면서 나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흙 한 줌도 버리지 않는 태산처럼 전체를 포용하면서 탕평의 정치를 하기를 소망합니다.”

시간이 남겨놓은 무늬
그는 ‘시간이 남겨놓은 무늬(역사)’를 통찰하면 더욱 확장된 소통을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겨울, 부조리함을 응징하려는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가 광장을 들끓게 했습니다. 앳된 학생부터 초로의 신사까지 시민들은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응어리를 광장에서 토해냈습니다. 그들은 왜 광장에 모였을까요. 광장이 남의 얘기를 듣고 내 주장을 펼칠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공간적 측면이 아닌 시간적 측면에서 확장·응축한 소통의 공간을 선물합니다. 역사 속 옛사람들의 소통을 들여다보면서 교사, 반면교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집은 디자인이 아니다
 
김기석 지음, 디북, 192쪽, 1만6000원

●  사람은 누구나 집에서 산다. 어떤 사람은 이 책의 지은이처럼 건축에 대한 철학과 높은 안목을 가진 건축가가 설계한 근사한 집에 살고, 또 어떤 사람은 집장사가 이윤을 목적으로 대충 지은 집에 살고, 대다수는 건설회사가 때려 지은 아파트에 산다.

사람에게 장소, 곧 자신이 머무는 곳은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느끼는 최초의 상실은 장소의 상실일 것이다. 아기는 출생 순간 엄마 배 속의 안락하고 평화롭던 공간을 빼앗기는 것으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때 아기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인간이 경험하는 최초의 심리적 조건이라고 말하는 심리학자들도 있다.”(김형경, ‘좋은 이별’ 중에서)

이 말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상실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달래주는 것이 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은이는 ‘집은 생명이다’라는 명제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나 보다. 지은이 김기석은 300여 채의 집을 지은 낭만주의 건축가로 소설가이자 시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95년에 나온 ‘집이야기’를 재편집한 것인데 20여 년 전 첫 출간됐을 때 읽었다면 지은이의 앞서가는 건축관과 해박한 지식, 통찰에 페이지가 넘어가는 걸 아까워했을 듯싶다. 그렇지만 “보여주기 위한 집은 집이 아니다” “좋은 집은 심정의 눈으로 지어지는 것”이라는 지은이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책에는 파르테논 신전, 경회루, 사보아 주택, 빌라 로툰다, 사마라의 광탑, 구겐하임 미술관, 롱샹 성당, 마리나 시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이 점묘화로 실려 있다. 한 점 한 점 찍어 그린 그림은 그 정성과 정교함이 참 대단하다 싶은데 식견과 안목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일반 독자인 나로서는 그냥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축사, 아니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뛰어난 건축물을 흑백의 점묘화로 보는 게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림은 아무래도 축약과 상징으로 단순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집에 대한 철학과 심정이 일치하는 건축가를 만나 내가 살 집을 함께 궁리하고 그렇게 지어진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니 다들 아파트에 사는 것인데, 아파트에 대한 지은이의 진단은 이렇다. “재미있는 것은 고밀도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실패하지 않고 그 인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사업적으로는 그렇다. 그것은 유난히 바짝 모여 비비고 살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촉각 문화의 심리가 그 저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본다.”

그렇다면 아파트라는 집도 건설회사에서 한국인의 심정을 잘 알고 지은 것이니 뭐 계속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땅 사서 건축가에게 설계 맡겨 내 집 지을 돈도 없는데 예서 잘 살아야겠다.

황금희 | 독서인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2
강헌 지음, 돌베개, 348쪽,
1만5000원


“그냥 받아 적기만 해도 책이 된다.” 음악평론가 강헌의 입담을 두고 뭇사람이 해온 말이다. ‘전복과 반전의 순간’ 시리즈는 ‘강헌이 주목한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기나긴 인류의 음악사 속에서 시대와 지역, 장르를 넘어 어떤 특수한 음악적 현상이 이끌어내는 특별한 역사적 장면을 주목하는 책이다. 저자는 “쉬운 글로 예술에 대한 환상과 거품을 걷어내고 예술가의 민낯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사랑한
한국 소설의 첫 문장
김규회 역음, 끌리는책, 280쪽, 1만4800원


소설가는 첫 문장을 쓰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독자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밤잠을 설친다. 138명의 소설가, 460여 편 한국 소설의 첫 문장을 만나보자. 명작의 첫 문장은 오래도록 음미하고 싶은 명문인 경우가 많다. 작가의 개성과 심오한 문학세계가 첫 문장에 고스란히 담긴다. 첫 문장에 이끌려 밤잠을 설치며 소설의 끝까지 읽어 내려갔던 그 설렘의 기억은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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