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 특집 1 > 문재인 정부사용설명서

‘공공 일자리 81만 개’ 설계한 김용기 아주대 교수 "공공부문 일자리 민간경제 활력 도울 것"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입력2017-05-18 14: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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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 일자리 한국 7.6%, OECD 평균 21.3% 재원 대책? “17조 원 이내, 추가 세목 없이 가능” “각자도생에서 사람 존중 사회로 가는 방법” “가장 큰 고용주는 정부” 문 대통령,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 끝내자” 실현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 제기하기도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뒤 곳곳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경제 부문에서 두드러진다. ‘사람 중심 경제성장’을 내세운 제이노믹스(J-nomics,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두 축은 일자리 창출과 재벌개혁이다. 취임사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이를 언급했다.

    대통령으로서의 1호 업무 지시는 일자리위원회 만들기였다. 청와대 직제에도 사상 처음 등장하는 ‘일자리수석’도 만들어졌다. 5·9대선 기간 내내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공공 일자리 81만 개 공약이 결코 공약(空約)이 아님을 보여주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민간부문을 합쳐 131만 개 창출을 약속했다.

    취임 뒤 첫 외부 일정으로 5월 12일 국내 최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업장인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31만 명)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공항공사는 이에 화답하듯 비정규직 1만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

    일자리 창출의 방법과 총량은 제시됐고, 예산이 투입돼 정책이 집행되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공공 일자리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에 반대하고 나섰다. 대선 기간 내내 경쟁 후보들은 공공 일자리 81만 개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고, 재원을 어디서 조달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심지어 선거대책본부 내부에서도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도 많은 국민이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언론사가 단도직입적으로 ’81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까’라고 묻자 비록 몇 백 명 수준의 응답이긴 했지만 81%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4월 청년실업률이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체 실업률도 17년 만에 가장 높은 4.2%를 나타냈다. 일자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지금, 문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기 위해 이를 설계한 김용기(57)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났다.



    돈 버는 것만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은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했다. 최대 고용주로서 정부 역할을 많이 얘기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고용 없는 성장’ 현상에 대해 정부가 뭔가 절박하게 해야 하고,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했다. 전통적인 사고방식과는 다른 이 부분이 관철되는 게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 중소상공인 문제, 성장동력, 재벌개혁 등 우리 경제에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 대통령이 이런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보는가.
    “대통령이 말씀하신 건 사륜구동 성장이다. 소득 주도·일자리·혁신·동반 성장이다. 이것은 기존 수출 대기업 위주의 한국 경제 발전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소득 주도, 일자리 성장’은 개인과 가계 측면에서 본다면 일자리 없이는 아무리 기업이 돈을 벌어도, 아무리 빠르게 수출량을 늘려도 그 소득이 개인과 가계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다. ‘혁신 성장’이란 4차 산업혁명처럼 새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아니지만 동력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동반 성장’은 대중소기업, 우리 사회의 연대를 고려하고, 더불어 가는 것을 말한다. 이 사륜구동 성장은 용도를 다한 기존 패러다임 대신에 새로 제시된 성장 패러다임이다. 기존 패러다임과 달리 개인, 가계, 중소기업, 연대 등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 가계의 형편이 상당히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사륜구동 성장은 ‘성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분배’ 측면이 더 강조되는 것 아닌가.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본다면 혁신 성장만이 성장에 관한 것이다. 다른 부분들은 사실 성장이라고 표현하지만, 분배적 측면을 갖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이미 100년 전에 경제학자 케인스나 철학자 러셀이 미래 세상을 전망할 때 우리 생산력이 급속하게 발달하기 때문에 이후 인류가 고민해야 할 것은 레저나 근로시간 단축같이 성장 이외의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들이 생각한 것처럼 생산력이 굉장히 높아졌다. 그런데 국민 다수의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분배와 연대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가 성장 일변도였다면, 사륜구동 성장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지만 분배 혹은 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돈 버는 것만 일이 아니다. 개인은 커뮤니티의 미래, 사회적 문제나 교육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데도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이 또한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자리 나누기는 분배적 개념이기도 하고, 생산력 발전에 새롭게 적응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성장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했다. 이 위원회는 문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5년간 만들고,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 50만 개를 추가로 만드는 일을 주도하게 된다. 이 위원회가 일종의 컨트롤타워인가.


    일자리위원회가 하는 일

    “공공부문 일자리는 당연히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50만 개 방안에는 사업주는 비용 부담, 근로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손실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일정하게 가이드라인을 얘기해야 하겠지만, 순차적으로 혹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지는 민간이나 노동자 단체 등의 의견이 중요하고 그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그 점에서 일자리 위원회는 협의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매년 15%씩 상승시켜야 한다. 사실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부담을 느낄 법하다. 그래서 정부가 4대 보험금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그런 사안과 관련해 일자리위원회 내부에서 협의가 있어야 하고, 정부는 그것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혁신적 성장을 위해 중소기업의 R&D(연구·개발)를 지원해야 할 뿐 아니라, 좋은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임금지급능력이 향상돼야 한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100대 62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중소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이 상승해야 한다. 그러자면 중소기업의 생산성 자체가 올라야 하고, 혁신도 이뤄져야 한다. 여기서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도 봐야 한다.

    중소기업의 절반은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존재한다. 따라서 양자가 이익을 상당 부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이익 배분에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은 아니다. 양자가 같이 성장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취업자 2700만 명의 3%

    정부가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갑질 등을 제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의해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하는 것, 중소기업이 스스로 혁신하도록 정부가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자리위원회는 컨트롤타워 성격도 갖지만 일반인과 사용자, 노동자가 서로 협의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격도 갖는 것 같다.”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공약을 설계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이 공약의 핵심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공공 서비스가 과소 제공되는 것을 교정하고, 과도하게 민간에 맡겨진 사회 서비스 분야에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며, 고용시장에서 핵심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와 복지정책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81만 개 일자리 공약은 1월 18일 국민성장이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5차 포럼에서 처음 나왔다. 사실 18대 대선에서도 문 대통령의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이 있었지만 당시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저와 ‘정책공간 국민성장’ 전문가들이 과거 당이나 대통령께서 했던 발언 내용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공약 만드는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민간보다는 공공에서 고용을 창출할 여지가 많은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흥미로웠다. 취업자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가 한국은 7.6%에 불과한데, OECD 평균은 21.3%나 됐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스위스는 선진국 중에서도 실제로 정부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그런 스위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취업자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2009년 15%에서 2013년 18%로 3%포인트 올렸다.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요양을 포함한 의료, 환경보호를 위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4년이라면 3%포인트, 5년이라면 4%포인트 정도 늘려도 실현 가능한 최소한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한편으로 공무원, 사회서비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보육 의료 요양 사회적기업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및 민간수탁 부문 33만6000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30만 개를 계산했다. 81만 명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수 2620만 명이 임기 중 2700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그중 3%를 계산한 것이다.”


    민간에 맡긴 사회 서비스

    -우리의 사회 서비스는 그동안 상당 부분 민간이 주도하지 않았나.
    “OECD 국가 가운데 민간이 주도해서 사회 서비스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과 한국이다. 그 결과 공공부문 종사자 비율은 한국이 제일 낮고, 그다음 낮은 곳이 일본이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 공공부문 종사자 수가 많은 것은 바로 이런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바로 돌봄 서비스(보육, 요양, 장애)와 의료 분야다. 선진국에서도 1950~60년대에 공공 사회 서비스가 대폭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시민들이 출산이나 육아 실업 장애 노후 같은 생애 위험 앞에 개인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런데 경제성장에 따라 이런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가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은 마침 이 분야를 신자유주의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경우 사실상 국가에서 많은 돈을 들여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국가가 정부 예산으로만 2015년에 13조2000억 원을 지원했다. 보육과 관련한 인건비가 대부분 정부 손에서 나갔다. 그런데 민간 사업자가 이윤을 떼고 그것을 종사자에게 지급해왔는데, 종사자의 처우가 매우 나쁘고, 어린이집 학대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할 만큼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다. 그래서 이 부분을 민간에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그동안 보육 요양 의료 등 사회 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는 늘어났나?

    “지난 몇 년간 이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질이 매우 낮았다. 임금도 낮고 직업 안정성도 떨어졌다. 정부 예산은 나갈 만큼 나가는데, 노동자는 보수를 적게 받고 위탁업자가 이윤을 챙겼다. 정의로운 위탁업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의료 부문에서 특히 간호사에 대한 인력 수요는 늘어나는데, 그만큼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급 의료인력이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도 많다. 돌봄과 의료 분야에서만 33만4000개의 일자리가 공공부문에서 창출돼야 한다고 본다. 이들 일자리에는 기존 건강보험을 통해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추가적 비용부담은 거의 없다. 치매전문병원 등 공공 의료시설을 새로 지어도 결국 국가 자산으로 남으니 사회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이다. 이를 추가 비용으로 생각지 않아도 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 명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이 최소 31만 명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의 정원과 인건비를 과도하게 통제하다 보니 생겨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에도 이익을 많이 남기는 회사인데, 공기업으로서 정원을 제한하다 보니 비정규직을 많이 둘 수밖에 없었다. 이를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일자리로 만들 수 있다.

    공채를 통해 입사한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제공하자는 건 아니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민간 위탁으로 관리되는 소방 안전 등의 비정규직에 대해서 별도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추가 예산의 투입이 없이도 연간 몇 백만 원 정도 임금을 인상하면서 직업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민간 위탁자가 가져가던 관리비나 이윤을 노동자에게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일을 지난 정부에서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는 관리자 중심, 효율성 중심의 사고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간접고용된 근로자는 언제 잘릴지 몰라서 불안하고, 직장의 비민주적 상황에서도 치욕을 견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상황이 더 나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은 전체 취업자의 25%밖에 되지 않는다.”

    -공공 서비스는 돈을 쓰는 것이고, 민간 서비스는 돈을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잘못된 주장이다. 어떻게 보면 세계 어느 곳에 가도 가장 큰 고용주는 정부다. OECD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지출이 35∼55% 수준이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의 종사자 수도 많은데, 출산 보육 안전 등 생애 위험과 관련된 영역은 공공이 맡을 경우 사회 전체를 위해 더 효율적이다. 바이든 미 부통령의 수석경제자문관이던 제라드 번스타인은 공공 일자리가 100개 만들어지면 민간에 67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공공 일자리가 생기면 그에 필요한 각종 집기나 물품의 공급이 필요하고, 늘어난 취업자들이 구매력을 가지면 소비가 늘어나고, 또 소비에 따른 민간부문 일자리도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선발

    -일자리 공약의 실천 가능성에 대해 아직도 의문을 갖는 이가 많다.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는가. 선거 때 유승민 후보가 “일자리 81만 개의 재원을 계산해봤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이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81만 개 일자리 가운데 실제로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공무원 17만4000개다. 그런데 실제 들어가는 돈을 따져보자. 공무원은 대개 4월에 선발공고를 한다. 이후 최종 선발될 때까지 6~12개월이 걸린다. 소방관은 3개월, 경찰은 5개월, 5급 공무원은 거의 1년 걸린다. 선발된 뒤 15주간 교육 받고, 1~2주 휴가 뒤 현장에 투입된다.

    올해는 그만큼 예산이 적게 든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선거 막바지였던 5월 7일 올 하반기에 소방관과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경찰, 근로감독관, 부사관, 교사 등 공무원 1만2000명을 올해 예정보다 더 뽑겠다고 발표했다. 6월에 선발공고가 나가서 8월 말에 뽑고 9월부터 교육에 들어간다면 필요한 예산은 올해 4개월 교육비 575억 원 정도다. 물론 내년에는 연봉 전액이 지급될 것이다. 그렇게 5년 동안 17만4000명을 순차적으로 선발할 경우 넉넉하게 잡아도 대략 17조 원 이내로 감당이 된다. 선거 기간에 상대 후보들은 17만4000명을 한꺼번에 뽑는다고 가정하고 그들의 5년치 연봉을 계산했기 때문에 21조 원이 훨씬 넘게 든다고 했다.



    ‘헬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지난해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 중 올해 쓸 수 있는 돈이 2조 원이고, 올해 추가세수도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 GDP 증가에 따른 세수 증가분도 있다. 추가 세목을 설정하지 않아도 감당할 수 있는 액수다.”

    -81만 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리 사회에 81만 개의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노동환경에 큰 변화가 오게 된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용시장에서 취업자 수는 2620만 명이다. 1970만 명이 임금노동자이고, 650만 명이 자영업과 가족 무급 종사자다. 1970만 명 중에서 정규직이면서 월평균 소득이 225만 원 이상 일자리 종사자가 690만 명이다. 225만 원은 중위소득 180만 원의 125%이다. 통계상 1시간만 일해도 집계가 되고, 전일제 상용근로자는 1310만 명에 불과하다. 300만 명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81만 개의 괜찮은 일자리는 굉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동시에 정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을 막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높이기 위해 혁신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 숫자가 올라가면 양극화가 해소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릴 경우 젊은이들이 어쨌든 일하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고, 결혼도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81만 개 중 25만~30만 개는 청년 대상의 일자리가 될 것이다.”

    -5년 동안 81만 개가 만들어진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청년 구직자 수는 향후 5년이 피크가 될 것이다. 이후엔 인구통계상 청년 구직연령대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때 이후에는 공무원의 순증을 제한하고 정년퇴임이나 이직 등에 따른 최소 인원만을 뽑는 것으로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청년실업 장기화로 인한 사회복지, 사회불안을 생각한다면 향후 5년간 81만 개 공공 일자리 창출로 대응하는 것은 충분히 값어치 있는 일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일자리 추경엔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초과세수와 세계잉여금이 10조 원을 넘는 상황이다. 적자 재정을 해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상황인데, 정부가 돈을 쌓아두겠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려운 시기에는 헬기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유효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케인스도 양극화로 유효수요가 필요할 때는 공공에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낭비적인 데 쓰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에도 기여하고 사람을 위해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일자리 문제를 넣는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인다.
    “모든 예산 편성을 일자리 관점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공기관의 정규직 일자리 수를 점검하고, 정부 조달이나 공사에서 기업 선정할 때 일자리 친화적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식은 직접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공공 일자리 외에 민간 영역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을 위한 대책은 뭔가.
    “중소기업 일자리 대부분이 좋은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만 생각하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라도 직업 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공무원 시험으로 몰린다. 청년(15~29세) 취업자 400만 명 중 정규직에 225만 원 이상 소득자는 64만 명(16%)에 불과하다. 청년들에겐 전체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적다. 청년이 가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기업의 혁신이나 창업 같은 것을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기존 중소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3명의 청년을 고용할 경우 1명 임금을 3년간 지원하는 방안이 그래서 나왔다.

    민간에서의 일자리나 창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해외의 공장을 국내로 이전해오는 기업에 혜택을 줘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22년째 국내에서 완성차 공장을 증설한 적이 없다. 현대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16년 기준 35%에 불과하다.”


    ‘최종 공약은 문 대통령 생각’

    김용기 교수는 성균관대를 나와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기자,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을 거쳐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6년 6월부터 ‘신동아’에 ‘저성장 시대 살아가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등의 공저가 있다.

    한국 사회의 일자리 문제와 양극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지난해 9월 문재인 후보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참여해 ‘더좋은더많은일자리 추진단장’을 맡았다. 1000명 규모의 매머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문재인 후보가 초기 대세론을 잡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정책공간 국민성장’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한 세미나에 참여해 소득과 일자리에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문재인 후보 측에서 공감한다며 참여를 요청했다.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싶어서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문 후보 측의 당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문 대통령과 학습하는 과정은 어떠했나.
    “지난해 10월 6일 국민성장이 발족한 뒤 대통령이 국민성장 회의에 몇 차례 오셨다. 탄핵 정국에서 대응방법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 적도 있고, 이후 일자리 공약을 준비하면서 뵈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하고자 했다. 선거 기간 중 문 대통령이 남이 써주는 걸 그대로 읽는다는 비난이 나왔는데,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전문가나 참모의 역할은 밑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중요성을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반영해 공약을 만든다. 최종 공약은 모두 문 대통령 본인의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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