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는 ‘녹색 검색창’ 아닌 ‘빨간 검색창’ 선호
생활 꿀팁 전하는 ‘1분미만’ ‘1분만’
정통 지식 채널도 인기몰이
에버그린 콘텐츠가 뜨는 이유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지식·정보 채널의 범위는 제법 넓다. 대학 강의 못지않은 깊이 있는 지식 채널도 있고, 생활 속 유용한 꿀팁을 알려주는 노하우 채널도 있다. 이러한 채널들이 지식과 정보의 보고(寶庫)라면 이용자들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잘 전해 주는 유튜버들은 집사라고 할 수 있다.
연예 오락 채널에 비하면 다소 딱딱할 수도 있는 이 채널들은 의외로 구독자가 많은 대형 채널도 다수이고, 방문자의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지식·정보 채널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략 세 가지 요인을 손꼽을 수 있겠다. 그 3가지 핵심 이유를 통해 주요한 채널로는 어떤 게 있는지, 특징은 무엇인지, 몇몇 지식·정보 콘텐츠가 다룬 유용한 정보는 어떤 게 있는지 등을 살펴보자.
‘궁금증’ 해소는 기본
1분미만. [유튜브 캡처]
궁금증 해소와 관련해 유튜브 채널 특성을 보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채널이다. 아마추어들의 채널이 비증이 훨씬 높은데 특별한 자격증이라든지 공식성을 확보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열정을 갖고 해당 분야에 집중해 그 나름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유튜버들이 운영한다. 이들의 강점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하고 설명할 줄 아는 것이다.
우선 생활 꿀팁을 전하는 채널을 몇 가지 살펴보자. ‘1분미만’은 요즘 급성장을 거듭하는 유명 채널이다. 채널을 개설한 지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구독자가 150만 명을 넘어섰다. 영상 개수도 180여 개인데 총 조회수가 3억4000회를 넘는다. 생활 꿀팁을 1분 안에 전하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스마트폰-교통정보-일상꿀팁 등 4개 카테고리에 걸쳐 정보를 전한다.
가장 인기가 높은 영상은 ‘자동차 엔진브레이크 활용법’이다. 겨울에 도로면이 결빙돼 있을 때 그냥 브레이크만 밟으면 더 위험해질 경우가 많으니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도록 설명해 준다. 조회수가 1150만 회를 웃돈다. ‘카톡 친구 차단 관리 요령’도 인기다. 카톡에 친구 설정할 때, 전화번호 저장만 하고 카톡에는 안 뜨게 하려면 이름 앞에 ‘#’을 넣어 저장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또 친구 차단의 정도를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완전 차단된 친구는 송금 버튼이 안 보인다는 구별법도 일러준다. 이외에 스미싱(문자메시지와 피싱의 합성어로 문자를 통해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시도를 뜻함)을 예방하는 방법이나 편의점 이용 꿀팁 등을 알려준다.
실속 있고 도움이 되는 내용을 핵심만 간추려 짧게 전하는 포맷이라 쇼트폼 동영상 열기와도 맞물려 ‘Shorts’를 통해서도 전파가 잘되고 있다.
1분만. [유튜브 캡처]
요즘 10대들은 카톡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더 선호한다는 설명 영상도 인기다. 카톡은 가족톡방이나 반톡방 등 다소 딱딱한 느낌의 단체 톡방으로 쓰고, 친구들과의 대화는 주로 ‘페메’로 한다는 것. 그런데 이마저 요즘은 한발 더 나아가 인스타그램의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쓰는 게 더 ‘힙하다’고 한다. 그만큼 세태 변화가 빠르다는 걸 암시한다.
이렇게 소소한 생활 속 정보 및 간단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정보 채널이 폭넓게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통 지식 채널도 꽤 공고한 이용자 기반을 다지며 확산하고 있다. ‘조승연의 탐구생활’과 김지윤 박사의 ‘지식Play’ 채널이 대표적이다.
조승연의 탐구생활. [유튜브 캡처]
“와 너무 좋은 콘텐츠였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뉴스라고는 아무래도 불어 독어를 하지 않는 이상 영미권 매체밖에 없어서 더욱 유익했습니다.”(정초록나무) 같은 댓글이 채널의 특성을 잘 말해 준다. 혼자 출연하지만 제작팀이 결합돼 있는 대형 채널로, 구독자 수가 140만 명에 육박한다. ‘레전드 인터뷰’를 통해 카를라 브루니 전 프랑스 대통령 영부인과 대화를 나눈 영상도 인상적이다. 본인 스스로 브루니의 내한공연에 갔던 팬 입장에서 시청자들을 대신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다 보니, 무척 몰입감 있다는 호응이 많다.
김지윤의 지식play. [유튜브 캡처]
효기심. [유튜브 캡처]
에버그린 콘텐츠 꾸준한 인기
세바시. [유튜브 캡처]
세상을 바꾸는 시간을 뜻하는 ‘세바시’는 15분 내외의 강연을 주로 게시한다. 11년 전 시작한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영상은 전문 강사 ‘김창옥’의 특강 클립들이다. 10년 전 내놓은 ‘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영상이 650만 회를 웃도는 조회수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본인 가족의 사연을 토대로 소통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몰입해 보게 되고, 부모님 생각과 함께 눈물이 많이 났다”는 댓글에 ‘좋아요’가 많이 달렸다. 이외에 아주대 의대의 유명 외과의사인 이국종 교수의 강연도 4년 전 영상이지만 꾸준히 인기가 높다. 구독자 수가 15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계속 성장세다.
사피엔스 스튜디오. [유튜브 캡처]
기왕에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많이 가진 방송사나 신문사 등 소위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곳이 유튜브에 둥지를 만들 때 에버그린 콘텐츠를 활용해 이용자 접점을 높일 수 있다. 사피엔스 스튜디오도 기존의 아카이브 콘텐츠를 활용해 채널 기반을 다진 후 ‘책 읽어주기’ 포맷의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계속 얹어가며 채널을 발전시켜 가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다. ‘책을 읽는 것과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의 차이는 뭘까’ ‘독서를 하지 않고 영상만 보고 이해하는 것이 과연 지식을 제대로 얻는 효과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다. 바로 이 주제를 다룬 영상도 있다. ‘독서에 유튜브 갬성을 끼얹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너진짜똑똑하다(너진똑)’ 채널에서 ‘책 대신 너진똑만 봐도 될까?’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 시청보다 독서가 훨씬 더 좋다는 게 결론이다. 영상 시청도 독서 못지않게 지식을 얻는 좋은 방법은 되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것보다 낫다거나 비슷하게 효과적이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책을 읽으며 인사이트를 다진 뒤 유튜브를 통해 연관된 사회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방식으로 통합적 독서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권한다.
지식도 재미있게 배운다
지식해적단. [유튜브 캡처]
‘맛있는 지식, 잡지식 먹방’을 표방하는 ‘지식한입’ 채널은 말 그대로 주제가 다양하다. 인도의 빈부격차를 다루거나 베네수엘라의 물가 이슈, 롤스로이스와 롤렉스 등 명품 이야기, 셋째 아들인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기업을 물려받게 된 이유 등 슬로건에서 내세우듯 ‘잡지식’을 다룬다.
2020년 8월 개설했으며 영상 개수도 180개 정도일 뿐인데 구독자 수가 93만 명에 달한다. 기획과 제작, 운영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상당히 높은 채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분 설명 진짜 알잘딱하게 한다. 속도도 빠르고 이해도 쉽고 쫜득쫜득해서 구독 안 누를 수가 없음”(Yung Si)이라는 댓글처럼 이해가 쏙쏙 되게 하는 찰진 설명이 경쟁력이다. 단순히 입담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뒷받침 자료도 많이 활용하다 보니 설득력이 더 높고 재미 요소도 많은 편이라 긍정적 평가가 많아 보인다.
지식해적단은 그래픽에 공들이는 정도가 남다르다. 세계적으로 이웃 국가끼리 지속적으로 갈등하는 경우를 다룬 영상에선 세계지도 위에 나라별로 국기 색을 칠해 넣으면서 입체적 영상 효과까지 추가하는 등 공을 많이 들인 표시가 난다. 이 채널의 유튜버는 내레이션만 하고 얼굴은 드러내지 않는다. 다루는 주제도 다양한 편인데, 그래픽의 강점을 활용해 학습만화를 펴내기도 했다. “솔직히 돈 내고 배우고 싶을 정도의 편집 기술”(bus_driver33)이란 댓글이 ‘좋아요’를 4100개 받을 정도로 편집 솜씨가 뛰어나다.
관심사 기반 다양한 커뮤니티가 핵심
데이브. [유튜브 캡처]
데이브 채널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 ‘Dave’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주로 해외 문화와 비교한 다양한 궁금증 해소 영상을 많이 올린다. 예를 들어 ‘나라별 여자친구한테 혼나는 유형’이란 제목하에 독일과 브라질, 러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스페인, 중국, 일본, 한국 등 10여 나라의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며 화내는 방식이나 화나는 포인트가 다른 점 등 문화적 차이를 부각해 재밌게 설명해 준다. 호응이 좋아 2탄까지 만들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촬영에 7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진용진 채널. [유튜브 캡처]
이렇듯 다양한 주제에 걸쳐 자기 필요나 관심사로 모여든 구독자들은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공고한 접점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것이 유튜브의 특성이다. 특히 지식·정보 카테고리는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 현상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탐색 비용을 줄이면서 효용을 높여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