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호

인터넷에 경영의 미래가 있다

  • 이준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e비즈니스 전략

    입력2008-12-09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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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을 통하여 인류는 처음으로 멀리 떨어져서도 대규모로 같이 일할 수 있는 협업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대규모 협업시스템이 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 규칙과 모델이 창출되고 있으며 이 새로운 규칙하에서는 기존의 소유와 권리의 모델에서 참여와 공유와 개방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모델이 되고 있다.
    • -본문 중에서
    인터넷에 경영의 미래가              있다

    <b>위키노믹스</b><br>돈 탭스코트·앤서니 윌리엄스 지음 <br>윤미나 옮김 21세기북스

    어느 날 갑자기 웹2.0, 집단지성, 위키, 소셜 네트워킹,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댓글, 인터넷 카페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변화하는 무언가’를 이르는 용어다. 이 변화는 모두 인터넷과 관련이 있다.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는 ‘위키노믹스’에서 이 용어들을 경제학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대규모 협업시스템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인터넷의 특징은 참여, 공유, 개방이다. 이런 특성은 경영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마케팅, 생산, 혁신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서 이 새로운 사회·경제적 모델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이 갖고 온 변화는 상당하다. 지식은 더 이상 소수에 의해 독점될 수 없게 됐다. 사회 시스템은 과거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수평적이며 평등한 구조로 재편됐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전문가 집단의 힘이 약해지고 개인 블로거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 책은 인터넷으로 가능해진 개인 간 ‘소통’이 단순한 교류를 벗어나 사회시스템 자체를 바꾼 점을 생생히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 Abstract

    인터넷을 토대로 한 새로운 협업방식은 위키노믹스(wikinomics)라 불린다. 위키노믹스는 기업을 상당 부분 변화시켰다. 위키노믹스의 특성은 개방성, 동등계층 생산, 공유, 세계적 행동양식 네 가지로 요약된다. 이 원리를 차례로 살펴보겠다.



    1. 개방성

    일반적으로 기업은 폐쇄적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자원과 역량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것을 독점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나만의 자원과 역량으로 경쟁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개방성은 이와 반대 개념이다. 이 책은 경쟁자와 자원 및 역량을 공유하면 더 나은 경쟁우위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개방성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도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 정보는 공개돼야 하며 신속히 표준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투명성은 기업 간 거래비용을 낮추고 기업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2. 동등계층 생산

    동등계층은 기존의 계급적·수직적 생산방식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우리는 그동안 무언가를 생산하려면 통제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리눅스(서로 모르는 전문가들이 인터넷에 모여 도우면서 완성한 새로운 컴퓨터 운영시스템)의 예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믿음과 이익에 따라 행동함을 보여준다. 유연한 조직이 더 효과적인 생산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누구나 글을 써서 완성하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도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는 앞으로 이 방식이 정치, 미디어, 문화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리라 예언한다.

    3. 공유

    공유의 시작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도전이다. 모든 지적재산권을 공유하면 아무도 돈과 시간을 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려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은 지적재산권의 독점이 가치 창출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독점보다 공유가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경영의 미래가              있다

    LG전자가 국내 최초로 내놓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겸용 MP3플레이어를 개발하는 데 참여한 대학생 프로슈머들.

    4. 세계적 행동양식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으나 우리의 기업은 이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는 사고뿐 아니라 행동 변화를 요구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원리를 바탕으로 ‘위키노믹스’는 몇 가지 비즈니스 사례를 제시했는데 우선 ‘오픈 소스 코드 프로젝트’와 ‘위키피디아’의 사례를 들었다. 이 둘은 분산된 전문가 집단이 자발적으로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특성이 있다. 이들의 참여 동기와 참여 기업의 수익 모델은 일반 기업과 다르며, 이들은 새로운 부가이익을 얻게 된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모델은 ‘이데아고라’(ideagora)다. 이는 아이디어를 뜻하는 이데아(idea)와 고대 그리스의 시민 집회장인 아고라(agora)가 합쳐진 말이다. 인터넷을 통해 기술, 자원, 인력 등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을 뜻한다. 기업은 ‘이데아고라’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경영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세 번째 사례는 프로슈머(prosumer) 모델과 관련이 있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단순한 소비를 넘어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이 책은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신제품을 고안하고 고객끼리 광고를 주고받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네 번째는 알렉산드리안 모델이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 곳이었다. ‘위키노믹스’에서 말하는 새로운 알렉산드리안 모델은 웹을 통해 탄생했다. 이 책에서 위키노믹스로 가능해진 지식의 공유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고 참여 플랫폼, 전세계 생산시설, 위키일터 등의 모델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 About the author

    이 책은 돈 탭스코트와 앤서니 윌리엄스가 지었다. 공동저자인 윌리엄스는 영국사람이고 정보기술(IT)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주 저자인 탭스코트는 IT를 통한 경영혁신 변화에 관심이 많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필자는 2000년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할 때 탭스코트를 처음 만났다. 가르치던 e-Biz 과목에 적당한 교재가 없어 걱정하던 터에 그가 쓴 ‘디지털 경제’(The Digital Economy)를 보고 감탄한 기억이 있다.

    ‘디지털 자본’(Digital Capital), ‘꾸밈없는 협력’(Naked Corporation) 등의 저서가 있으며, 곧 ‘성장한 디지털;N세대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Grown Up Digital; How the Net Generation is Changing the World)를 낼 예정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변화에 깊은 통찰을 보인다. 특히 ‘N 세대’라 불리는 디지털 세대에 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또 그가 제시한 ‘b-webs’ 모델(생산자, 공급자, 서비스 제공자, 고객 등이 인터넷을 매개로 비즈니스를 하는 다중 기업)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를 절묘하게 모델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 Impact of the book

    언젠가 CEO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조사한 결과, ‘위키노믹스’가 5위에 올랐다는 기사를 봤다. 그보다 상위에 오른 책은 모두 일반 경영 서적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IT를 다룬 이 책이 5위에 뽑힌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 책을 읽은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하나같이 “온라인, IT, 사이버스페이스 등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는 데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기 웹2.0이라는 개념이 소개됐을 때 교양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였는데, ‘위키노믹스’를 읽은 뒤에는 그 개념을 비즈니스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는 경영인도 많았다.

    ▼ Impression of the book

    우리는 사물이나 현상에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공통으로 인지하는 개념이 생성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이름을 짓는 것과 그 개념이 통용된다는 것은 다르다. 필자가 가장 답답했던 건 분명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다가오고 있는데, 그것에 마땅한 이름을 붙일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 현상을 어떤 이는 ‘웹2.0’이라 불렀고 다른 누군가는 ‘집단지성’이라 불렀다. ‘롱테일’이라 부르는 이도 있었고 ‘UCC’라는 사람도 있었다.

    이름이 무엇이건 분명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협업시스템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기업, 파트너, 고객 간 관계 재정립이 필요해졌다.

    예컨대 콘텐츠 생산이 기업에서 고객으로 넘어가면 UCC 모델에, 기업의 생산 기능이 고객에게 전이되면 프로슈머 모델에 가까워진 것이다. 또 개인 블로그가 신문보다 더 많이 읽히는 등 미디어 분야도 크게 바뀌었다.

    이 책은 그 현상을 ‘위키노믹스’라 칭했다. 하지만 아직 이 현상에 적합한 이름을 찾지 못한 모양이다. 책 속 ‘멋진 소제목 후보들’이란 부제에서 15개의 용어를 소개하고 있고, 마지막에서는 “여기에 여러분의 생각을 메모하세요”라는 코너를 따로 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앞으로 이 현상이 기업 활동, 정부 형태, 국민의 의견수렴 방법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Tips for further study

    인터넷에 경영의 미래가              있다
    먼저 위키피디아(wikipedia.org)라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살펴보자. 위키피디아는 단순한 실험 프로젝트가 아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트 중 하나다. 궁금한 내용과 사건을 검색하면 그 내용과 함께 내용의 출처를 알 수 있다. 누구나 이 사전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채울 수 있다. 이력 내역을 보면서 모든 이가 참여하는 이 백과사전이 신뢰할 만한지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경영이론서로는 ‘웹2.0과 비즈니스 전략’(이준기·임일 지음, 시그마인사이트컴)을 추천한다. 이 책을 통해 일반적인 인터넷 관련 경영 이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웹2.0 마케팅 생존전략’(Web 2.0 Marketing Book, 다나카 아유미 지음, 김혜숙 옮김, 길벗)과 ‘마케팅과 PR의 새로운 원칙’(The New Rules of Marketing and PR, 데이비드 미먼 스콧, 국내 미출간)의 일독을 권한다. ‘대중의 지혜’(제임스 서로워키 지음, 홍대운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사진)은 집단지성을 다루고 있으며, ‘롱테일 경제학’(크리스 앤더슨 지음, 이호준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도 웹2.0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이 분야를 다룬 책은 많이 출간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이제 막 연구가 시작된 분야라 책이 다양하지 않다. 그래서 꾸준히 해외 블로그를 찾아 동향을 읽어야만 최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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