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템플턴 전략 따랐다면 한국 증시에서 20년간 원금 408배

[구루의 투자법]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2-09-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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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템플턴. [Gettyimage]

    존 템플턴. [Gettyimage]

    이번 칼럼에서는 38년에 걸쳐(!) 복리 15.36%라는 성과를 거둔 미국의 유명 투자자 존 템플턴에 대해 알아보겠다.

    템플턴은 1912년 미국 테네시주의 작은 마을 윈체스터에서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템플턴은 열일곱이던 1929년부터 대공황을 겪으며 상당히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명석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예일대에 입학한 그는 장학금을 받으며 조교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생활비가 부족해 잡지 영업 아르바이트와 포커로 돈을 벌어 충당했는데, 둘 다 매우 잘했다고 한다.

    예일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템플턴은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2년 공부했다. 이후 세계 여행을 떠났는데 7주 동안 35개국을 돌아다니면서 겨우 90파운드만 썼던 일화는 유명하다. 템플턴은 어릴 때부터 가난해 아껴 써야 했기 때문에 나중 투자자가 돼서도 투자 대상의 ‘가격’ 또는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차대전 당시 저평가주 104개 매입, 1년 뒤 4배

    주식을 살 때 투자자들은 대체로 두 분야로 갈린다.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사는 투자자, 저평가된 기업을 사는 투자자다. 템플턴은 후자에 속했다. 1937년 투자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템플턴은 1939년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투자를 한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유럽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터졌다. 다우존스 지수는 1929년 최고치인 400포인트에 훨씬 못 미치는 150포인트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템플턴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생각했다.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이 미국 경제를 살릴 것으로 보고 직장 전 대표에게 1만 달러를 빌려 1달러 미만에 거래되는 주식 104개를 샀다. 그 가운데 37개 기업은 심지어 파산 상태였다!

    1년 후, 템플턴의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4배의 수익을 올렸으며, 104개 기업 중 손실을 본 기업은 4개밖에 없었다. 참고로 당시 4만 달러의 현재 가치는 80만 달러(약 10억4500만 원) 정도다. 이때부터 템플턴의 전설이 시작됐다.

    그는 1954년 자신의 성을 따 이름을 지은 템플턴 그로스(Templeton Growth)를 설립했다. 1992년까지 이곳에서 운용한 템플턴 그로스 펀드로 연 복리 15.36%의 평균 수익을 달성하며 원금을 약 160배로 불렸다. 템플턴 본인의 자산도 10억 달러를 넘어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템플턴은 “최적의 매수 타이밍은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라는 명언을 남겼다. 1939년 실행한 투자처럼 주식시장에 비관론이 최고에 달할 때 주식을 사는 ‘역발상 투자’의 애호가였다. 그는 이러한 논리로 1960년대 일본, 국제통화기금(IMF) 와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말 한국에 투자한 기록도 있다.

    템플턴은 나이가 들면서 ‘영적 성장’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972년 종교 발전을 위해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져 있는 ‘템플턴상’을 만들고 종교와 학문 분야에서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했다. 한국에서는 1992년 한경직 목사가 이 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기사 작위도 받았다. 노년을 아름다운 휴양지인 바하마에서 보내면서 2008년 9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PER . PBR . PCR . PSR . 주주수익률 상위 종목 투자

    템플턴은 완벽한 저가주 사냥꾼이다. 템플턴은 생전 “남들은 무시하는 아주 기초적인 데이터와 지표를 철저히 분석했다”는 말을 했다. 그가 분석한 지표는 우리도 아는 PER, PBR(그레이엄을 다룬 칼럼 참조), PSR(켄 피셔를 다룬 칼럼 참조)도 있고 PCR, 주주수익률도 있다. 각 지표를 한번 분석해 보자.

    위 5개 지표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 ‘시가총액’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는 기업의 가격에 매우 민감했다. 물론 순이익, 순자산, 매출, 영업현금흐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이 높은 기업이 좋은 것은 알았다. 그런데 그보다는 순이익, 순자산, 매출, 영업현금흐름,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이 시가총액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1조 원의 순이익을 벌어오는 기업은 물론 훌륭한 기업이나, 시가총액이 100조 원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PER가 100 아닌가! 템플턴은 그런 기업보다 시가총액이 5조 원인데 1조 원의 순이익을 버는 PER가 5인 기업을 훨씬 더 사랑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기업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나는 주로 ‘퀀트킹’이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사용해 이런 전략을 백테스트하고 종목을 찾았다. 최근 ‘퀀터스(https://quantus.kr)’라는 우수한 소프트웨어가 나와 갈아탔는데 이 소프트웨어는 카톡 아이디만 있으면 활용할 수 있고 아직은 무료다. 그래서 템플턴 전략을 한번 구현해 보았다.

    이 전략은 성과가 매우 좋았다. 20년간 연 복리 수익이 34.99%였다. 템플턴의 투자를 한국에서 그대로 따라 했으면 원금이 자그마치 408배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최근 20년 동안 2002, 2008, 2018년을 제외하고는 KOSPI보다 높은 수익을 냈다. 물론 매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에는 250%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2002년에는 1년 동안 -38.65%라는 저조한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2018~2020년에는 56%, 2008~2009년에는 54%, 2002~2003년에는 50%라는 큰 손실이 발생한 구간도 있었다.

    저가주가 더 저렴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분명 저가주도 하락장에서 반토막 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정상화되면 그보다 훨씬 더 힘차게 반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렴한 기업이기 때문에 제값을 찾아가는 것이다.

    템플턴 전략 따른 1분위 기업, 20년간 28.3%↑

    이 전략의 10분위 결과도 분석해 보겠다. 10분위란 한국에 존재하는 2000여 개 기업을 10개 분위로 나누는 작업을 의미한다. 템플턴 전략에 가장 적합한 상위 10% 기업(PER, PBR, PCR, PSR, 주주수익률 순위가 가장 높은 기업)을 1분위, 상위 10~20%에 해당하는 기업을 2분위 순으로 나누고, 가장 템플턴 전략에 안 맞는 기업의 주식을 10분위로 구분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하면 템플턴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유효한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보다시피 템플턴 전략에 가장 적합한 1분위 기업의 수익이 제일 높다. 반면 분위가 낮아질수록 계단형으로 우하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템플턴 전략은 한국에서 최근 20년 동안 매우 유력한 전략이었고, 이 전략을 한국에서 실행했다면 템플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8월 1일 기준으로 템플턴 전략에 가장 적합한 종목을 올린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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