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에서 6년간 원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인 박석재 박사는 ‘무진 50년(기원전 1733년) 다섯 개의 행성이 루(婁)라는 별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이 문장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천문 소프트웨어로 그해 7월 11~13일 밤하늘을 검색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화성, 수성, 토성, 목성, 금성 5개 행성이 나란히 늘어서고, 여기에 달까지 가세하는 우주쇼가 펼쳐졌지요. 환단고기의 기록이 천문학적으로 옳다는 게 증명된 셈입니다.”
박 위원은 이 기록을 통해 고조선 시대 천문 현상을 관측해 기록하는 문화가 있었다고 확신했다. 고조선이 건재했다는 사실이 천문학적으로 증명된 이상 그는 그 이전의 배달국 역시 실재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과학역사소설 ‘개천기’를 구상했다. 주인공은 기원전 3800년 배달국의 천문대장. 그 자신 천문연구원장을 지낸, 말하자면 현대의 천문대장이기 때문에 배달국의 천문대장을 자신에게 투영시키기 위함이었다. 당시의 천문대장을 지칭하는 천백(天伯)이라는 말도 바람을 관장하는 풍백(風伯)을 차용해 만들었다.
‘개천기’에는 5800년 전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정, 친구 사이의 의리, 임금과 신하 사이의 믿음 등 사람 이야기는 물론이고, 고시례가 불을 발견해 음식을 익혀 먹게 된 일, 갑골문자인 환국문자를 만들어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을 적는다는 내용도 나온다.
천문대장이 주인공인 만큼 소설을 읽다보면 천문학 지식도 얻을 수 있다. 1년의 길이를 정하는 방법, 수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 천동설을 신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지식의 한계 등. 현재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의 알파별이지만 당시에는 용자리의 알파별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또 범악국이 침략해왔을 때 달이 뜨는 시각과 안개가 끼는 기상 현상을 이용해 승리하는 대목은 천문학적 지식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1999년 ‘코리안 페스트’라는 한국형 과학소설을 발표했던 박 위원은 “4년간 아이디어를 구상한 뒤 집필한 이 소설을 통해 한민족이 하늘을 숭앙하는 ‘하늘의 자손’임을 깨닫게 하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