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에서 종로는 더불어민주당 곽상언(53)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 당선인은 현역 국민의힘 최재형 후보,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 3자 대결에서 50.9%를 얻어 최재형 의원을 6.79%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1998년 노 전 대통령이 종로에 당선된 지 26년 만에 사위가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역사를 썼다.
곽 당선인은 총선에 도전한 지 두 번째만에 국회 입성의 꿈을 이뤘다. 그는 2019년 8월 정계 진출을 선언하고 이듬해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 21대 총선에서 본적지 영동군이 포함된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4년 뒤 곽 당선인은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겼다. 당초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종로구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총선을 준비했으나, 민주당 전략공관위가 전현희 전 위원장을 서울 중·성동갑에 전략공천하면서 그가 단수 공천을 받았다. 곽 당선인은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앞섰고, 본선에서도 무난하게 승리했다.
공익 소송 맡으며 이름 알려… 친명계로 분류
곽 당선인은 1971년 서울 출생으로 1990년 신목고 졸업 후 1997년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2001년 서울대 법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제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 33기 연수생 시절이던 2003년 2월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와 사법연수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두 사람의 모친을 모두 알던 지인이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연수원 수료 후 그는 2004년 법무법인 화우에 입사해 일하다 2006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석사 졸업 후 귀국한 그는 중국 상하이 화동정법대 한국법연구센터 초빙교수, 법률사무소 푸른 언덕 대표변호사 등을 거쳐 2014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인강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정치에 발을 담그기 전까지 그는 굵직한 소송을 통해 ‘노무현 사위’ 꼬리표 대신 공익 변호사로서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공을 들였다. 2012년 한국전력을 상대로 불공정한 누진제를 개편하기 위해 1만여 전력 소비자를 모아 공익 소송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소송 결과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2020년 12월 대법원에서도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2016년 12월에는 시민 5000명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통령직을 이용한 불법행위는 국민 개개인과의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심에서 패소했고, 항소심에서도 기각당했다. 두 소송에서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했으나 그는 소송 과정에서 ‘변호사 곽상언’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곽 당선인은 21대 총선 낙선 이후 4년간 정치인으로서 활동 영역을 확장해 왔다. 2020년 9월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돼 집권당의 중장기 정책 연구에 참여했다. 당시 홍익표 원장은 곽 부원장에 대해 “권력구조 개혁 등 입법 문제에 기여해 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기대감을 표했다. 이듬해 5월에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봉하마을에 동행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고, 같은 달 이재명 지사의 전국 지지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발기인에 이름을 올려 친명계로 분류됐다. 이후 2022년 7월 이낙연 전 대표가 사퇴한 서울 종로구 지역위원장에 임명돼 22대 총선을 준비해 왔다.
당선 직후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가 더 이상 국민 뜻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며 “특히 종로구민께서는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을, 사람 사는 세상을 종로구에서 다시 실현하도록 내게 명했다. 그 뜻을 잘 헤아리겠다”고 다짐했다.
신동아 6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