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넥스트’의 포스터에는 “2분을 미리 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고 광고하지만, 사실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보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넥스트’의 주인공 크리스의 말처럼, 미래를 본 순간 미래는 변하고 말기 때문이다. 최소한 물리학의 한 분야인 양자역학에 의하면 그렇다. -본문 중에서
<b>지식의 재구성</b><br>이면희 지음 청년정신
“실제로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업무에 관한 지식보다는 일에 대한 태도나 자세가 결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에 대한 열정, 분석적인 사고, 인내심 있는 관찰력, 남을 배려하는 행동과 같은 것이 성공을 만들어낸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가 만나는 현실은 종합시험과 같아서, 일상의 어느 곳에서도 학창시절처럼 과목별로 성적을 받아낼 수 없다. 이 책은 지혜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지혜란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가리킨다. 그는 지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지식이 하나의 점이라면, 생각의 방법은 그 점을 연결하여 내 ‘일상의 네트워크’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된다. 그것을 우리는 ‘지혜’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책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지혜를 과학적 성과에서 찾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자기계발 또는 성공학 관련 책이 각종 지혜를 쏟아내고 있다. 저자는 그런 것은 ‘고기를 잡는 방법’, 즉 노하우(know-how)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후배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고기 잡는 방법’이 아니라 ‘고기 잡는 원리’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회과학을 포함한 과학의 성과에서 그런 노우와이(know-why)를 찾는다.
둘째 의의는 과학에서 얻어진 노우와이를 다시 영화와 같은 이야기나 실제 사례를 통해 지혜로 농축해낸다는 점이다. 학습이나 독서를 통해 얻어진 지식이 바로 자신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직접 실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경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선택했다.
▼ Abstract
학문은 연구 대상에 따라 인문학, 자연과학 그리고 사회과학으로 나뉜다. ‘지식의 재구성’은 이런 지식을 지기, 지피, 지피지기로 분류한 후 생각하고,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창조적 지혜로 재구성했다.
지기(知己)에서는 생각의 한계와 능력을 뇌과학과 심리학, 컴퓨터공학 그리고 복잡계 과학의 최신 성과에서 원리(know-why)를 찾아, 어떻게 생각하는(how to think) 것이 효율적인 방법인지를 제시한다.
우리의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복잡계 네트워크다. 저자는 “생각이란 다름 아닌 바로 이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이와 함께 우리 삶의 99% 이상이 무의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일깨워준다. 이 하나의 원리로 요즘 강조되는 상상력, 몰입, 창의력, 스토리텔링 등의 본질을 설명한다. 사실 그런 보편타당성을 가진 논리 자체가 과학이기도 하다.
지피(知彼)에서는 화학, 물리학, 생물학 그리고 복잡계 과학에서 근거를 찾아, 영화 ‘밀양’ ‘다이하드’ ‘본 얼티메이텀’ ‘인디아나 존스’ 등의 이야기와 연관지어 분석, 추론, 통합하는 ‘삶의 지혜’로 걸러낸다. 그 지혜가 바로 ‘지피’이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how to see)?’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고 말하는 ‘밀양’의 주인공과 “세상의 길은 모두 다르다”고 하는 ‘아이다호’의 주인공은 복잡한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관점을 대변한다.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답을 복잡계 이론과 프랙탈과 같은 과학적 발견에서 찾아본다.
마지막으로 경제학, 의사결정론, 경영학, 심리학 그리고 진화론과 같은 과학에서 작동의 원리를 찾아내 선택, 포기, 모방, 스토리텔링, 공생(共生), 실행 등 ‘지피지기(知彼知己)’의 행동전략에 도달한다. 그런 행동전략은 다시 ‘범죄의 재구성’ ‘트레인스포팅’ ‘넥스트’ ‘황산벌’ ‘뷰티풀 마인드’ ‘빅 피쉬’ ‘구름 속의 산책’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등의 영화를 통해 일상의 지혜로 재구성된다.
영화 ‘밀양’의 한 장면.
저자 이면희는 1980년대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수학했다. 그러나 1990년에 귀국해서 학교가 아닌 비즈니스 현장으로 향했다. 금융인으로, 컨설턴트로 그리고 ㈜옥션을 공동창업하는 등 기업인으로 성공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실패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저자 이면희는 자기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부른다. 학자로서 무슨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이루어놓은 것도 없고, 기업가로서 크게 성공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그 경계에서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고 경계인으로서의 독특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김지하 시인의 표현처럼 “이쪽과 저쪽이 모두 숨 쉴 수 있는 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렇다. 저자는 학문과 일상의 양쪽 틈을 열어 비즈니스의 일상을 학문적 체계로 엮어내고 과학의 이론을 현실에 쉽게 적용함으로써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Impact of the book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처음 대하는 사람 중에는, 영화가 주는 선입관 때문에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최신 과학이론으로 결코 쉽지 않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영화 이야기와 가능한 한 쉽게 쓰려고 노력한 저자의 노력으로 무겁게 여겼던 과학지식이 일관성을 가지며 정리가 되는 느낌도 함께 맛보았으리라 생각한다.
‘지식의 재구성’은 영화에서 성공 노하우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충분한 노우와이를 확보하고 있다면,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이 쏟아내는 비법의 진위를 판단할 능력을 갖추게 되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노하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자기계발과 성공학 관련 서적들은 보통 천재들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찾아내고 그들의 성공 사례를 그 증거로 제시한다. 일부는 성공한 기업의 리더십이나 마케팅 또는 경영전략을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라는 이름으로 다른 기업에 전파하기에 급급한 경영서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성공의 노하우를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에서 찾아봄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불완전하고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표현대로 ‘자기계발 통합이론’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 Impression of the book
저자는 이 책을 ‘실패하지 않는 삶을 위해 마련한 지혜서’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혜도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아마도 노우와이를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기 때문이겠지만, 책의 구성 자체가 한 편의 소설처럼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크게 지기, 지피, 지피지기 3부로 나누어져 있다.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하지 않은 개념이 조밀하게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기, 지피, 지피지기의 본질적인 현상을 형상화하면 모두 네트워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생각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뇌세포와 시냅스가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논의된 ‘복잡계 세상’, 그리고 행동전략을 얻기 위해 예로 든 ‘인간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결국 그들의 작동원리가 나타나는 현상 역시 복잡계의 특징과 규칙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기 다른 부분에서 논의된 이야기가 한번에 연결돼야 복잡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상상력을 예로 들 수 있다. 저자는 생각을 아주 단순하게 ‘기억의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 이 기억의 네트워크에서 ‘있는 것을 없다고 생각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면’ 상상력이 된다. 이 상상력이 다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사용되면 추리력으로, 지피지기의 틀 안에서는 창조력으로 탈바꿈한다.
저자는 아마도 비교적 어려운 개념을 한번에 설명하는 것보다 여기저기 나누어놓는 것이 흥미롭고 또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독자는 생각하면서 읽어내야 하는 수고를 면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은 그렇게 얻어진 지혜만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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