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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장관들 격론→경질설→ 청와대, ‘후보군 검토’→ 盧, 정상회담 앞두고 정리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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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의 NLL 논란

‘논의 가능 vs 불가’에서 ‘공동어로구역 등면적 공방’으로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NLL 문제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주지하다시피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달리 NLL은 정전협정의 합의사항이 아니라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 이 때문에 북한은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진전이 불가능하다며 이른바 ‘근본문제’로 지목해왔다. 북한은 1982년의 유엔해양법협약에서 명시된 ‘등거리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기도와 황해도의 경계선을 해상으로 연장한 새로운 경계선을 주장하고 있다(그림 참조).

법 이론으로 따지면 NLL의 정당성에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는 점은 군 주변에서도 인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종전 이후 이 수역을 우리측이 실질적으로 관할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계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 영토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효적 지배’라는 논리다. 특히 두 차례의 교전을 통해 장병의 목숨을 잃은 해군의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 ‘피로써 지킨 선’이라는 정서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NLL 사수’라는 원칙은 변한 적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충돌방지를 위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왔다. 2005년 10월 노 대통령은 이종석 당시 NSC 사무차장에게 “예단 없이 가능한 모든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한다. 금기 없이 모든 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국방부를 중심으로 진행된 관련검토는 이전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NSC와 국방부 사이에는 알력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견의 핵심은 ‘북한과 NLL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청와대는 ‘경계 문제를 논의하되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는 현재의 선을 준수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 원칙에 따라 군사회담에서 이를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군에서는 북한이 이미 서해교전 등을 통해 NLL을 도발한 만큼 협상 자체가 불가하다는 의견이 강했다. 이 문제를 두고 일부 군 관계자는 노 대통령을 직접 면담해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한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당시 NSC의 ‘조율’에 대한 국방부와 군의 불만도 한몫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2006년 들어서는 군이 한발 물러서는 형국이었다. 그해 5월 장성급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NLL을 준수하고 다른 사항과 함께라면 NLL도 논의할 수 있다”는 동의가 이뤄진 것. NLL 문제를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결론에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이 동의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해상충돌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로 거론되던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이 통일부를 중심으로 유력한 ‘타협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견은 있었다. 국방부는 공동어로구역이 NLL을 기준으로 남북이 같은 면적을 차지하도록 설정돼야 한다는 ‘등면적 원칙’을 내세운 반면, 통일부는 어획량이 중요하지 면적은 의미가 없다는 논리였다.

근래 들어 북한은 공동어로구역을 현재의 NLL 이남에만 한정해 설정하자는 주장을 폈고, 이와 함께 해주항을 드나드는 선박이 NLL 이남을 통과할 수 있게 하자는 이른바 ‘해주 직항’ 방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해군은 NLL의 경계선 의미를 없애 무력화할 수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다.

2006년 말 김장수 장관이 임명되면서 NLL 문제에 대한 군의 시각은 더욱 강경해졌다는 평가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동안 NLL에 대한 정부 내부의 논의가 사그러들었고, 남북간 협상 역시 NLL이 사실상 군사회담 결렬의 ‘구실’로 불릴 정도로 공전했다.

그러나 2·13합의와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 해결 이후 분위기가 급변하자 다급해진 통일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강하다. 실제로 최근 들어 통일부 내부에서는 공동어로구역을 대부분 NLL 이남에 설치하자는 북측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정상회담 발표 후 국방부의 처지는 곤혹스러워졌다.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전격 합의될 가능성은 희박해도, 평화체제 논의 등 NLL 문제를 ‘규정’하는 합의가 나올 경우 피해갈 방법이 없기 때문. 때문에 국방부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경질설이나 인사수석실의 움직임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고 전한 한 인사는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최종 재가를 받은 것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최근까지 김장수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꽤 두터웠다는 것. 김 장관은 육군참모총장 신분이던 지난해 가을 군 고위 관계자들이 청와대와 논쟁을 벌이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의견을 지지해 대통령의 주목을 받았다는 관측이 있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미 2006년 초부터 NLL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국방부와 해군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만만치 않은 이슈이긴 하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서해상의 평화관리나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들어 NLL 문제 논의에 부정적인 일부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청와대 일각에서 마지막 ‘과제’로 NLL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NLL 문제가 가진 폭발력이나 반발을 돌파하려면 임기 말 정부가 ‘결심’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음으로써 남북관계의 뇌관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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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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