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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대안 부재론’ 안주(安住) ‘승리 방정식’ 안 보인다

2012 문재인 vs 2015 문재인

  • 장은숙 | 정치평론가, ‘아름다운 선택, 2017년’ 저자

‘대안 부재론’ 안주(安住) ‘승리 방정식’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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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섹슈얼’ 이미지는 패착

개인의 캐릭터 분석은 평가 기준의 전부는 아니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계량화는 쉽지 않으나 현상으로는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인물 중심의 대통령선거에서는 특히 그렇다.

‘위버섹슈얼(ubersexual)’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이 추구한 캐릭터다. 부드러운 듯 거친 남자, 거친 듯 부드럽게 상대를 대할 줄 아는 남자는 매력이 있다. 위버(uber)는 ‘~의 위에’ ‘~를 초월한’이란 뜻이다. 가부장적이고 마초(macho)적 남성과는 다른 스타일의 남성적 매력 요소가 다분히 있다.

그러나 그는 여성 후보들(박근혜, 이정희) 사이에 끼여 이 캐릭터의 정치적 파워 유지에 실패했다. 장점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남성적 마초와 여성적 취향의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어느 쪽에도 가깝게 다가서지 못했다. 특전사 출신을 강조하며 마초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지만, 정작 속살을 드러낸 그는 마초가 아니었고 대선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에게 오히려 남성성을 빼앗긴 듯한 장면도 연출됐다.

애매한 캐릭터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한국 사회와 다수의 유권자는 정치적 리더라면 보여줘야 하는 ‘일정한 모습’을 마음속으로 그리고 갈구한다. 18대 대선에서도 누군가 강력하게 이끌어주는 지도자를 바라는 마음이, 애매한 여성성을 가진 남성을 지지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정치 지도자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건 정치인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민주적이고 잘 소통하는 지도자를 바라는 한편으로는 강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우리 사회엔 강하게 존재한다.



대선이 끝난 뒤엔 어땠을까. 한번 이미지 설정에 실패한 상태에서(수권 능력을 갖춘 유능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말이다) 문재인은 그 후에도 연속적으로 자신의 결함 많은 성적 정체성을 드러낸 바 있다. 활동할 때나 안 할 때나 마찬가지였다. 남성성의 극단인 마초와는 전혀 다른 여성적 요소가 가미된 문재인의 행동 패턴은 한국 사회에서 ‘비겁함’ ‘머뭇댐’ ‘기가 약함’ 심지어 ‘좀생이’ 이미지로 평가됐다. 18대 대선과 그 후 일련의 시기 동안 벌어진, 문재인이란 인물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 평가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자.

‘대안 부재론’ 안주(安住) ‘승리 방정식’ 안 보인다

문재인은 대선에서 패배한 지 2년여 만인 2월 8일 당 대표로 선출되며 대권 재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런 문재인은 아니다’

그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18대 대선에 나선 것부터 비난을 받았다. 배수진을 치지 않고 나왔다는 점에서 선거 전에 이미 패배를 감지했다는 사람들도 있다. 안철수와의 단일화에서 ‘통 큰 형님론’을 내세웠지만, ‘꼼수’ 논란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통이 작은 걸로 평가된 것도 비판거리였다. 결코 성공한 단일화가 아니란 건 문재인 측도 알고 있었다.

대선 패배 후 대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했으면서도 대선 불복 이슈에 슬그머니 기댄 채 1년 이상을 보낸 것도 민심의 외면을 불렀다. 안철수와 민주당의 제3지대 통합이란 형식으로 탄생한 ‘새정치민주연합’이 2014년 두 차례 선거에서 패배하고 안철수-김한길 체제가 물러난 상태에서 전개된 일련의 당 재건 과정에서도 문재인은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했다. 박영선 비대위 체제에서 이상돈 영입에 동의해놓고 논란이 일자 슬쩍 빠진 것은 ‘비겁하다’는 인식을 낳았다.

세월호 사태에 편승해 근 1년 세월을 보내면서 벌어진 이런 일들은 그가 다시 정치 전면에 등장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2·8 전당대회를 통해 다시 화려하게 등장했다. 박지원과 박빙 승부를 벌이며 호남과 친노의 갈등을 예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에 대한 기대가 약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안 부재론’을 앞세워 당 대표가 된 후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정당 지지율도 높아가던 시점에 마치 깨진 쪽박에서 물 새듯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이완구 총리후보 임명동의안 국회 의결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정론’을 들고 나왔고, 이 총리후보가 내정됐는데도 호남을 순회하면서 ‘호남 총리론’ 운운하며 뒷북을 치자 호남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4·29 재보선은 문재인으로서는 최상의 선거로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서가 친박(親박근혜) 핵심 인사들을 거론했기에 정권의 부도덕성을 겨냥하는 선거 전략은 유효하게 먹힐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문재인으로부터 고개를 돌린 흔적이 역력했다. 동교동계 지원 없이 광주에서 선거를 이길 수 있는 동력이 문재인 개인에게는 없었다.

그것은 서울 관악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악을은 원적, 본적이 호남인 주민이 60%가 넘는 곳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내세운 정태호 후보는 호남표를 흡수할 위력이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호남을 대표하는 당이 아니었다. 또한 정권 타도를 외치는 거대 담론은 ‘개발 후진론’을 들고 나와 지역적 이슈로 접근한 새누리당의 전략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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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숙 | 정치평론가, ‘아름다운 선택, 2017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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