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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인터뷰➂] 이념 아닌 ‘우리 편 챙기기’가 민주당 본질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안철수인터뷰➂] 이념 아닌 ‘우리 편 챙기기’가 민주당 본질

  • [허문명이 만난 사람]
    ●민주당 통합당 모두 ‘이념팔이’ 정당일 뿐
    ●‘자유’ 억압하는 국가주의적 시각 가진 ‘보수’
    ●정치가 다른 분야를 다 끌어내려 하향평준화
    ●내 길을 지키기 위해 ‘빡쎄게’ 투쟁하겠다
*‘신동아’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를 7월 1일부터 4일까지 매일 오후 2시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이번 기사는 그 세 번째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조영철 기자]

한낮의 폭염으로 뜨겁던 날, 국민의당 당사를 찾았습니다. 서울 여의도 작은 빌딩 한 개 층을 빌려 쓰고 있는 당사는 작고 조용했습니다. 오전 10시,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안철수 대표가 인터뷰 장소로 예정된 회의실로 들어왔습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에 이념 정당은 없다”면서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이념 팔이’ 정당”이라고 했습니다. 또 “합리적으로 설득하면 국민들이 알아주실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면서 “내 길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돌아보면 2017년 대선 때 20% 지지율을 얻은 건 엄청난 정치적 자산입니다. 

“연령별, 지역별로 고른 득표였죠.” 



-그걸 다 까먹은 거 아닌가요. 선거 끝나고 독일과 미국으로 날아간 게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때는 결과에 책임지고 현실 정치에서 물러난 것이었습니다.”

“정치 계속할지 심각하게 고민”

-정치를 안 할 생각도 했나요. 

“그런 것까지 염두에 두고 떠났습니다. 사실 작년에 정치를 계속할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책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인데 책 한 권을 끝내고 나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심이 저절로 마음속에서 자리 잡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작년에 독일 뮌헨 막스플랑크 연구소에 머무르면서 유튜브나 책을 통해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대부분 만났습니다. 고맙게도 저의 만남 제안에 다 응해주셨지요. 그러면서 실감한 게 ‘프레지덴셜 캔디데이트(대통령 후보)’의 의미가 굉장히 크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존 메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도 돌아가셨을 때 이력에 맨 먼저 나온 게 프레지덴셜 캔디데이트였습니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고를 떠나 자산인 것이지요. 제가 경력이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대선에 나갔다는 것 자체로 대부분 만나주었습니다. 우리는 대선에서 떨어지면 쓰레기로 취급하는 문화 아닌가요(웃음). 어떻든 1년 정도 유럽 14개국을 다녔어요. 받은 자료들과 메모해 놓은 게 세 박스나 되더군요. 14개국 중 5개국만 뽑아 정리한 게 책으로 나온 겁니다.” 

-정치를 계속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른 나라들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뛰는데 우리만 과거로 가라앉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인구 120만의 에스토니아만 해도 수원시보다 규모가 작은 나라인데 도전정신과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를 잘 극복했다고 여기는 건 착시입니다. 이미 경제는 많이 망가졌습니다. 작년에 2% 성장했다고 하지만 1.5%는 세금으로 한 거죠. 실제로는 0.5%밖에 성장을 못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에 그냥 머물러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레지던셜 캔디데이트’를 만들어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라져도 좋으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귀국한 겁니다.”

“민주당은 도저히 바꾸기가 불가능한 정당이었다”

-왜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아직 저한테 신뢰를 못 느끼시는 거 같아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한 부분도 있어요.” 

-감사요? 

“8년 동안 실질적으로 정치의 중심에 있었는데 제가 부패했다거나 그렇게 보시지는 않는 것 같아요.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저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생각이 올바르고 미래지향적이라는 것도 아시는 것 같고요. 그런데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하나 말씀드리면 그런 의구심이 생긴 게 ‘약하다’는 잘못 알려진 이미지 탓인 것 같아요. 실제 만나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권에서 그런 이미지를 악용합니다. 제 이름을 조롱해 ‘철수’한다고 놀리기도 하고요.” 

-만들어진 이미지로 피해를 입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보시면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경력은 차치하더라도 의사 일을 집어던진 후 도전정신과 담대함을 발휘해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요.” 

-사람 관리가 문제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인적자산을 주변에 쌓지 못한다는 지적인데요.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이런 지적에 동의하나요.

“함께 있다가 헤어진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굉장히 큽니다. 그런데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어요.” 

-그건 또 뭐죠? 

“제가 한 당에만 몸을 담고 정치를 했으면 떠나가는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저 역시 편하게 정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요. 우리 정치는 모든 권력을 다 갖고 있으면서 전 분야를 다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합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거대 양당의 진영정치 문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무소속으로, 그 다음엔 두 당 중 한 당을 개혁하려고 민주당에 들어갔던 겁니다. 그런데 도저히 바꾸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당을 나오게 됐고, 결국 ‘국민의당’을 창당한 거죠. 

이 과정에서 보면 처음에 민주당에 들어갈 때 굉장히 많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나올 때도 그나마 같이 갔던 사람들, 예를 들어 금태섭 전 의원 같은 분들이 함께하지 못하고 민주당에 남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제가 주위 분들에게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하는 환경을 제공한 것 같아요. 저야 제 신념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했다지만 주위 분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편하게 한 당에만 있었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그분들이 고통스런 선택의 과정에 들도록 한 거죠. 그게 굉장히 미안합니다.”

“드루킹 사건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 당해”

-도전적 삶을 사느라 주변을 챙기지 못했다는 건가요. 

“기득권 양대 정당 구조에서 진영정치 논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외부에서 다른 일을 열심히 하다 정치권에 들어가면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데 기존 양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증오, 다시 말해 ‘죽어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컸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실용정치? 상대진영 사람도 골고루 등용한다?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큰 결정을 할 때 진영정치 구조에 더 익숙한 분들이 함께 빠져나오지 못하더라고요. 그렇다고 그분들 생각이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고요.”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건, 자기 자신만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제가 민주당을 탈당할 때 사람을 안 잡은 거 아닙니다. 힘들지만 같이 가자고 부탁했습니다. 결국은 제가 사람을 안 챙겨서가 아니라, 뭐라고 해야 할까, 본인의 당선 가능성이나 신념 등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한 것이지, 제가 안 챙겨서 함께 못한 거는 아닌 것 같아요.” 

-먹고사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정치에 대한 절박감이 덜한 건 아닌가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돈 벌기 위해 하면 안 됩니다. 절박감이란 표현을 쓰셨는데 저야말로 큽니다. 정치를 안 해도 되는데 8년째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벤처기업 창업했을 때 어떤 분이 ‘의사면허 있으니까 편하게 하겠지’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창업하는 의사들이 왜 그렇게 적을까요. 돈이 많거나 전문직이면 도전이 더 겁이 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사명감에 절박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생계에 절박한 것이지요.” 

-생계에 절박한 게 나쁜 겁니까. 

“나쁘다고 봅니다. 정치하는 목적이 월급 받는 걸 넘어 국민세금으로 자기 편 먹여 살리기가 되면 절대 안 되지요.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야말로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죠. 저 같은 사람은 이 바닥에서 사명감이나 책임감 없이는 못 버팁니다. 게다가 제가 이미지 왜곡이나 모함당한 게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한 번은 국회에서 나와 차를 탔는데 어떤 사람이 쫓아와 마음대로 차문을 열고 사진을 찍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차문도 못 닫고 도망치는 안철수’란 제목이 달려 기사가 나오더군요. 아무리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어요. 하루 종일 언론에서 씹어대더라고요. 아시지 않습니까. 드루킹 사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일까지 당하지 않았습니까.” 

좀처럼 화를 낼 것 같지 않은 그가 화를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간 ‘설명 책임’ 부족했다”

-드루킹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댓글 조작이 알려졌을 때 심경이 어땠나요. 

“….” 

순간, 그의 눈빛이 아래로 향하더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예상치 않은 긴 침묵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습니다. 그는 대답 대신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난 대선 때 드루킹 같은 방식의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누가 제일 먼저 알았을까요? 그거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 해커들 제가 제일 많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안 했습니다. 옳지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드루킹의 여론조작 방식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드루킹까지는 몰랐지만 여론 조작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건 알았습니다.” 

-그럼 그때 폭로를 했어야지 않나요. 

“제가 서툴렀습니다. 사실 많이 분노했거든요. 이런 게 딜레마입니다. 어떻든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고 했을 때 그게 불법적이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할 것인가. 저는 안 할 것 같습니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말이죠. 실제로도 떨어졌지만요(웃음). 그렇다고 정치를 할 자격이 없는 건가요? 하하하.” 

무거운 분위기를 뚫고 그의 웃음소리가 번졌습니다. 

-정치인들이 다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 않은가요. 정직과 법 준수가 당신만의 장점은 아니죠. 

“물론이죠.” 

-지난 일을 복기해보면 뭐가 제일 부족했던 것 같습니까. 

“설명 책임이었습니다.” 

-설명 책임? 

“사실 왜곡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왜요? 다 알아주겠지 해서요? 

“네. 바이러스 백신 V3를 무료로 배포할 때도 욕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처음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변명하지 않고 묵묵히 제가 세운 원칙에 따라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진심이 다 알려지더군요. 이후 다른 분야에서도 다 그랬습니다. 회사 CEO(최고경영자)할 때도 그랬고 대학교수 때도 그랬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굳이 변명이나 설명을 안 했습니다. 정치도 그러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치가 다른 분야와 다른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기득권 정치를 영위하려는 사람들의 수법

-그게 뭔가요. 

“적극적으로 왜곡하는 상대방이 있다는 거죠. 당하는 쪽이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상대의 주장이 진실처럼 여겨지더군요. 국민들이 생업에 바쁘다보니 일일이 사실을 확인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결국 왜곡된 이미지만 남는 거죠.” 

-그 다음으로 부족했던 건? 

“민주당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들어갔던 게 잘못이었습니다.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같은 경험이 없었다면 깊숙한 민낯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민낯? 

“우리 편 챙기기, 그게 본질이더라고요.” 

-이념이 아니고? 

그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 이념정당은 없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이념정당이라면 중요한 게 ‘평등’ 아닌가요. 평등의 기반에는 공정이 있고요. ‘조국 사태’에서 보셨듯이 말로만 부르짖고 행동은 완전 반대잖아요. 보수는 또 어떤가요. 보수의 제일 가치는 ‘자유’인데 실제로는 자유를 억압하잖아요. 국가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어요. 양쪽 다 ‘이념 팔이 정당’이라고 봅니다. 제대로 된, 진정한 이념정당은 양쪽 다 아닌 거죠.” 

-최근 “강하게, 빡쎄게 투쟁하겠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요. 

“스위스가 중립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무장을 통한 중립이었습니다. 저도 제 길을 지키려면 투쟁해야죠. 합리적으로 설득하면 국민들이 알아주실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유발 하라리가 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선거의 본질을 언급한 대목이 나오더군요. 사람들이 생각이 아닌 느낌으로 투표한다는 건데요. 유권자들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워낙 사는 게 바쁘고 정보는 쏟아지는데 그걸 일일이 판단할 시간이 없다는 거예요. 거기다 정치 혐오증까지 부추겨 시야를 가립니다. 그게 기득권 정치를 계속 영위하려는 사람들의 수법이지요.”

*[안철수인터뷰➃]에 계속



신동아 2020년 7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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