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마케팅은 살아 있다”

  •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소 대표

    입력2008-12-08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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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가 사랑한 것은 코카콜라의 맛이 아니라 코카콜라의 이미지였다. 마찬가지로 펩시 챌린지 캠페인이 성공한 이유는 펩시의 맛 때문이 아니라 펩시 챌린지가 전달하는 펩시의 진취적이고 당돌한 이미지 때문이었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소비자는 뉴코크, 펩시콜라, 코카콜라 클래식의 순서로 맛을 선호했지만 브랜드를 보는 순간 가장 많은 사람이 코카콜라 클래식을 선택했다.
    • -본문 중에서
    “마케팅은 살아 있다”

    <b>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b><br>김병도 지음 21세기북스

    이 책은 오늘날 마케팅이 위기에 처한 이유로 마케팅 생산성의 저하, 마케팅 효과 측정의 난해성, 그리고 장기적 전략 수립에 대한 역할 약화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마케팅 과제는 ▲고객관계 경영(CRM) ▲브랜드 사이언스(brand science) ▲끊임없는 테스트를 통한 학습 ▲제휴 마케팅 ▲제품 및 서비스 개념의 확장 ▲다채널 관리 등이다.

    저자는 마케팅의 위기와 앞의 여섯 가지 과제를 이렇게 연결 짓는다. 여섯 가지 중 앞의 세 가지로 마케팅 생산성 저하와 마케팅 효과 측정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으며, 뒤의 세 가지로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서 마케팅의 역할이 약화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 실무자는 물론 새로운 마케팅을 꿈꾸는 최고경영자에게도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Abstract

    산타클로스의 옷 색깔은 왜 빨간색일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여기에 의문을 가지기는 정말 쉽지 않다. 산타클로스는 당연히 빨간색의 옷을 입고 루돌프를 타고 달리는 것으로 각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자료를 보면 산타클로스는 붉은색뿐 아니라 다른 색깔의 망토와 옷을 입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은 모든 산타클로스가 붉은색 옷을 입을까. 답은 한 기업의 마케팅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만으로도 666억6700만달러에 달한다는 코카콜라가 자사의 컬러인 붉은색의 옷을 산타클로스에게 입혀서 크리스마스를 최고의 마케팅 시점으로 활용한 결과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코카콜라는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거대한 자신만의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마케팅이란 어떤 것이며 마케팅의 새로운 형태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케팅 위기에 대한 고찰에서 접근해나간다.

    미국에 대규모 소매점포가 처음 등장한 것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백화점이 설립되기 시작한 1870년대다. 백화점은 광고회사의 대표적인 수요처로 떠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광고와 마케팅이 빈번해지면서 광고의 낭비와 기업 장기 전략에서 마케팅의 역할과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미래 마케팅의 과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겠다.

    첫째, CRM은 모든 마케팅 활동을 고객별로 차별화하며, 보다 장기적인 시야로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자는 혁신적 마케팅 방법론이다.

    둘째, 브랜드 사이언스는 브랜드를 보다 과학적으로 관리하자는 움직임이다. 코카콜라의 산타클로스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끊임없는 테스트를 통한 학습. 이는 마케팅 지식 축적과 마케팅 전략 도출에 실증 테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째, 제휴 마케팅에서는 앞으로 기업 간 마케팅 제휴가 빈번해질 것이므로, 이를 위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섯째, 제품 및 서비스 개념의 확장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제품과 서비스 개념을 혁신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케팅은 살아 있다”

    한국코카콜라가 동대문구 두산타워 앞에서 `코카콜라 제대로 즐기기` 캠페인을 열고 있다.

    여섯째, 다채널 관리는 하나의 채널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보다 여러 채널을 효율적으로 통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코카콜라 브랜드가 성공한 비결을 분석한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끈다. 코카콜라 브랜드는 일관성과 혁신을 통해 성공했다. 코카콜라 브랜드의 로고는 100여 년 동안 변한 적이 없으며, 200개국에 진출했지만 제품의 맛은 세계적으로 똑같다. 세계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말은 ‘오케이’(OK)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잘 알려진 단어는 ‘코카콜라’다. 이것이 브랜드 자산이다. 브랜드 자산은 미래에 발생할 장기적 수익을 현재 가치화한 개념이다.

    이 대목에서 제품 브랜드를 강화하는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국가 이미지는 기업과 제품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국가 브랜드는 기업이나 제품에 ‘엄브렐러 브랜드’(umbrella brand·영속적 대표 브랜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외국 경영학자와 언론은 국가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바꾼 나라로 일본, 핀란드에 이어 우리나라를 꼽는다.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을 가진 나라,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나라, 국민의 반 이상이 휴대전화와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사용하는 정보통신의 나라 등이 긍정적으로 바뀐 한국의 이미지다. 최근엔 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선 브랜드 사이언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CRM. CRM이 말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보다 정교한 시장 세분화 또는 고객 차별화를 하는 것이고, 둘째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마케팅을 수행하는 것이다.

    설립 후 지금까지 성장을 계속했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아마존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는 CRM에서 그 가능성을 찾는다. 아마존은 중복구매에 대한 주의 메시지로 장기적인 안목의 마케팅을 실천했고, 고객 맞춤형 웹사이트로 고객 차별화를 도모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고객 데이터’가 성공적인 CRM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고객 데이터’는 고객 명단의 수와 개인의 정확한 정보, 즉 양과 질을 모두 갖춰야 한다.

    CRM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여기에 ‘고객 평생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이 더해져야 한다. 고객 평생가치란 고객이 한평생 기업에 제공할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가치다. 평생가치를 극대화하면 CRM의 목표를 자동으로 달성하게 된다. 기업의 목표인 장기적 이익 극대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고객의 잠재적 평생가치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새로운 마케팅 모형으로는 추가/교차판매 모형, 이탈고객 관리 모형, 캠페인 관리 모형, 이벤트 중심 마케팅 등이 있다.

    추가판매란 동일한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를 늘리는 것이다. 교차판매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다른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이탈고객관리 모형은 고객 유지율과 관련이 깊다. 고객 유지율은 잠재적 평생가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신규 고객을 획득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실제 통계를 봐도 1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으로 6명의 기존 고객을 만족시켜 재구매하게 할 수 있다고 나온다.

    캠페인 관리 모형은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각 고객의 반응 확률을 예측하는 모형이다. 반응 확률이 높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하면 고객의 잠재적 평생가치를 전체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벤트 중심 마케팅은 이사, 결혼, 출산 등 ‘인생 이벤트’에 대한 마케팅을 뜻한다.

    제품 및 서비스 개념의 확장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기업 전략에서 가장 매력적인 단어 중 하나는 차별화다. 저자는 크게 세 가지의 제품 차별화 방법을 제시한다. 기술 개발에 의한 객관적 차별화, 브랜드 이미지를 통한 주관적 제품 차별화, 제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제품 및 서비스 개념의 확장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세 번째 방법인 제품 및 서비스 개념의 확장을 상세히 살펴보자. 마케팅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제품의 개념을 넓게 해석하고 있다. 일반이 생각하는 제품은 실체적 제품이다. 즉 자동차의 디자인, 색상, 옵션, 마력, 사이즈, 연료 효율성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제품을 보다 넓게 해석하면 자동차 금융서비스, 품질 보증, 배달 등의 요소까지 포함된다. 저자는 제품을 넓게 해석하면 제품 및 서비스를 차별화할 여지가 커진다고 말한다. 확장을 통한 제품 차별화는 막대한 연구 개발비나 광고비 없이도 가능하다. 단지 창의적인 마케팅 아이디어가 필요할 뿐이다.

    미국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은 제품과 서비스 확장으로 성공한 대표 사례다. 반스앤노블은 서점을 ‘고객이 편안하게 독서의 기쁨을 누리고 지식 탐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기존 서점이 평균 2만종의 책을 진열했지만, 반스앤노블은 15만권의 책과 5만여 종의 CD와 비디오를 진열했다. 이 초대형 서점의 성공을 계기로 미국 전체 서적 판매량은 1991년 201억달러에서 1996년 261억달러로 30%나 증가했다.

    ▼ About the author

    저자 김병도는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시카고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에 부임하기 전, 카네기 멜론대학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10여 년 동안 CRM, 상용고객보상제도, 제품/서비스 추천 모형, 최적 마케팅 전략의 개발 등 첨단 마케팅 문제를 연구했다.

    ▼ Impact of the book

    친숙한 브랜드 사례를 풍부하게 담아 마케팅 비전문가에게도 쉽게 읽힌다.

    ▼ Impression of the book

    마케팅의 기본서를 넘어 구체적이고 탁월한 관점을 제시한다.

    Tips for further study

    “마케팅은 살아 있다”
    ‘코카콜라는 어떻게 산타에게 빨간 옷을 입혔는가’는 마케팅의 신조류를 읽을 수 있지만, 조금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보다 마케팅을 쉽게 풀어쓴 마케팅 책으로는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신현암·강원·김은환 지음, 삼성경제연구소·사진), ‘CRM.com : 인터넷 시대의 고객관계경영’(프레드릭 뉴웰 지음,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옮김, 21세기북스) ‘한번 보면 이야기책, 두 번 보면 경영학책’(서진영 지음, 국일증권경제연구소) 등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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