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정성으로 빚은 성공

  • 강경태 CEO연구소 소장

    입력2008-12-08 1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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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약국을 시작한 1983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기 좋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무섭게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경기가 좋다 한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까지 그 혜택이 돌아갈 리 없다. 주변 환경보다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결정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정성으로 빚은 성공

    <B>육일약국 갑시다</B><BR>김성오 지음 21세기북스

    2007년 여름 필자의 사무실로 작은 우편물 하나가 배달됐다. 책 한 권과 예쁜 편지지가 담겨 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직원이고 책을 쓴 사람은 엠베스트 김성오 사장이었다. 책에는 “작은 마음의 선물입니다”라는 글귀가 작고 다소곳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책 제목은 ‘육일약국 갑시다’였다.

    사람은 자신의 본질을 알고 이를 거스르지 않으며 무엇을 하든 거리낌 없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큰 성공’에 대한 이야기로만 가득하다. 경남 마산시의 변두리 약국이 거둔 성공이라면 벌써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건 큰 성공이 아닌 작은 성취다.

    이 책의 주인공은 600만원의 빚으로 작은 약국을 시작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사랑’으로 약국은 크게 성장한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들의 아픔이 보이고, 더 나아가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책은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경영자에게는 사람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Abstract

    이 책은 저자의 삶 일부분을 담았다. 육일약국 경영에서부터 LG전자에 청소기 부품을 납품하는 영남산업 대표, 중등부분 온라인 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대표를 거치며 겪은 이야기들이다. 특히 변두리 작은 약국이 어떻게 마산에서 가장 유명한 약국으로 성장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책의 내용을 몇 부분으로 나눠서 살펴보겠다.



    1. 아버지의 생활신조

    “나의 아버지는 마산 인근에서 순회 목회를 하던 가난한 목회자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형편인지라, 당시 아버지는 쌀이나 고구마를 받아오시곤 했다. ‘정직’이 생활신조요, 남에게 얻어먹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셨던 아버지의 성품 때문에 집안 형편은 그리 좋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영양실조로 학교를 가지 못한 날이 많았고, 중학교 회비를 제때 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는 5남 1녀를 위해 하루에 네 번씩 기도하셨다.”

    부모의 신념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정직’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다. 개인은 물론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다. 저자의 부친은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면서도 손님에게는 모든 것을 내놓았다. 부친의 엄격한 가르침 덕분에 저자는 인내심, 정직, 성실, 긍정의 마인드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빚을 지고 약국을 시작할 만큼 경제적인 도움은 얻지 못했지만, 수백억의 재산보다 더 가치 있는 유산이 됐다고 강조한다.

    2. 육일약국 갑시다

    육일약국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가파른 길을 15분이나 걸어야 나오는 변두리의 4.5평짜리 이름 없는 약국이라 동네사람조차 잘 몰랐다. 주변에 눈에 띄는 건물이 없어 택시를 타도 목적지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택시를 타고 약국으로 돌아오던 어느 날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약국을 랜드마크로 만들면 어떨까.’

    며칠 뒤 다시 택시를 탄 그는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다. “기사님요, 육일약국 좀 가주이소.” “육일약국요? 거가 어딘데예?” 약국 위치를 아는 기사는 드물었지만, 택시를 탈 때마다 이 일을 반복했다.

    “가족은 물론 약국을 찾아오는 지인들에게도 부탁했다. 심지어 전역 후 찾아오는 전우에게도 택시를 타면 ‘육일약국 갑시다’라고 먼저 말한 후, 기사가 약국을 모르면 ‘이렇게저렇게’ 위치를 설명해달라고 말해놓았다. 사적으로 나를 찾는 모든 이에게 부탁한 것이다.”

    1년6개월이 지났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그러나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의 50% 정도가 육일약국을 알게 됐고, 동네 주민들도 “육일약국 가자”고 말하게 됐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저자는 마산에서 멀리 떨어진 상남이란 곳에서 택시를 탔다. 기존 입버릇처럼 “육일약국 가자”고 말한 뒤 ‘아차’ 싶었다. 그가 있는 곳은 창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사는 뜻밖의 말을 했다.

    “마산, 창원에서 택시 기사 한 달하고 육일약국 모르면 간첩이라 안 합니까?” 3년간 들인 노력이 거둔 결실이었다. 결과가 없다고 1년만 하고 말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그는 좌절감이 밀려들 때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돈이 드는 일이 아닌데 못할 이유가 없다’며 자신을 다독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육일약국은, 어느덧 마산에서 가장 유명한 약국이 됐다.

    정성으로 빚은 성공

    온라인 중등교육 사이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김성오 대표.

    3. 육일약국의 ‘섬김 경영’

    약국이 유명해진 것이 단지 택시 포인트가 된 덕분만은 아니다. 저자의 차별 없이 사람을 섬기는 품성과 태도가 더 중요한 배경이다. 그는 터미널에서 수수료를 주고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는 택시기사를 봤다. 그 뒤 그는 약국의 서랍 하나를 모두 동전으로 채웠다. 기사들이 필요할 때 동전으로 바꿔가게 한 것이다. 또 간간이 차를 대접하며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육일약국은 ‘6일만 영업한다’는 뜻이다. 일요일을 제외한 6일 동안 손님에게 충성을 다했다. 보통 약국은 드링크제만 달랑 사면 뜨내기 취급을 한다. 육일약국은 드링크제 하나 사는 손님도 VIP로 대접했다. 시간과 관계없이 손님의 얘기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따뜻한 상담을 제공했다. 이런 경험을 한 손님들은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육일약국을 권했다.

    그는 또 손님의 이름을 외웠다. 조제를 마친 뒤 수험생처럼 손님의 이름을 40,50번씩 부르며 외우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당연히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이름을 불러주는 그에게 감동했다. 작은 규모와 불편한 위치를 정성과 마음으로 커버한 것이다.

    “어떤 가게를 시작하든 최소 1명의 손님은 오게 마련이다. 이 1명을 귀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면 1명이 2명이 되고, 2명이 4명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기적을 낳는 비법이며 지금도 나의 중요한 생존방식이자 경쟁력의 핵심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가정용 전화는 물론 공중전화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따금 전화를 사용하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 그는 동네 사람, 지나가는 사람 구분 없이 누구든 무료로 전화를 사용하도록 했다. 전화를 사용했던 사람은 약을 사기 위해 다시 약국을 찾았다. 그 손님의 가족, 지인은 모두 육일약국의 단골이 됐다.

    이후 육일약국은 13명의 약사를 둔 기업형 약국으로 성장, 마산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국의 약국 가운데 19명의 약사를 둔 종로의 보령약국 다음으로 큰 규모였다. 진해, 창원, 함안, 고성, 거제에서 오는 고객이 수십만명이 넘었다. 그는 육일약국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손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항상 세 가지 생각을 했다. 먼저 ‘이 손님이 오늘 나를 통해 만족했을 것인가’, 둘째 ‘다음에 다시 올 것인가’, 마지막으로 ‘다음에 다른 손님을 모시고 올 것인가’ 하는 세 가지다. 경쟁자들이 습관적으로 손님을 대할 때, 나는 고객에게 줄 것을 하나라도 더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고객을 대하는 순간마다 맞선을 보고 있는 기분으로 상대방을 기쁘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했다. ‘나를 편하게’가 아니라 ‘고객을 편하게’하고 ‘나를 기쁘게’가 아니라 ‘고객을 기쁘게’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몸에 밴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빛을 발하며 성공할 수 있다.”

    ▼ About the author

    저자는 1958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약대를 나와 10여 년 동안 마산에서 약국을 경영했다. 영남산업 대표이사를 거쳐, 2000년 창립한 메가스터디의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03년 엠베스트 교육으로 독립했다. 2006년 11월 메가스터디와 합병해 현재 메가스터디 중등부 엠베스트 대표를 맡고 있다. ‘섬김의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그의 궁극적 목표는 ‘나누고 베푸는 삶’이다.

    ▼Impact of the book

    저자는 ‘육일약국 갑시다’ 출간 때부터 인세 수입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말 인세 1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입학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예비 중학생 178명의 교복을 비롯한 입학물품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자녀의 수학여행비 등을 지원했다.

    지금까지 1억3000만원 정도의 인세 기부를 했다. 또 책이 출간된 뒤 전국 무료강연 투어를 진행, 기업이나 학교에서 예비 기업가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지난해 지인의 성화로 유명하다는 명리학자를 만난 일이 있다. 필자도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도를 닦았기에 그와 내공을 겨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명리학의 전문성이야 비길 수 없지만, 낯빛과 말의 울림에서 마음수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영을 통해서도 ‘도(道)’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도를 깨닫는 것은 자신의 본질을 알고 가진 것을 타인과 나눠야 가능하다. 이 두 가지만 실천해도 도의 최고 경지라 할 수 있다. 저자인 김성오 사장을 대면하면서 낯빛이 온화하고 겸손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자신을 꾸준히 갈무리하고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한다는 면모를 알게 됐다. 이런 ‘현인’들의 향기가 탁한 세상에 좀 더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Tips for further study

    정성으로 빚은 성공
    가난한 시골 출신에다가 열등생이던 인물이 수제 바구니 기업인 롱거버거의 창업주가 되었다. 데이브 롱거버거의 진솔한 삶과 경영 이야기를 담은 ‘롱거버거 스토리’(데이브 롱거버거 지음, 최기철 옮김, 미래의 창·사진)를 추천한다. 또 15년 동안 수도원에 머문 가톨릭 수사 출신 직원과 세계적 에너지 기업 키스팬 CEO가 함께 혁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CEO와 성직자’(로버트 카텔 지음, 김원호 옮김, 한스컨텐츠)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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