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스스로 노력하게 만드는 ‘도요타 DNA’

  • 정철화 일본능률협회컨설팅 부사장

    입력2008-12-08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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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있으면 해결하는 능력도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현실의 정보 파악에 있으며 모르면서 안다고 하는 것은 치명적인 위험이다. 동료와 상사와 부하를 감동시키는 조직은 성장하는 조직이다. 머리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실천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즉시 개선하자. 적자경영의 원인은 모든 직원의 합작품이며 고객이 나의 급료를 책임지고 고객의 요구에 구속당하고 그 구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노력을 해야 고객이 만족한다. -본문 중에서
    스스로 노력하게 만드는         ‘도요타 DNA’

    <B>도요타, 초일류를 만드는 조직문화</B><BR>정일구 지음 시대의 창

    수많은 한국 기업이 도요타를 배우기 위해 유행처럼 도요타 공장을 찾는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요타는 100년 기업인 GM이나 포드를 제치고 세계 1등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다. 자동차 산업을 처음 일으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미국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다. 과연 오늘의 도요타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어떤 초일류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도요타만의 독특한 생산방식과 차별화된 경영방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도요타는 자사의 노하우를 제한 없이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한국말로 설명을 녹음해 통역 없이 이들의 비법을 들을 수 있는 정도다. 심지어 경쟁 상대를 포함한 많은 정보 수집자를 과감히 내부로 끌어들여 자신의 속살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있다.

    왜 그럴까. 도요타 견학을 다녀온 기업 대부분이 도요타 방식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도요타가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도요타의 노하우는 단순히 본다고 해서 모방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누구나 도요타 생산 공장을 볼 수는 있지만 누구나 도요타 경영 기법을 제대로 옮겨갈 수는 없다.

    도요타 방식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요타의 저력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도요타의 고유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는 사고방식이나 순간 상황에 대응하는 업무 방식에 녹아들어 있는 조직문화는 도요타 공장을 견학만 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요타 생산방식을 실천에 옮기려면 임직원 개개인에게 깊이 스며든 도요타의 조직문화와 철학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문제는 조직문화란 게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그만큼 파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나 저자는 도요타 조직문화의 특징과 철학을 깊이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요타 방식의 근본을 잘 이해하고 있다. 아울러 임직원의 마음속에 녹아 있는 지속적인 ‘가이젠’(개선·改善)의 DNA의 실체도 알고 있다.



    ▼ Abstract

    이 책은 ▲개인 능력 향상을 위한 도요타의 가치관과 행동규범 ▲조직 경쟁력 향상을 위한 실천력 패러다임 ▲초일류 조직을 향한 진화와 창조의 기업관 등 3개의 큰 주제로 구성됐다.

    첫째 주제에서는 도요타의 열여섯 가지 가치관과 행동규범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정직’ ‘지혜’ ‘단정함’ ‘흉내보다는 응용이나 창조를 선택하라’ 등이 그것이다. 도요타의 문제의식은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부분까지 뻗쳐 있다. 이 문제의식은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도요타는 현재 자신의 수준과 목표를 비교해 그 격차를 공략한다. 그리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까지 계속해서 “왜”를 외친다. 이 과정에서 도요타는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며 다른 사람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

    둘째 주제에서는 열가지 실천력 패러다임을 설명한다. ‘현재의 나와 직장을 무조건 사랑하라’ ‘내가 왜 조직에 필요한지 늘 생각하라’ ‘내 곁의 동료를 감동시켜라’ ‘혁신이 왜 실패하는지 고민하라’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조직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의 노력에 비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와 평생직장의 비전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도요타는 신입사원들에게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회사에 애착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철저히 교육한다.

    도요타 임직원도 도요타가 평생직장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 전 회장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하락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는 해고가 없는 직장”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신용평가기관들은 도요타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하지만 도요타는 이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평생직장이지만 도요타 직원들은 업무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임직원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 신입사원 때부터 선배로부터 그런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셋째 주제에서는 초일류 조직을 향한 열 가지 진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요타가 해외 공장을 짓는 이유는 국내 경쟁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해당 국가와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 국내 공장은 해외 공장과 선의의 경쟁을 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위기의식을 갖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이 체질화돼 있다.

    도요타 임직원은 ‘초일류는 상식을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가령 가용할 수 있는 설비는 100% 가동해야 한다는 원칙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목표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면 공장에서는 당연히 지켜야 할 상식이기도 하다. 7만여 명의 도요타 임직원은 이런 ‘지키기 힘든’ 상식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낸다. 도요타 임직원은 후손을 위해 미리 일자리를 확보해놓지 않는 것을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살아간 사람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 임직원은 기업 개선에 더 적극적이다.

    결국 오늘의 도요타를 있게 한 덕목은 무려 서른여섯 가지나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 덕목은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과 ‘개선의 DNA’로 요약된다. 도요타 경영방식의 컨설턴트인 저자는 본인의 경험과 이 덕목을 연결해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창조경영 시대의 트렌드인 아이디어를 유도하는 도요타의 경영방식을 구체적으로 풀어썼다.

    About the author

    저자는 경영 컨설턴트이자 공장 관리 기술사다. 도요타 경영방식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기계연구소 연구원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책임 컨설턴트를 역임하면서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장비 및 부품, 정밀기계 분야 등 다양한 업종에서 경영 지도를 수행했다. 현재는 일본능률협회컨설팅과 제휴해 도요타생산방식(TPS) 혁신지도와 교육 및 강연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요타, 초일류를 만드는 조직문화’ ‘도요타 초일류 경영’ ‘도요타처럼 생산하고 관리하고 경영하라’ ‘낭비 0을 실현하는 도요타 개선력’ 등이 있다.

    ▼ Impact of the book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기업을 혁신할 수 없다. 특히 조직문화는 그 회사의 오랜 역사와 전통의 산물과 같다. 그래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많은 저항이 따른다. 도요타는 70여 년 동안 꾸준하게 그런 어려움을 겪으며 조직문화를 바꿔서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이 됐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도요타의 문화를 배우러 그곳으로 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무형의 조직문화를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수년간 도요타를 집중 연구했다. 이론적 학습으로 도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조직문화를 연구 방법으로 극복한 셈이다.

    그동안 출간된 도요타 관련 책은 주로 경영 기법을 소개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도요타의 경영 방식을 뿌리부터 살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깊이 있는 정보를 담았다. 한국 기업은 이 책을 통해 도요타 조직문화의 실체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조직 경영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도요타를 모델 삼아 각 기업의 현실에 맞는 창의적인 경영방식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도요타 방식을 적용하는 데 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편도 된다.

    ▼ Impression of the book

    시중에 나온 도요타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도요타 방식을 현장에서 적용한 뒤 쓴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저자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도요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굴한 것, 그들의 사고와 방식을 우리 기업에 접목하려 노력해온 과정 가운데 느끼고 깨달은 것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그는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겪은 많은 저항과 실패를 도요타 방식을 적용해 해결했다고 한다.

    도요타 방식의 핵심은 조직문화에 있다. 조직문화란 암묵지로 전달되는 게 보통이기에 내부 근무자가 아니고서는 체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 책도 도요타의 경영을 실감나게 표현하려 노력했지만 깊이와 넓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노조 관련 내용이 아쉽다. 한국 기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노사화합이다. 또 인사조직 측면에서 문화를 관리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도요타 조직문화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도요타 방식을 적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인 ‘과정’을 분석한 것은 많은 한국 기업의 짐을 덜어줬다고 할 수 있다. 그 끈기와 의지는 도요타 전문가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Tips for further study

    스스로 노력하게 만드는         ‘도요타 DNA’
    도요타의 조직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도요타의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쓴 ‘도요타처럼 생산하고 관리하고 경영하라’(시대의 창)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한국에서 출간된 도요타 관련 서적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앞서 언급한 저자의 다른 책들도 도요타의 리더십과 조직 개선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또 도요타의 경영 관련 내용을 한 권에 집약한 책도 있다. ‘도요타 파워’(정철화 지음, 무한·사진)는 도요타 방식의 역사와 발생 배경, 도요타 방식의 역발상, 도요타식 스킬, 한국 기업이 도요타 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도요타에서 배우는 핵심인재 경영’(가타야마 오사무 지음, 박경애 옮김, 무한)도 도요타의 인재육성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에서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도요타를 깊이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일본중경출판사의 ‘도요타의 버릇’과 ‘도요타의 상사’라는 책을 추천한다. 그리고 일간공업신문사의 ‘도요타 생산방식 전개 매뉴얼’이라는 책은 도요타 생산방식을 체크리스트식으로 정리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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